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자(列子)[完]

列子 仲尼編 [ 13 ] 존재는 존재하지 않는다.

강병현 2016. 9. 12. 19:12

列子 仲尼編 [ 13 ] 존재는 존재하지 않는다.

 

中山公子牟者(중산공자모자)

중산(中山)의 공자(公子)인 모()라는 자는

魏國之賢公子也(위국지현공자야)

위나라에서도 가장 현명한 공자였다.

好與賢人遊(호여현인유) 不恤國事(부휼국사)

그는 현인들과 같이 교제하기를 좋아하고 나랏일은 생각하지도 않았다.

而悅趙人公孫龍(이열조인공손룡)

그는 특히 조나라 사람 공손룡을 좋아했다.

樂正子輿之徒笑之(낙정자여지도소지)

그러나 악정자여의 제자들은 그를 비웃었다.

公子牟曰(공자모왈)

그래서 공자 모가 자여에게 물었다.

子何笑牟之悅公孫龍也(자하소모지열공손룡야)

선생은 어째서 내가 공손룡을 좋아하는 것을 비웃습니까?”

子輿曰(자여왈)

자여가 말했다.

公孫龍之爲人也(공손룡지위인야) 行無師(행무사)

공손룡의 사람됨이란 그 행실로 말하면 옛날 성인의 도를 숭상하지 않고,

學無友(학무우) 佞給而不中(녕급이부중)

배움에 벗이 없으며, 변설은 교묘하지만 도리에 맞지 않고,

漫衍而無家(만연이무가)

조리가 없어 일가를 이루지 못하며

好怪而妄言(호괴이망언)

기괴한 것을 즐겨 종잡을 수 없는 말을 합니다.

欲惑人之心(욕혹인지심) 屈人之口(굴인지구)

남의 마음을 어리둥절하게 하고, 남의 말을 꺾으려고 하여,

與韓檀等肄之(여한단등이지)

한단등과 함께 그것을 익히고 있습니다.”

公子牟變容曰(공자모변용왈)

이에 공자 모는 이 말을 듣고 얼굴빛이 변하여 자여에게 다시 말했다.

何子狀公孫龍之過歟(하자상공손룡지과여)

선생은 어째서 그토록 공손룡을 악평하십니까.

請聞其實(청문기실)

청컨대 그 증거를 대시오.”

子輿曰(자여왈)

자여가 대답 하였다.

吾笑龍之詒孔穿(오소룡지이공천)

나는 공손룡이 일찍이 공자의 손주 공천을 기만한 것을 비웃었습니다.

言善射者(언선사자)

그는 말하기를활을 잘 쏘는 사람은

能令後鏃中前括(능령후족중전괄)

뒤에 쏜 화살촉이 앞에 쏜 화살의 대가리를 맞히게 하고,

發發相及(발발상급) 矢矢相屬(시시상속)

화살을 쏘고 또 쏘아 연거푸 쏘면 화살마다 서로 이어지게 합니다.

前矢造準(전시조준) 而無絶落(이무절낙)

앞 화살이 과녘에 이르러, 떨어지기도 전에

後矢之括猶銜弦(후시지괄유함현)

뒤의 활의 시위는 아직도 현을 머금고 있어,

視之若一焉(시지야일언)

그것을 보기에 마치 하나의 화살과 같습니다.라고 하니,

孔穿駭之(공천해지)

공천은 이 말을 듣고 놀랐습니다.

龍曰(룡왈)

공손룡은 또 그에게 말하기를

此未其妙者(차미기묘자)

그것은 아직 그렇게 신통한 것이 못 된다.

逢蒙之弟子曰鴻超(봉몽지제자왈홍초)

옛날 방몽의 제자 홍초란 사람이 있었는데,

怒其妻而怖之(노기처이포지)

그의 아내에게 노하여 그를 겁나게 해줄 생각으로

引烏號之弓(인오호지궁) 綦衛之箭(기위지전)

오호 땅에서 나는 유명한 활에 기위 나라에서 만든 유명한 화살을 메워

射其目(사기목)

그 아내의 눈을 쏘았습니다.

矢來注眸子(시내주모자)

그런데 그 화살이 눈동자 속에 머물자마자

而眶不睫(이광부첩)

눈꺼풀이 한번 깜빡하기도 전에

矢隧地而塵不揚(시수지이진부양)

화살이 이미 땅에 떨어져 먼지도 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是豈智者之言與(시개지자지언여)

이것이 어찌 지혜로운 사람의 말이라 하겠습니까.”

