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여행

아리아드네와 테세우스

강병현 2008. 7. 17. 16:49
 

 

아리아드네 (Adriadne)


 

John William Waterhouse (1849-1917)

Adriadne, 1898, oil on canvas


워터하우스의 그림에서 나타난 아리아드네는

아무런 걱정 없이 오후의 한나절을 즐기고 있는 듯하다.

테세우스를 따라 사랑의 도피 중...아리아드네는 낙소스 섬에서 버림받는다. 

그러나 위 그림에서 보듯이 아리아드네는 별로 슬프지도 배신감에 치를 떨지도 않고 있다. 그림의 뒤편에 테세우스의 배가 떠나지만 오히려  그녀는 오후의 나른함을 즐기듯..

몽상에 빠진 듯하다. 이는 바로 믿는바가 있기 때문이 아닌지.. 

낙소스 섬은 디오니소스의 신전이 있는 디오니소스의 섬이다. 

디오니소스를 상징하는 표범들이 벌써 아리아드네 옆에 모여 있다.



TINTORETTO 

Ariadne, Venus and Bacchus,

1576, Oil on canvas, 146 x 157 cm

Sala di Anticollegio, Palazzo Ducale, Venice


 아리아드네 이야기를 시작할려면 약간의 배경 설명이 필요하다.

그녀의 아버지 미노스(Minos)는 제우스가  황소로 변해

 에우로페에게 접근하여 낳은 아들이다. 

미노스의 부인이자 아리아드네의 엄마인 '파시파에'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에게 잘못한 남편 때문에 소를 사랑하는 저주에 걸리게 된다..

여기서 또 세기의 장인 다이달로스(영어로는 대달로스, 아들은 이카루스)가 등장한다. 다이달로스가 만든 소안에 들어간 파시파에와

소가 사랑하여 놓은 자식이 반인반우인 미노타우로스이다.

미노스는 괴물이자 아들인 미노타우로스를 누구든 한번 들어가면 나올 수 없는 미궁,

즉 라비린토스(미궁)에 가두게 된다..


미로 속의 테세우스 (1862)

번존스 Edward Coley Burne-Jones (1833 - 1898) 작


영국의 대표적인 라파엘전파( Pre-Raphaelite brotherhood) 화가인 번 존스의 그림이다.

번 존스의 작품은 대부분 신화와 종교에 관련된

비애적이거나 신비롭거나 성스러운 분위기가 주를 이룬다.

'미노타우로스 Minotauros' 를 처치하기 위해

 실꾸리를 들고 미로 속으로 들어가는 긴박한 장면이다. ..

그런데,, '웬 나 잡아봐라.' 분위기^^;;;

고개를 빠끔히 내밀고 있는 미노타우로스에다

카펫 무늬처럼 꽃과 함께 불규칙적으로 흩어져있는 사람 뼉다귀라니... ^^

마치 애니메이션 톰과 제리를 연상케 한다는..ㅋ

그리고 각 캐릭터와 미궁에 대해서는 친절하게 누군 누구다 식으로 이름표까지 붙여놓았다. 제리같은 미노타우로스가 뒤로 돌아가서 실을 끊어 버리지는 않을까 하는 염려가 된다는 쓸데없는 생각도 해본다.


에버린 드 모르간 - 낙소스 섬에 버려진 아리아드네


신화이야기의 한 축을 이루는 '테세우스'의 아버지의 나라 아테네는

크레타와의 전쟁에서 패해서 크레타의 왕 미노스에게

매년 소녀 7명과 소년 7명을 미궁에 사는 미노타우로스를 위해 조공을 바치고 있었다.

테세우스는 태어나기 전 헤어진 아버지인 아이게우스 왕을 찾아 아테네로 갔다가

아버지가 겪는 고통을 알고는 자신이 그 괴물을 퇴치해

조국의 고통을 끝내기로 결심하고 소년 소녀 무리에 섞여 크레타로 갔다.


테세우스와 아리아드네


테세우스가 소년과 소녀들 틈에 섞여 크레타에 도착하자, 미노스 왕 앞으로 나갔는데.

마침 그 자리에 동석한 아리아드네는 

테세우스의 잘생기고 늠름한 모습을 보고 첫 눈에 반해버린다. 

아프로디테여신은 아리아드네가 테세우스를 사랑하도록 만들어

테세우스를 도와준 것이었다.

아리아드네는 다이달로스를 설득해 미궁을 빠져나올 방법을 알아냈다.

아리아드네는 테세우스에게 괴물을 찌를 칼과 미궁에서 빠져나올 실 한타래를 주었는데, 

테세우스는 괴물을 죽인 다음에는 실타래의 실을 따라

무사히 라비린토스(미궁)에서 빠져 나올 수 있었다. 그래서 영어에 이런 말이 생겼다.

