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자(列子)[完]

列子 湯問編 [ 17 ] 그대는 무슨 재주를 가졌는가?

강병현 2016. 9. 16. 11:57

列子 湯問編 [ 17 ] 그대는 무슨 재주를 가졌는가?

 

周穆王西巡狩(주목왕서순수)

주나라 목왕(穆王)이 서쪽 지방을 순수(巡狩)함에 있어,

越昆倉(월곤창)

곤륜산(崑崙山)을 넘어,

不至弇山(부지엄산) 反還(반환)

해가 지는 곳이라고 하는 엄산(弇山)에 이르지 못하고, 되돌아 왔다.

未及中國(미급중국)

아직 중국(中國)에 이르기 전인,

道有獻工人名偃師(도유헌공인명언사)

도중에서 왕에게 공인(工人)을 바치는 나라가 있었으니,

공인의 이름은 언사라고 하였다.

穆王薦之(목왕천지) 問曰(문왈)

목왕은 그를 가까이 오게 하여, 물었다.

若有何能(야유하능)

그대는 무슨 재주를 가졌는가?”

偃師曰(언사왈)

언사가 대답하였다.

臣唯命所試(신유명소시)

신은 다만 명하시는 대로 무엇이든 합니다.

然臣已有所造(연신이유소조)

하지만 신은 이미 만들어 놓은 것이 있으니,

願王先觀之(원왕선관지)

대왕께서는 먼저 그것을 보아 주시기 바랍니다.”

穆王曰(목왕왈)

이에 목왕이 말하였다.

日以俱來(일이구내) 吾與若俱觀之(오여야구관지)

다른 날에 그것을 가지고 오노라, 내 그대와 함께 그것을 보리라.”

翌日(익일) 偃師謁見王(언사알견왕) 王薦之曰(왕천지왈)

다음 날, 언사가 왕을 뵈니, 그를 가까이 오게 하여 말하기를,

若與偕來者何人耶(야여해내자하인야)

그대와 더불어 함께 온 자는 무엇하는 사람인가?”

對曰(대왈)

언사가 대답하여 말했다.

臣之所造能倡者(신지소조능창자)

신이 만든 흉내를 잘 내는 창우(倡優)라는 인형입니다.”

穆王驚視之(목왕경시지)

그래서 목왕은 놀라 그것을 자세히 살피니,

趨步俯仰(추보부앙)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나, 굽어보고 우러러 보고 하는 것이,

信人也(신인야)

사람과 똑 같았다.

巧夫(교부) 其頤(암기이)

공인이, 그의 턱을 움직이게 하면,

則歌合律(즉가합률)

곧 노래를 부르는데 가락에 맞고,

捧其手(봉기수) 則舞應節(즉무응절)

손을 벌려 주면, 곧 춤을 추는데 절도에 맞았다.

千變萬化(천변만화) 惟意所適(유의소적)

변화가 무궁무진하여, 공인이 생각하는 대로 움직였다.

王以爲實人也(왕이위실인야)

왕은 그것을 실제의 사람이라고 생각하여,

與盛姬內御竝觀之(여성희내어병관지)

성희(盛姬)와 궁녀(宮女)들과 함께 앉아 그것을 보고 있었다.

技將終(기장종)

재주가 거의 끝나려 할 때,

倡者瞬其目而招王之左右侍妾(창자순기목이초왕지좌우시첩)

창우가 그 눈을 꿈벅하면서 왕의 주위에서 모시고 있는 궁녀를 눈짓하는 것이었다.

王大怒(왕대노) 立欲誅偃師(립욕주언사)

이에 왕은 대노하여, 그 자리에서 언사를 주살하려고 하였다.

偃師大懾(언사대섭)

이에 언사는 크게 겁이 나서,

立剖散倡者以示王(립부산창자이시왕)

인형인 창우를 분해하여 왕에게 보이는데,

皆傅會革木膠漆白黑丹靑之所爲(개부회혁목교칠백흑단청지소위)

모두 가죽과 나무와 아교와 옻과 흰 것과 검은 것과 붉은 것과

푸른 것을 붙이고 맞추고 해서 만든 것이었다.

王諦料之(왕체료지)

왕이 자세히 살펴서 헤아리니,

內則(내즉) 肝膽心肺脾腎腸胃(간담심폐비신장위)

속은 간과 쓸개와 염통과 허파와 지라와 콩팥과 창자와 밥통이요,

外則筋骨支節皮毛齒發(외즉근골지절피모치발) 皆假物也(개가물야)

겉은 살과 털과 이빨과 머리카락이, 모두 가짜 물건들인데,

而無不畢具者(이무부필구자)

고루 갖추어지지 않은 것이 없었다.

合會復如初見(합회복여초견)

도로 모아서 맞추니 다시 처음에 보던 것과 같았다.

王試廢其心(왕시폐기심) 則口不能言(즉구부능언)

왕은 시험삼아 그 염통을 빼내니, 말을 하지 못하고,

廢其肝(폐기간) 則目不能視(즉목부능시)

그 간을 빼내니, 눈으로 보지 못하고,

廢其腎(폐기신) 則足不能步(즉족부능보)

그 콩팥을 빼내니, 발로 걷지를 못하는 것이었다.

穆王始悅而歎曰(목왕시열이탄왈)

목왕은 비로소 기뻐하여 탄식하면서 말하였다.

人之巧乃可與造化者同功乎(인지교내가여조화자동공호)

사람의 재주가 조물주의 공()과 같을 수 있는 것인가?”

詔貳車載之以歸(조이거재지이귀)

그리고 왕명으로 그를 예비(豫備)의 수레에 태워서 돌려보냈다.

夫班輸之云梯(부반수지운제) 墨翟之飛鳶(묵적지비연)

저 반수(班輸)의 운제(云梯), 묵적(墨翟)의 비연(飛鳶),

自謂能之極也(자위능지극야)

스스로 재주의 극치라고 한다.

弟子東門賈禽滑釐(제자동문가금골리)

그들의 제자인 동문가(東門賈)와 금골리(禽滑釐),

聞偃師之巧(문언사지교) 以告二子(이고이자)

언사의 재주를 듣고, 반수와 묵적에게 말하니,

二子終身不敢語藝(이자종신부감어예)

반수와 묵적은 죽을 때까지 감히 재주를 자랑하지 않고,

而時執規矩(이시집규구)

때로 규()와 구()를 잡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