公子牟曰(공자모왈)

이에 대해 공자 모가 말했다.

智者之言(지자지언)

지혜로운 사람의 말은

固非愚者之所曉(고비우자지소효)

애초에 어리석은 자가 깨달을 수 있는 것이 아니오.

後鏃中前括(후족중전괄)

뒤에 쏜 화살의 촉이 앞에 쏜 화살의 대가리를 맞춘다는 것은

鈞後於前(균후어전)

뒤 화살을 앞 화살과 완전히 같은 모양으로 쏘는 것을 말하는 것이오,

矢注眸子而眶不睫(시주모자이광부첩)

그리고 화살이 눈동자를 맞추는 데도 눈꺼풀이 깜박이지 않는다는 것은,

盡矢之勢也(진시지세야) 子何疑焉(자하의언)

화살의 형세가 매우 빠르다는 뜻이오, 선생은 어찌 그런 것을 의심하십니까?”

樂正子輿曰(낙정자여왈)

약정인 자여가 말했다.

子龍之徒(자룡지도)

당신은 공손룡의 학도인 만큼

焉得不飾其闕(언득부식기궐)

어떻게 그의 결함을 변호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吾又言其尤者(오우언기우자)

내 또 하나 공손룡의 오류를 지적해 주겠습니다.

龍誑魏王曰(룡광위왕왈)

그는 또 위나라 왕을 속여 말하기를

有意不心(유의부심)

마음이 없는 생각이 있다

有指不至(유지부지)

존재하지 않는 존재가 있다

有物不盡(유물부진)

없어지지 않는 물건이 있다

有影不移(유영부이)

움직이지 않는 그림자가 있다

髮引千鈞(발인천균)

천근의 물건을 당기는 머리카락이 있다

白馬非馬(백마비마)

말이 아닌 흰말이 있다

孤犢未嘗有母(고독미상유모)

원래 어미가 없는 외로운 송아지가 있다고 하였습니다.

其負類反倫(기부류반륜)

이런 이야기는 이 세상에 유래가 없고 인륜에 어긋나는 말입니다.

不可勝言也(부가승언야)

그런 말을 어떻게 말이라 하겠습니까.”

公子牟曰(공자모왈)

공자 모가 말했다.

子不諭至言而以爲尤也(자부유지언이이위우야)

선생은 공손룡의 지극한 말을 깨닫지 못하고

도리어 그의 말을 오류라고 생각하는데,

尤其在子矣(우기재자의)

오류는 그에게 있지 않고 선생에게 있습니다.

夫無意則心同(부무의즉심동)

대저 의지로서의 발동이 없으면 마음은 그대로 있는 것이오,

無指則皆至(무지즉개지)

무엇인가에 대해 지향이 없다면 어디라도 도달할 수 있소.

盡物者常有(진물자상유)

물건을 다 없애고자 하는 한 그 물건은 언제까지나 존재하는 것이오.

影不移者(영부이자)

움직이지 않는 그림자가 있다는 것은

說在改也(설재개야)

차례로 새로운 그림자가 생긴다는 말이오,

髮引千鈞(발인천균)

머리카락이 천균을 끈다고 하는 것은,

勢至等也(세지등야)

머리카락의 힘이 어느 부분이라도 모두 평등하다면 끊어질 자리가 없을 것이오.

白馬非馬(백마비마)

말이 아닌 흰말이 있다는 것은

形名離也(형명리야)

말의 형체와 이름이 서로 분리된다는 뜻이고,

孤犢未嘗有母非孤犢也(고독미상유모비고독야)

원래 어미가 없는 외로운 송아지가 있다는 것은

어미가 있으면 외로운 송아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樂正子輿曰(낙정자여왈)

악정인 자여가 다시 말했다.

子以公孫龍之鳴皆條也(자이공손룡지명개조야)

당신은 공손룡의 말이라면 다 조리가 있다고 생각하니,

設令發於餘竅(설령발어여규)

가령 공손룡이 입으로 말하지 않고, 다른 구멍에서 나오는 소리라도

子亦將承之(자역장승지)

당신은 역시 그 말을 받아들이려고 하실 것입니다.”

公子牟黙然良久告退曰(공자모묵연량구고퇴왈)

이 말에 공자 모는 한참 동안 말없이 있다가 물러가기를 청하면서 말했다.

請待餘曰(청대여왈) 更謁子論(갱알자논)

다른 날 다시 선생을 찾아뵙고 다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