列子 仲尼編 [ 1 ] 참다운 즐거움이란
列子 仲尼編 [ 1 ] 참다운 즐거움이란
仲尼閒居(중니한거) 子貢入侍(자공입시)
공자가 한가로게 있을 때 자공이 들어가 곁에서 모시고 있는데,
而有憂色(이유우색)
공자는 근심스러운 안색을 띠고 있었다.
子貢不敢問(자공부감문) 出告顔回(출고안회)
그러나 자공은 그 이유를 감히 묻지 못하고, 나와서 안회에게 말하였다.
顔回援琴而歌(안회원금이가)
그러나 안회는 아무 대답 없이 거문고를 뜯으며 노래를 불렀다.
孔子聞之(공자문지) 果召回入問(과소회입문) 曰(왈)
공자가 거문고 소리를 듣고 안회를 안으로 불러들여 묻기를,
若奚獨樂(야해독낙)
“너는 무슨 까닭으로 혼자 즐거워하느냐?” 하니
回曰(회왈)
안회가 대답했다.
夫子奚獨憂(부자해독우)
“선생님께서는 어째서 혼자 근심을 하고 계십니까?”
孔子曰(공자왈)
공자가 말하기를
先言爾志(선언이지)
“먼저 너의 뜻을 말해 보거라.” 하니
曰(왈)
안회가 말하기를
吾昔聞之夫子(오석문지부자) 曰(왈)
“저는 전에 선생님께 이런 말씀을 들었는데 말씀하시기를,
樂天知命故不憂(낙천지명고부우)
「자연의 분수를 즐기고 운명을 아는 것이므로 근심하지 않는다.」라고 하셨습니다.
回所以樂也(회소이낙야)
이것이 저 회(회)가 즐거워하는 까닭입니다.” 라고 하였다.
孔子愀然有閒曰(공자초연유한왈)
이 말은 듣고 공자는 안색을 바꾸고 잠시 후에 말하기를
有是言哉(유시언재)
“네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은 뜻밖이로구나,
汝之意失矣(여지의실의)
그러나 내 말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
此吾昔日之言爾(차오석일지언이)
이것은 내가 옛날 그 때 무엇에 대해 말한 것일 뿐이다.
請以今言爲正也(청이금언위정야)
지금 이 때에 말하는 것으로 그 말을 바꾸거라.
汝徒知樂天知命之無憂(여도지낙천지명지무우)
너는 다만 자연을 즐거워하고 운명을 아는 것으로 근심이 없는 것만 알고,
未知樂天知命有憂之大也(미지낙천지명유우지대야)
자연을 즐거워하고 운명을 알면서 근심이 있는 것이 더 크다는 것을 모른다.
今告若其實(금고야기실)
이제 너에게 숨김없이 진실 된 말을 하겠다.
修一身(수일신) 任窮達(임궁달)
한 몸을 닦아서, 운명의 빈궁과 영달에 맡겨,
知去來之非我(지거내지비아)
살고 죽는 것은 자기의 뜻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亡變亂於心慮(망변난어심려)
마음과 생각을 어지럽히는 일이 없는 것은,
爾之所謂樂天知命之無憂也(이지소위낙천지명지무우야)
너의 이른바「자연의 분수를 즐기고 하늘의 명을 아는 것으로 근심 없는 것이다.
曩吾修詩書(낭오수시서) 正禮樂(정례낙)
전날에 나는 시경과 서경을 닦고, 예기와 악기를 바로잡아,
將以治天下(장이치천하) 遺來世(유내세)
장차 온 천하를 다스림으로 그 공적을 내세에 남겨놓으려 했었다.
非但修一身治魯國而已(비단수일신치노국이이)
자기 한 몸만 수양하고, 노나라 하나만을 다스리려고 했던 것도 아니다.
而魯之君臣日失其序(이노지군신일실기서)
그러나 노나라의 임금과 신하는 날일 갈수록 나라의 질서를 잃어버리고,
仁義益衰(인의익쇠) 情性益薄(정성익박)
인과 의의 도는 갈수록 더욱 쇠퇴해 가고, 성정은 더욱 천박해 갔다.
此道不行一國與當年(차도부항일국여당년)
이것은 도가 한 나라나 당대에도 행해지지 않는데
其如天下與來世矣(기여천하여내세의)
온천하와 내세에는 더 말할 것도 없지 않겠느냐.
吾始知詩書禮樂無救於治亂(오시지시서례낙무구어치난)
나는 지금에 와서야 시서와 예악이 천하가 다스려지고 어지러워지는데
아무 보탬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고,
而未知所以革之之方(이미지소이혁지지방)
또한 세상을 어떻게 개혁해야 하는지 방법도 모르고 있다.
此樂天知命者之所憂(차낙천지명자지소우)
이것이 바로 자연을 즐거워하고 운명을 아는 사람의 근심이 되는 것이다.
雖然(수연) 吾得之矣(오득지의)
그러나 내가 체득한 것도 있다.
夫樂而知者(부낙이지자)
대개 자연을 즐거워하면서 운명을 안다는 것은
非古人之謂所樂知也(비고인지위소낙지야)
옛날 사람들이 말한 것과 같이 자연을 즐거워하면서 운명을 안다는 것이 아니다.
無樂無知(무낙무지)
즐거움도 없고 깨달음이 없는 것은,
是眞樂眞知(시진낙진지)
이것이 참다운 즐거움이고 참다운 지식이다.
故無所不樂(고무소부낙) 無所不知(무소부지)
그러므로 즐겁지 않은 것이 없고, 깨닫지 않은 것이 없고,
無所不憂(무소부우) 無所不爲(무소부위)
근심하지 않는 것도 없고, 하지 않는 것이 없다.
詩書禮樂(시서례낙) 何棄之有(하기지유)
시서와 예악이며, 무엇인들 버릴 것이 있겠느냐,
革之何爲(혁지하위)
그것을 고치는 것도 무슨 필요가 있겠느냐?” 라고 하였다.
顔回北面拜手曰(안회배면배수왈)
안회가 북면(북면)하여 절하면서 말하였다.
回亦得之矣(회역득지의)
“저 회(回)도 또한 그것을 터득하였습니다.”
出告子貢(출고자공)
안회가 밖으로 나가 자공에게 이 말을 하니,
子貢茫然自失(자공망연자실)
자공은 망연자실하여
歸家淫思七日(귀가음사칠일)
자공은 집으로 돌아가서 깊은 생각에 빠져 이레 동안
不寢不食(불침불식) 以至骨立(이지골립)
잠도 못 자고 밥도 못 먹어, 살이 빠지고 뼈만 남게 되었다.
顔回重往喩之(안회중왕유지)
그래서 안회가 거듭 찾아가 설명해 주어 그를 깨우쳐 주었다.
乃反丘門(내반구문)
이에 공자의 문하로 되돌아오게 하여
絃歌誦書(현가송서)
거문고나 타고, 노래나 부르며 서책(서책)을 암송하는 일을,
終身不輟(종신부철)
몸을 마칠 때 까지 그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