Thread of Ariadne :아리아드네의 실 :

어려운 문제를 푸는 실마리, 또는 위험한 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열쇠라는 뜻이다.

 

BARYE, Antoine-Louis

Theseus Slaying the Minotaur

1841-46 Bronze, height 47 cm Musée du Louvre, Paris



George Frederick Watts 1817 - 1904

Ariadne on the Island of Naxos 1875


그리곤 조국과 아비를 배신하고 사랑의 도피를 하게 된다.  

 그러나 아리아드네의 행복은 오래 가지  않았다.

테세우스는 아테네로 향하는 항해도중 낙소스 섬에 잠깐 머물게 되었는데

그녀가 잠든 사이에 도망가 버린다.  

그가 이런 배은망덕한 짓을 한 이유는

꿈속에 아테나 여신이 나타나 그렇게 하라고 명령했기 때문이다.

이때 그녀는 테세우스의 아이를 잉태한 상태였다고 한다.

자신을 위해 헌신한 아리아드네를 버린 테세우스는

나중에 정치적 목적으로 아리아드네의 동생인 파이드라와 결혼한다..


 

세바스티아노 리치

잠든 아리아드네를 발견하는 바쿠스


이 낙소스 섬은 디오니소스의 성지나 마찬가지이다.

티레노스의 선원들이 바쿠스를 납치하여 노예로 팔아버리려고 궁리할 때

데려다 달라고 애원했던 곳도 바로 이 섬이었다.

아리아드네가 자기 운명을 한탄하고 있을 때 디오니소스는 그녀를 발견하고

위로하며 자기의 아내로 삼았다.


바커스와 아리아드네


그런데 재밋는 것은 아리아드네로 하여금

테세우스에게 반하게 한 것도 다 아프로디테의 장난이었다.

또한 아리아드네가 닉소스 섬에서 테세우스의 버림을 받고 절망에 빠져 있을 때

곧 디오니소스 신이 그녀와 결혼하기 위해 찾아올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위로해 준 것도 아프로디테였다.

디오니소스와 맺어진 아리아드네는 

'암펠로스(Ampelos)', 스타퓔로스(Staphylos)', 오이노피온(Oinopion)'의 세 아들을 얻는다.


세바스티아노 리치

디오니소스와 아리아드네

 

낙소스 섬에서 열린 결혼식에서 둘은 신들에게서 다양한 선물을 받았는데,

이 선물들 중에 아프로디테와 호라이들(Horae: 계절과 시간의 여신들)이

준 '왕관'이 유명하다(디오니소스신이 직접 주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금과 보석들로 만들어진 이 왕관을, 디오니소스는 둘의 사랑을 기념하기 위해

하늘의 성좌들 사이에 박아 놓았고,

이것이 '왕관자리'(Corona Borealis) 별자리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후에, '버려진 아리아드네'는 그 극적인 이야기 때문에

회화와 조각에서 인기 있는 소재가 되기도 했다.

 

티치아노  아리아드네와 디오니소스


버려졌던 아리아드네가 나중에 디오니소스신의 아내가 되어 

행복한 삶으로 해피엔딩이 되는 끝을 보면,

비록 사랑을 위해 고국을 배신하고 도망쳤지만 결국 버림받는 신세가 되었던 그녀로서는

그야말로 전화위복이라 할 수 있다.

임신하고 배신당해 외딴 섬에 버려진 처녀의 운명을 가엾게 여긴 사람들이

인지상정으로 해피엔딩을 바라고 붙여준 이야기가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카나치  

아리아드네의 영광


그럼 여기서 은혜를 베푼 여인을 버리고 도망간 테세우스는 어떻게 되었을까?

결론적인 이야기지만 나쁜 짓하면,

하늘의 그물이 엉성한 듯 하지만 결국은 빠져나가지 못한다. 

그녀를 버리고 떠난 테세우스는 영웅에서 비극의 주인공이 되어버린다.

테세우스는 아테네를 떠나면서 아버지에게 자신이 성공하고 귀국하면

검은 돛을  돛으로 바꿔달고 항구로 들어오겠다고 약속한 바 있었다. 

멀리서 아들의 배를 기다리던 아이게우스왕은 배에 흰 돛이 달려 있지 않다는 소식을 듣고

아들이 죽었다고 생각하고는 앞바다에 몸을 던져 자살해 버렸다.

그 후에 아이게우스왕이 자살한 바다를

아이게우스의 이름을 따서 아이게우스해(에게해)라고 부르게 된다. 

이렇게 하여 테세우스는 아테네의 왕이 되었다.


피에르 게랭 - 테세우스와 파이드라, 히폴리토스


비극은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후에 테세우스는 아리아드네의 동생 파이드라와 결혼했다.

그런데 파이드라는 테세우스가 전처에게서 낳은 아들인 히폴리투스를 사랑하게 되었다.

