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자(列子)[完]

列子 黃帝編 [ 13 ] 심적 현상은 관상으로 알 수 없다

강병현 2016. 9. 6. 10:42

列子 黃帝編 [ 13 ] 심적 현상은 관상으로 알 수 없다

 

有神巫自齊來處於鄭(유신무자제내처어정)

제나라에서 온 신통한 무당이 정나라에 살고 있었다.

命曰季咸(명왈계함)

그의 이름은 계함이라 불리었다.

知人死生存亡禍福壽夭(지인사생존망화복수요)

사람들이 언제 죽고 살며 언제 화가 미치고 복이 있을 것인지

또 수명이 길고 짧은 것을 모두 알아 맞혔다.

期以歲月旬日如神(기이세월순일여신)

심지어는 어느 해 어느 날 그렇게 될 것인지 귀신같이 알았다.

鄭人見之(정인견지)

정나라 사람들은 자기의 죽을 날을 미리 알까봐

皆避而走(개피이주)

그를 보기만 하면 다 피해 달아났다.

列子見之而心醉(렬자견지이심취)

그런데 열자 만은 그를 한 번 보자 마음이 끌렸다.

而歸以告壺丘子(이귀이고호구자) ()

집으로 돌아가서 자기의 스승인 호구자에게 말하였다.

始吾以夫子之道爲至矣(시오이부자지도위지의)

처음에 저는 선생님의 도를 가장 지극하다고 생각했었는데,

則又有至焉者矣(즉우유지언자의)

선생님보다 더 지극한 사람을 보았습니다.”

壺子曰(호자왈)

호구자가 말하였다.

吾與汝無其文(오여여무기문)

내가 지금까지 너에게 도학은 다 가르쳐 주었지만

未旣其實(미기기실)

실지로 도술은 보여주지 못하였다.

而固得道與(이고득도여)

너는 아직 도를 체득하였다고 말할 수 없다.

衆雌而無雄(중자이무웅)

비유를 하자면 아무리 새의 암컷이 많다고 하더라도 한 마리의 수컷이 없으면

而又奚卵焉(이우해난언)

알을 낳지 못하는 것과 같다.

而以道與世抗(이이도여세항) 必信矣夫(필신의부)

너는 내가 무당과 도술을 겨루는 것을 보면 반드시 나를 믿게 될 것이다.

故使人得而相汝(고사인득이상여) 嘗試與來以予示之(상시여내이여시지)

그러니 무당을 데리고 와 나의 관상을 한번 보게 하거라.”

明日(명일) 列子與之見壺子(렬자여지견호자)

다음날 열자가 무당을 데리고와 호구자의 관상을 보게 하였다.

出而謂列子曰(출이위렬자왈) ()

무당은 관상을 다 보고 나서 밖으로 나와 열자에게 탄식을 하며 말하였다.

子之先生死矣(자지선생사의) 弗活矣(불활의)

당신의 스승은 곧 죽게 될 것입니다. 도저히 살 가망이 없습니다.

不可以旬數矣(부가이순삭의)

앞으로 열흘도 못살고 돌아가시게 될 것입니다.

吾見怪焉(오견괴언)

나는 당신의 스승에게서 이상한 상을 보았습니다.

見濕灰焉(견습회언)

기상이 마치 물에 젖은 재의 빛이었습니다.”

列子入(렬자입)

열자는 그 말을 듣고 방으로 들어가서

涕泣沾襟以告壺子(체읍첨금이고호자)

눈물을 흘리며 호구자에게 그 말을 전하였다.

壺子曰(호자왈)

그러나 호구자는 태연히 열자에게 말하였다.

向吾示之以地文(향오시지이지문)

나는 무당에게 흙덩어리와 같은 기상을 보여주었다.

罪乎不誫不止(죄호부진부지)

나의 마음은 움직이지도 않고 정지하지도 않은 상태로 있었다.

是殆見吾杜德幾也(시태견오두덕기야)

이것은 나의 마음속에 잠재한 덕의 기상을 막고 있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嘗又與來(상우여내)

다시 한번 무당을 데리고 와 보거라.”

明日(명일) 又與之見壺子(우여지견호자)

다음날 열자는 다시 무당을 데리고 와 호구자의 관상을 보게 하였다.

出而謂列子曰(출이위렬자왈)

무당이 관상을 보고 나와 열자에게 말하였다.

幸矣(행의) 子之先生遇我也有瘳矣(자지선생우아야유추의)

천만 다행입니다. 당신의 스승은 나를 만나 병이 낫게 되었습니다.

灰然有生矣(회연유생의)

생기가 돌고 있습니다.

吾見杜權矣(오견두권의)

당신의 스승에게서 생의 잠재력의 움직임을 보았습니다.”

列子入告壺子(렬자입고호자) 壺子曰(호자왈)

열자가 호구자에게 들어가 그 말을 전하자, 호구자가 열자에게 말하였다.

向吾示之以天壤(향오시지이천양)

이번에는 내가 그에게 하늘과 땅 사이에서 움직이는 나의 기상을 보여주었다.

名實不入(명실부입)

사물과 사물의 명칭이 나의 마음에 들어오지 않았다.

