列子 仲尼編 [ 8 ] 병 아닌 병
龍叔謂文摯曰(룡숙위문지왈)
용숙이 문지에게 일러 말했다.
子之術微矣(자지술미의) 吾有疾(오유질)
“당신은 의술이 뛰어나니 내게 있는 병을
子能已乎(자능이호)
고칠 수 있겠습니까?”
文摯曰(문지왈)
문지가 대답했다.
唯命所聽(유명소청)
“말씀대로 고쳐 보겠습니다.
然先言子所病之證(연선언자소병지증)
먼저 증세를 말씀해 주십시오.”
龍叔曰(룡숙왈)
이에 용숙이 말했다.
吾鄕譽不以爲榮(오향예부이위영)
“나는 동네 사람들이 다 나를 칭찬해 주어도 그것을 영광으로 생각하지 않고,
國毁不以爲辱(국훼부이위욕)
온 나라 사람들이 나를 헐뜯어도 그것을 치욕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得而不喜(득이불희)
얻는 것이 있어도 기뻐하지 않고,
失而弗憂(실이불우)
그것을 잃어버려도 걱정하지 않습니다.
視生如死(시생여사)
내가 살아 있는 것을 죽은 것 같이 보고,
視富如貧(시부여빈)
나의 부귀한 생활을 빈천한 것 같이 보고,
視人如豕(시인여시)
사람들을 보기를 돼지를 보듯 합니다.
視吾如人(시오여인)
나를 보기를 남과 같이 여기고,
處吾之家(처오지가) 如逆旅之舍(여역려지사)
우리 집에 있는 것을 여관에 묵는 것 같이 생각하고,
觀吾之鄕(관오지향) 如戎蠻之國(여융만지국)
나의 고향을 보기를, 변방의 오랑캐 나라 같이 여깁니다.
凡此衆疾(범차중질)
무릇 나의 이 많은 병들은
爵賞不能勸(작상부능권)
관작(官爵)이나 상(賞)을 주는 것으로도 부추길 수 없고,
刑罰不能威(형벌부능위)
형벌로도 위협할 수 없으며,
盛衰利害不能易(성쇠리해부능역)
세상의 부귀빈천과 이해득실을 가지고도 바꿔 놓을 수 없습니다.
哀樂不能移(애낙부능이)
슬픔과 즐거운 일을 가지고도 옮겨 놓을 수 없습니다.
固不可事國君(고불가사국군)
나는 본래부터 나라의 임금을 섬긴다든가,
交親友(교친우) 御妻子(어처자)
친한 동무와 사귄다든가, 처자를 거느린다든가,
制僕隷(제복례)
노예를 부릴 수가 없습니다.
此奚疾哉(차해질재)
이런 증세는 무슨 병입니까?
奚方能已之乎(해방능이지호)
어떻게 해야 이런 증세를 고칠 수 있겠습니까?”
文摯乃命龍叔背明而立(문지내명룡숙배명이립)
이 말을 듣고 문지는 용숙에게 밝은 쪽을 등지고 서게 하고,
文摯自後向明而望之(문지자후향명이망지)
문지 자신은 뒤에서 밝은 쪽을 향하여 그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旣而曰(기이왈)
잠시후 문지가 용숙에게 말했다.
嘻!吾見子之心矣(嘻!오견자지심의)
“아! 내가 선생의 심장을 살펴보니,
方寸之地虛矣(방촌지지허의)
한 치 사방의 심장이 허(虛)합니다.
幾聖人也(기성인야)
거의 성인에 가깝습니다.
子心六孔流通(자심륙공류통)
당신의 마음은 일곱 구멍 가운데 여섯 구멍은 속이 트여 있지만
一孔不達(일공부달)
한 구멍은 트여 있지 않습니다.
今以聖智爲疾者(금이성지위질자)
지금 당신이 당신의 성스럽고 슬기로운 것을 도리어 병으로 생각하는 것은
或由此乎(혹유차호)
아마도 이 한 구멍이 트여 있지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
非吾淺術所能已也(비오천술소능이야)
이런 증세는 나의 얕은 의술로는 고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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