히폴리투스(히폴리테의 남성형)는 전처인 아마존의 전사, 히폴리테의 소생이다.

히폴리투스는 그녀가 새어머니인데다, 아르테미스 여신을 섬기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의 사랑에 질겁을 할 뿐이었다.

히폴리투스의 매정한 말에 상처 입은 파이드라는 테세우스에게

히폴리투스가 자신을 욕보여서 수치심으로 죽는다며

그를 모함하는 편지를 남기고 자살했다.

아내의 말을 믿은 테세우스는 포세이돈 신에게 아들 히폴리투스를 죽여 달라고 간청했고.. 소원은 이루어졌다.


알렉상드로 카바넬 - 페드라


히폴리토스는 테세우스로부터 심한 질책을 받았으나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지 않은 채 전차를 몰고 트로이젠 해변을 달리다가

바다에서 갑자기 나타난 괴물을 보고 말이 놀라는 바람에 전차에서 떨어져 죽었다.

 

알마 테티마 - 히폴리토스의 죽음


아비와 자식까지 모두 자기가 원인이 되어 죽게 되는 테세우스..이만한 형벌이 있을까..

어머니가 아들에게 연정을 품어 비극적인 결말을 맞는다는 이 이야기는

파이드라콤플렉스 또는 페드라콤플렉스라는 정신분석 용어로 남게 되었다.

사랑한 자와 사랑을 버린 자, 

이 경우에는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사랑을 택한 사람 쪽에

사람들의 지지와 응원이 몰리는 것은

어쩌면 권성징악의 원리에 따른 당연한 결과인 것 같다.


미궁에 빠지다..


미궁(迷宮)에 빠진다는 것은

보통 사건 따위가 확실한 단서가 잡히지 않아

해결이 나지 않고 어쩔 수 없게 된 경우의 일을 말하는데,

이 미궁, 라비린토스란 대체 어떤 궁전일까?

리이스의 남쪽, 지중해상에 있는 큰 섬

크레테의 옛 서울 크노소스에 있었던 그 왕궁을 말한다.

왕궁은 무서운 우인(牛人)이 그 구석에 사는

복잡한 낭하로서 한 번 들어가면

두 번 다시 밖으로 나올 수 없는 기괴한 건물이 되어 버렸다고 한다.


 

이 미궁은 위에서도 설명했듯이

다이달로스(명장이라는 뜻)는 아테네의전설적인 장인으로서

누이의 아들을 제자로 받았으나 자신의 능력보다 뛰어남에 질투하여

벼랑에서 밀어버려 죽여 버린다.

이 사건으로 아테네에서 도피하여 크레타로 오게 된다.

왕인 미노스(Minos)의 총애를 받던 다이달로스는

어느 날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저주에 걸려

소를 사랑하게 된 왕비 파시파에의 고민을 듣게 되고 나무로 된 소를 만들어

파시파에가 그곳에 들어가도록 한다. 

황소는 이 가짜 소를 진짜로 오인하여 사랑하여..파시파에는 아이를 낳는데

그가 바로 미노타우로스이다. 왕비가 괴물을 낳았다는 소문이 온 세상에 알려지자

다이달로스에게 "그 안에서 꿈을 꾸면 꿈에서도 나올 수 없는 미궁"을 만들게 했다.

이것이 바로 '라비린토스(Labyrinthos)', 영어로는 '래버린스(labyrinth)'라고 불리는

크레타의 '미궁'이다.

테세우스가 탈출하자 열받은 미노스는 다이달로스와 아들 이카루스를 미궁에 가두게 된다.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던 다이달로스는,

새의 날개를 만들어 하늘로 날아서 탈출하려고 시도한다.


 

그는 밀랍과 깃털을 이용하여 자신과 아들을 위한 날개를 만들었다.

그런 뒤 너무 높이 날면 태양열 때문에 날개의 밀납이 녹고

낮게 날면 바다의 물보라에 날개가 젖어 무거워진다고

아들에게 주의를 주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이오니아 해안 사이를 지날 때, 이카로스는 나는 기쁨에 들떠 너무 흥분한 나머지

너무 높이 올라가고 말았다.

그러자 태양열이 날개의 밀랍을 녹이면서 날개가 떨어지면서 그는 바다에 추락했다.

 

 

그 바다는 이카로스의 이름을 따서 이카리오스 해라 불리게 되었다.

슬픔에 젖은 다이달로스는 그 바다 가까이에 있는 섬 (오늘 날의 이카리아 섬)에 착륙하여 바다에서 아들의 시체를 건져 매장했다.

이 신화에서 비롯된 '이카로스의 날개'

하늘을 날고 싶어 하는 인간의 욕망과 미지의 세계에 대한 인간의 동경을 상징한다.


참고서적 : 새천년을 여는 신화이야기 - 이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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