而機發於踵(이기발어종)

그리고 나는 발뒤꿈치로 숨을 쉬었다.

此爲杜權(차위두권) 是殆見吾善者幾也(시태견오선자기야)

이것은 그가 나의 생의 잠재력이 움직이는 것만 본 것이다.

嘗又也來(상우야내)

다시 한 번 그를 데리고 와 보거라.”

明日(명일) 又與之見壺子(우여지견호자)

다음날 열자는 다시 무당을 데리고와 호구자의 관상을 보게 하였다.

出而謂列子曰(출이위렬자왈)

무당이 밖으로 나와 열자에게 말하였다.

子之先生(자지선생) 坐不齋(좌부재)

당신의 스승은 정지되어 있지 않아 상을 볼 수가 없습니다.

吾無得而相焉(오무득이상언) 試齋(시재) 將且復相之(장차복상지)

만일 가만히 있기만 한다면 상을 제대로 볼 수가 있을 것입니다.”

列子入告壺子(렬자입고호자) 壺子曰(호자왈)

열자가 안으로 들어가 호구자에게 무당의 말을 전하자 호구자가 말하였다.

向吾示之以太衝莫朕(향오시지이태충막짐)

이번에는 그에게 마음이 맑고 깨끗한 기상을 보여주었다.

是殆見吾衡氣幾也(시태견오형기기야)

그래서 그는 나의 수평선 같이 평온한 관상을 보게 된 것이다.

鯢旋之潘爲淵(예선지반위연)

예를 들면 마음의 움직임이 어떤 때는 물이 소용돌이치는 것과 같고,

止水之潘爲淵(지수지반위연)

또 어떤 때는 물이 잔잔히 머무는 연못과도 같다.

流水之潘爲淵(류수지반위연)

어떤 때는 샘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연못과 같고,

濫水之潘爲淵(남수지반위연)

어떤 때는 넘쳐흐르는 연못과도 같다.

沃水之潘爲淵(옥수지반위연)

어떤 때는 기름진 물이 흐르는 연못과 같고,

氿水之潘爲淵(궤수지반위연)

어떤 때는 새물과도 같이 흐르는 연못과 같다.

雍水之潘爲淵(옹수지반위연)

어떤 때는 조화롭게 흐르는 연못과 같고,

汧水之潘爲淵(견수지반위연)

어떤 때는 늪처럼 흐르는 연못과 같고,

肥水之潘爲淵(비수지반위연)

어떤 때는 기름진 물이 흐르는 연못과 같다.

是爲九淵焉(시위구연언)

이것을 아홉 가지 마음의 연못이라 한다.

嘗又與來(상우여내)

어찌 되었든 다시 한 번 그를 데리고 와 보거라.”

明日(명일) 又與之見(우여지견)

다음날 다시 열자가 무당을 데리고 와 호구자의 관상을 보게 하였다.

壺子(호자) 立未定(립미정)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관상을 보던 무당이 안절부절못하다가

自失而走(자실이주)

그만 넋이 빠져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달아났다.

壺子曰(호자왈)

호구자가 열자에게 말하였다.

追之(추지)

그의 뒤를 쫓아가 보아라.”

列子追之而不及(렬자추지이부급)

열자가 무당의 뒤를 따라 갔으나 끝내 따라잡지 못하고

反以報壺子(반이보호자) ()

돌아와 호구자에게 말하였다.

已滅矣(이멸의) 已失矣(이실의)

무당을 놓쳐버렸습니다. 이미 사라져 보이지 않았습니다.

吾不及也(오부급야)

따라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壺子曰(호자왈)

호구자가 열자에게 말하였다.

向吾示之以未始出吾宗(향오시지이미시출오종)

아까는 그에게 나의 도가 아직 밖으로 나타나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吾與之虛而猗移(오여지허이의이)

나는 그와 같이 허무의 상태로 돌아가서 자연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였을 뿐이다.

不知其誰何(부지기수하)

그래서 그는 결국 내가 누구인지 모르게 되었다.

因以爲茅靡(인이위모미)

따라서 그는 나를 조화 속에 숨어서

因以爲波流(인이위파류)

흐르는 물같이 흘러간다고 생각하였던 것이다.

故逃也(고도야)

그래서 그가 도망쳐 버린 것이다.”

然後列子自以爲未始學而歸(연후렬자자이위미시학이귀)

열자는 호구자의 말을 듣고 지금까지 배운 것이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것을 깨달아

三年不出(삼년부출)

집으로 돌아가 삼년 동안 문밖에 나가지 않고,

爲其妻㸑(위기처촌)

아내를 대신하여 밥을 지으며 부엌일을 하였고,

食狶如食人(식희여식인)

돼지 먹이기를 사람 먹이듯 하였다.

於事無親(어사무친)

일을 하는데 있어서도 그리 애착심을 가지지 않았다.

雕琢(조탁) 復朴(복박)

그 때까지 갈고 닦았던 것을 다 버리고 다시 순박한 생활로 돌아왔다.

塊然獨以其形立(괴연독이기형립)

목석과 같은 모습으로 살아가면서 외부의 사람과는 인연을 끊고

忿然而封戎(분연이봉융) 壹以是終(일이시종)

다만 하나의 도와 더불어 인생을 마치려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