列子 力命編 [ 12 ] 이 나라를 버리고 죽은 것인가.
齊景公遊於牛山(제경공유어우산)
제나라의 경공(景公)이 우산(牛山)에 유력(遊歷)할 때,
北臨其國城而流涕曰(북림기국성이류체왈)
북쪽의 그 국성(國城)에 당도하여 눈물을 흘리면서 말하였다.
美哉國乎(미재국호) 鬱鬱芊芊(울울천천)
“아름답도다, 이 나라여! 산림이 우거졌구나!
若何滴滴去此國而死乎(야하적적거차국이사호)
어떻게 뚝뚝 방울져 떨어져서 흘러 이 나라를 버리고 죽을 것인가,
使古無死者(사고무사자)
예로부터 죽음이라는 것이 없으면,
寡人將去斯而之何(과인장거사이지하)
과인은 장차 여기를 버리고 어디로 갈 것인가?”
史孔梁丘據皆從而泣曰(사공량구거개종이읍왈)
수행하던 신하인 사공과 양구거도 따라 울면서 말했다.
臣賴君之賜(신뢰군지사) 疏食惡肉(소식악육) 可得而食(가득이식)
“신들도 주군의 은덕으로, 보잘 것 없는 음식이라도, 먹을 수 있고,
怒馬稜車(노마능거) 可得而乘也(가득이승야)
둔한 말에 딱딱한 수레를, 탈 수 있어,
且猶不欲死(차유부욕사)
또한 오히려 죽음을 바라지 않는데,
而况吾君乎(이황오군호)
하물며 주군께서야 그렇지 않으시겠습니까?
晏子獨笑於旁(안자독소어방)
그런데 안자(晏子)만이 홀로 곁에서 웃고 있었다.
公雪涕而顧晏子曰(공설체이고안자왈)
그래서 경공과 눈물을 닦고 안자를 돌아보며 말했다.
寡人今日之遊悲(과인금일지유비)
“과인이 오늘의 유력은 죽음을 생각하게 되어 슬프다오,
孔與據皆從寡人而泣(공여거개종과인이읍)
사공과 양구거는 모두 과인을 따라 울었소,
子之獨笑(자지독소) 何也(하야)
그런데 그대만이 홀로 웃고 있으니, 무슨 까닭이오?”하고 힐책하자,
晏子對曰(안자대왈)
안자가 이에 대해 대답하였다.
使賢者常守之(사현자상수지)
“현자(賢者)로 하여금 항상 그것을 지키게 할 수 있다면,
則太公桓公將常守之矣(즉태공환공장상수지의)
태공이나 환공은 항상 그것을 지키고자 하였을 것입니다.
使有勇者而常守之(사유용자이상수지)
용기있는 사람으로 하여금 항상 그것을 지키게 할 수 있다면,
則莊公靈公將常守之矣(즉장공령공장상수지의)
장공이나 영공은 항상 그것을 지키고자 하였을 것입니다.
數君者將守之(삭군자장수지)
위의 몇 군주께서 그것을 지키고자 하셨다면,
吾君方將被簑笠(오군방장피사립) 而立乎畎畝之中(이립호견무지중)
우리 주군께서는 도롱이를 입고 삿갓을 쓰고 논밭 둔턱이나 도랑에 서서,
唯事之恤(유사지휼)
다만 농사만을 근심하는 신분이 되셨을 것입니다.
行假念死乎(항가념사호)
어느 겨를에 죽음을 생각하시겠습니까?
則吾君又安得此位而立焉(즉오군우안득차위이립언)
먼저의 분들이 죽지 않으셨다면
우리 주군께서는 또 어떻게 군주의 지위에 오르실 수 있었겠습니까?
以其迭處之(이기질처지) 迭去之(질거지)
차례로 죽어서, 그 자리를 물러남으로써,
至於君也(지어군야)
군주의 자리에 오르시게 된 것입니다.
而獨爲之流涕(이독위지류체)
그렇건만 홀로 그것을 위해 눈물을 흘리시는 것은,
是不仁也(시불인야)
생각 없는 불인(不仁)인 것입니다.
見不仁之君(견불인지군) 見諂諛之臣(견첨유지신)
불인(不仁)한 주군을 보고, 아첨하는 신하를 보았습니다.
臣見此二者(신견차이자) 臣之所爲獨竊笑也(신지소위독절소야)
신은 이 두 가지를 보고, 남몰래 홀로 웃는 것입니다.”
景公慙焉(경공참언)
이 이야기를 듣고 경공은 부끄럽게 여겨,
擧觴自罰(거상자벌)
술잔을 들어 스스로 벌주를 마셨다.
罰二臣者(벌이신자) 各二觴焉(각이상언)
그리고 사공과 양구거 두 신하에게도, 벌로 각각 두 잔씩을 마시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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