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여행

보나르..화가의 뮤즈, 마르트

강병현 2008. 9. 21. 14:34

 

Pierre Bonnard (1867~1947 )


 

목욕 준비를 하는, 욕조에 막 들어서는, 욕조 안 물 속에 길게 누워있는,

목욕을 끝내고 분가루를 바르는 부인.....


보나르는 "여성의 매력을 통해 예술가 들은 많은 것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할 정도로 당시의 뮤즈인 마르뜨에게 푹 빠져 있었다.


 

 Dans le cabinet de toilette[In the Bathroom].

1907. Oil on board. 1060 x 710 mm.

Tate Gallery, London


피에르 보나르는 그의 동거 연인 "마르트"를 반세기에 걸쳐  언제나 젊은 육체로 그렸다. 보나르의 영원한 뮤즈, 마르트가  누구인지는

보나르와 마르트가 둘 다 죽은 후에서야 사후 재산 처리문제로 알려 지게 되었다. 

 

 Mme Bonnard. 1917.


보나르가 1893년 26세 때 파리의 어느 거리에서 만난 마르트는 당시 24세였다.

그들은 즉시 동거에 들어갔고 32년의 동거 생활 후에야 결혼 신고를 했지만

이 사실 역시 둘 다 죽은 후 보나르의 재산 상속 문제로 세상에 밝혀졌다.

보나르가 32년 동안 마르트라고 알고 있던 그녀의 법적 이름이

'마리아 부르쟁' 임을안 것도 결혼 신고 당시였다.


마르트라는 여인은 모든 사람에게 자신의 과거를 철저히 감추고 살았다.

이런 미스터리는 자신이 자라온 19세기 프랑스 중산층을 증오하고

비사교적이며 조용한 사생활을 즐긴 보나르에게는

매력적인 요소로 작용한 듯싶다..

 

 Model in Backlight(Dauberville 481).

1908. oil on canvas. 125 x 109 cm.

Musées Royaux des Beaux-Arts, Brussels.



그녀는 가냘프고 섬세하며 화려한 새털을 연상시키는 모습이었지만,

목소리는 거칠고 쉰 숨찬 소리였다고 한다.


또한, 겁 많고 소심하며 의심에 가득 찼고

극단적으로 사람들을 꺼려해 잠시의 가까운 나들이 때도

자기 모습을 가리기 위해 양산을 사용했다고 한다.


 

 Nude Washing Feet in a Bathtub.

1920-22. Oil on canvas.

Private collection.



색채 감각이 뛰어난 보나르가 본격적으로 욕실 장면에 주력을 쏟기 시작한 것은

마르트의 폐병과도 같은 증세가 심해지면서이다.

당시 그러한 증세에 도움이 되는 최선의 치료 요법은

맑은 공기와 안정,  청결함이었다.

마르트의 증세는 그 원인이 확실치 않았으며

자폐증 또는 뇌기능의 이상이라고도 했다.

보나르와 처음 만났을 때부터 이미 있었던 미지의 신체적, 정신적 질병으로,


자신은 물론 보나르 역시 늘 그 괴로움에 시달렸다.

그래서 그녀는 병적으로 목욕에 집착했다.


 

Bather. 1935. Oil on canvas. 

 

 

 Back of a Nude at Her Bath.

1934.  oil on canvas. 107.3 x 74 cm.

Georges Pompidou Center, Paris.


 

 Le grand nu bleu. 1924.

 

 

이런 마르트를 위해 보나르는 모든 것을 그녀 중심으로 각별한 배려를 했다.

그녀와의 결혼 신고 전에 이미 자신의 모든 재산을

일체 마르트에게 남긴다는 유서를 썼고,

 마르트와 결혼하기 전 그의 모델이었고 연인이며 약혼까지 했던

금발의 아름다운 여인에게 고통스러운 작별을 고했다.

그 결과로 금발의 약혼녀는 자살을 했고,

얼마 후 보나르는 거의 충동적으로 마르트와의 결혼 신고를 했다.


 

Baignoire (Le Bain)[The Bath].

1925. Oil on canvas. 860 x 1206 mm.

Tate Gallery, London



보나르는 1920년 경 어느 순간부터 마르트가 결코 늙지 않으리라는

환상을 갖게 되었다.

그리하여 그는 마르트가 나이 육십의 노파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30세 정도의 젊은 여자로 묘사하였다.

결국 그녀는 보나르로부터 자신의 아름다움에 도취된 영원히 늙지 않는 여자,

영원한 삶을 살아가는 수잔나와 같은 여자로 취급받았던 것이다.

 

Nude in the Bathtub. 1935. Oil on canvas.



한편 보나르는 가슴을 죄면서 빛 속에 해체된 그녀의 모습을 훔쳐보았다가

색채에 의해 그 모습을 다시 만들어냄으로써

또다시 그녀를 소유하기를 갈망하였다.


 

Nude in Bathtub.

1941. Oil on canvas. 151 x 122 cm



보나르의 <욕조의 누드>에는 햇빛 가득한 욕조에

물의 요정처럼 떠 있는 여체가 묘사되어 있다.

아마 나이  60세의 여자라면 어떤 누구도 이런 모습으로는 보이지 않을 것이다.

욕실의 공간을 얼룩지게 만들고 타일에 진주와 오팔빛을 띠게 하는 욕실 가득한 광선은 결코 이 세상에서 볼 수 있는 빛이 아니다.

몰래 훔쳐보는 짓으로 대리성욕을 채웠던 보나르에게는

단테가 그의 연인을 바라보았을 때의 느낌과 비슷한 감정이 작용하고 있었다.



“나는 베아트리체의 알몸에 눈을 돌렸다.

그러나 그녀의 몸을 감싼 눈부신 광휘 때문에

나의 눈은 도저히 그녀의 자태를 포착할 수 없었다.“ 


 

 Le cabinet de toilette [Nude in Bathroom ].

1932. Oil on canvas. 121 x 118.1 cm.

The Museum of Modern Art, New York.



마르트는 보나르가 이 그림을 제작 중이던 해 72세로 숨을 거둔다.

보나르가 욕조 물 속에 길게 누운 마르트의 모습을 처음으로 그린 것은,

그들이 긴 동거 생활 끝에 결혼 신고를 한 해이며 마르트가 56세 때였다.

그 후 그녀가 72세로 죽을 때까지 언제나 24세의 젊은 육체로만 그렸다... 

그녀를 잃은 후 보나르는 풍경과 자신의 모습으로 시각을 옮긴다.


 

Horse-Hair Glove. 1939. Oil on canv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