列子 黃帝編 [ 7 ] 호랑이를 길들이는 법
列子 黃帝編 [ 7 ] 호랑이를 길들이는 법
周宣王之牧正(주선왕지목정)
주나라 선왕의 짐승을 관리하는 사람 중에
有役人梁鴦者(유역인량앙자)
들새와 들짐승을 잘 기르는 양앙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能養野禽獸(능양야금수)
야생의 새와 짐승을 잘 길러
委食於園庭之內(위식어원정지내)
그가 임금의 정원에서 사육하였는데
雖虎狼雕鶚之類(수호낭조악지류)
범이나 승량이나 독수리나 물수리 따위의 사나운 맹수나 맹금이라 하더라도
無不柔馴者(무부유순자)
그에게 유순하지 않은 짐승은 한 마리도 없었다.
雄雌在前(웅자재전) 孶尾成羣(자미성군)
암놈과 수놈이 앞에서 떼를 지어 교미를 하고 새끼를 치며,
異類雜居(리류잡거)
비록 다른 종류의 짐승들이 한데 어울려 섞여 살더라도
不相搏噬也(부상박서야)
서로 싸우거나 물지 않았다.
王慮其術終於其身(왕려기술종어기신)
임금은 그의 새와 짐승을 기르는 방법이 대를 잇지 못하고 끊어질 것을 걱정하여
令毛丘園傳之(령모구원전지)
모구원이라는 사람에게 그 방법을 전해주도록 하였다.
梁鴦曰(량앙왈)
그러자 양앙이 말하였다.
鴦賤役也(앙천역야)
“나 앙은 비천한 역부로.
何術以告爾(하술이고이)
무슨 술법이 있어서 당신에게 말하겠습니까?
懼王之謂隱於爾也(구왕지위은어이야)
그러나 왕께서 제가 무엇인가 숨기는 것이 있을 것이라 생각할까 염려되어
且一言我養虎之法(차일언아양호지법)
호랑이를 기르는 방법에 대하여 한 말씀드리겠습니다.
凡順之則喜(범순지즉희)
대체로 호랑이에게 순종하면 기뻐하고,
逆之則怒(역지즉노)
그 성질을 건드리면 성을 냅니다.
此有血氣者之性也(차유혈기자지성야)
혈기가 있는 동물은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然喜怒豈妄發哉(연희노개망발재)
그러니 기뻐하고 성을 내는 것이 어찌 아무런 이유가 없는 행동이겠습니까.
皆逆之所犯也(개역지소범야)
모두 호랑이의 뜻을 거스르는 데서 그렇게 되는 것입니다.
夫食虎者(부식호자)
대저 범에게 먹이를 주는 사람은
不敢以生物與之(부감이생물여지)
감히 살아 있는 먹이는 주어서는 안 됩니다.
爲其殺之之怒也(위기살지지노야)
그것은 살아있는 먹이를 죽일 때 일어나는 살기를 돋구어주기 때문입니다.
不敢以全物與之(부감이전물여지)
그리고 통째로 주어서는 안 됩니다.
爲其碎之之怒也(위기쇄지지노야)
단단하고 질긴 먹이를 주지 않는 것은 먹이를 부술 때 화를 내기 때문입니다.
時其飢飽(시기기포)
그의 배 고프고 배부를 때를 알아
達其怒心(달기노심)
호랑이가 왜 성을 내는지 그 심리를 잘 파악해야 합니다.
虎之與人異類(호지여인리류)
사람과 호랑이는 본래 다른 종류이지만
而媚養己者(이미양기자) 順也(순야)
그런데도 자기를 기르는 사람에게 따르는 것은 순종하기 때문입니다.
故其殺之(고기살지) 逆也(역야)
기르는 사람을 죽이는 것은 자기의 뜻에 어긋나기 때문입니다.
然則吾豈敢逆之使怒哉(연즉오개감역지사노재)
그러니 어찌 호랑이의 뜻을 거슬러 성을 내게 하겠습니까?
亦不順之使喜也(역부순지사희야)
그렇다고 해서 덮어놓고 호랑이의 뜻에 맞추어 기쁘게만 하는 것도 안됩니다.
夫喜之復也必怒(부희지복야필노)
왜냐하면 너무 여러 차례 호랑이를 기쁘게 하면 반드시 성을 내고,
怒之復也常喜(노지복야상희)
또 너무 여러 차례 호랑이를 성나게 하면 도리어 기뻐합니다.
皆不中也(개부중야)
모두 중용이 아닙니다.
今吾心無逆順者也(금오심무역순자야)
지금 나의 마음이 거스르는 것도 따르는 것도 없는 것이라면,
則鳥獸之視吾猶其儕也(즉조수지시오유기제야)
새와 짐승들은 나를 자기들의 친구로 생각하게 합니다.
故遊吾園者(고유오원자)
그러므로 정원에 와서 노는 것들은
不思高林曠澤(부사고림광택)
구태여 높은 숲 속과 넓은 못물로 다시 돌아갈 생각을 갖지 않고,
寢吾庭者(침오정자)
정원에 와서 잠자는 것들은
不願深山幽谷(부원심산유곡)
깊은 산과 깊은 골짜기로 다시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理使然也(리사연야)
이것은 자연의 이치가 그렇게 시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