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자(列子)[完]

列子 仲尼編 [ 5 ] 무언도 말이고 무지도 지식이다

강병현 2016. 9. 10. 21:27

列子 仲尼編 [ 5 ] 무언도 말이고 무지도 지식이다

 

子列子旣師壺丘子林(자렬자기사호구자림)

열자는 이미 호구자림을 스승으로 섬기고

友伯昏瞀人(우백혼무인) 乃居南郭(내거남곽)

백혼무인을 벗으로 삼아, 성곽의 남쪽에 살고 있었는데,

從之處者(종지처자) 日數而不及(일삭이부급)

그를 따르는 사람이 날로 늘어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었다.

雖然(수연) 子列子亦微焉(자렬자역미언)

그러나 열자는 자신을 미천한 인물이라 생각하였다.

朝朝相與辨(조조상여변)

열자와 그를 따르는 사람들이 아침마다 모여 도를 논하였고,

無不聞(무부문)

그의 평판은 듣지 않는 이가 없었다.

而與南郭子連牆二十年(이여남곽자련장이십년)

그런데 열자는 남곽자란 사람과 서로 이웃하며 살아온 지 20년이 되었으나

不相謁請(부상알청)

서로 내왕하는 일이 전혀 없었다.

相遇於道(상우어도) 目若不相見者(목야부상견자)

때로는 길에서 만나도 서로 한번도 본적조차 없는 사람을 대하듯 하였다.

門之徒役(문지도역)

그래서 문하의 제자들은,

以爲子列子與南郭子有敵不疑(이위자렬자여남곽자유적부의)

열자와 남곽자가 무슨 원수 진 일이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였다.

有自楚來者(유자초내자) 問子列子曰(문자렬자왈)

초나라에서 온 사람이 있어, 그가 열자에게 물었다.

先生與南郭子奚敵(선생여남곽자해적)

선생님께서는 남곽자와 원수 진 일이라도 있으십니까?”

子列子曰(자열자왈)

열자가 말했다.

南郭子貌充心虛(남곽자모충심허)

아닙니다. 남곽자는 그의 겉모습도 충실하고 완전하지만, 마음은 비어 있고,

耳無聞(이무문) 目無見(목무견)

귀는 듣지 않고 눈은 보려고도 하지 않으며

口無言(구무언) 心無知(심무지)

입은 말하려고 하지 않고, 마음으로 무엇을 알려고 하지 않고,

形無惕(형무척)

몸가짐은 무엇을 무서워하는 일도 없습니다.

往將奚爲(왕장해위)

어디를 가서 무엇을 하겠습니까.

雖然(수연) 試與汝偕往閱(시여여해왕열)

그러나 함께 가서 그를 만나 보도록 합시다.”

弟子四十人同行(제자사십인동항) 見南郭子(견남곽자)

열자는 그와 함께 제자 40명을 거느리고 가서 남곽자를 만났다.

果若欺魄焉而不可與接(과야기백언이부가여접)

과연 허수아비와 같아 더불어 접촉할 수가 없었다.

顧視子列子(고시자렬자) 形神不相偶(형신부상우)

열자를 돌아보는데, 육체와 정신이 따로따로 흩어져서

而不可與羣(이부가여군)

더불어 한 덩어리가 될 수 없었다.

南郭子俄而(남곽자아이)

남곽자는 갑자기 손가락으로 가르켜

指子列子之弟子末行者與言(지자렬자지제자말항자여언)

열자의 제자 가운데 말단으로 따라간 사람을 보고 말을 하는데,

衎衎然若專直而在雄者(간간연야전직이재웅자)

그의 말하는 태도는 아주 유쾌한 어조로 아무 거리낌 없이

솔직하게 말하는 웅변가 같았다.

子列子之徒駭之(자렬자지도해지)

열자의 제자들은 이것을 보고 놀랐다.

反舍咸有疑色(반사함유의색)

그들은 집으로 돌아와서도 모두 의아해 하는 눈빛이었다.

子列子曰(자렬자왈)

열자가 제자들에게 말했다.

得意者無言(득의자무언)

뜻을 얻은 사람은 말이 없고,

進知者亦無言(진지자역무언)

()를 다하는 사람도 역시 말이 없다.

用無言爲言亦言(용무언위언역언)

말이 없는 것으로써 말을 하는 것도 또한 말이요,

無知爲知亦知(무지위지역지)

아는 것이 없으면서 안다고 하는 것도 또한 아는 것이다.

無言與不言(무언여부언)

말이 없는 것과 말을 하지 않는 것,

無知與不知(무지여부지)

아는 것이 없는 것과 알지 못하는 것도

亦言亦知(역언역지)

역시 하나의 말이며 하나의 지식이다.

亦無所不言(역무소부언) 亦無所不知(역무소부지)

이런 사람은 역시 말하지 않는 일이 없고, 모르는 일도 없다.

亦無所言(역무소언) 亦無所知(역무소지)

또 말할 것도 없고, 또 알 것도 없는 것이다.

如斯而已(여사이이) 汝奚妄駭哉(여해망해재)

이치가 이런데 어찌 점잖지 못하게 놀라는 것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