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여행

고흐 - 영혼을 노래하는 그림2

강병현 2008. 8. 21. 13:38

 

자화상 1887 (Spring)

 

우리가 살아가야 할 이유를 알게 되고, 자신이 무의미하고 소모적인 존재가 아니라

무언가 도움이 될 수도 있는 존재임을 깨닫게 되는 것은,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면서 사랑을 느낄 때인 것 같다.

나는 사랑 없이는, 사랑하는 여자 없이는 살 수가 없는 사람이다.

그 빌어먹을 벽은 나에게는 너무 차갑고, 나는 여자가 필요하다.

나는 사랑 없이는 살 수 없고, 살지 않을 것이고, 살아서도 안 된다.

나는 열정을 가진 남자에 불과하고, 그래서 여자가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는 얼어붙든가 돌로 변할 것이다.

 

자화상 Whitney

 

나는 정열적인 사람이다. 그래서 가끔은 좀 미안한 생각이 들 정도로 지나친 행동을 하기도 했지.

너무 성급하게 행동하는 바람에 조금 더 참았더라면 하고 후회하는 일도 이따금 있었다.

오히려 이 열정이 좋은 결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해야겠지

이를테면, 빵을 살 수 있는 것처럼 책에 대해 열정을 갖고, 끊임없이 정신을 고양하고 탐구할 필요를 느낀다.

..안타깝게도 이제는 더 이상 그런 환경이 있지 못하다.

그러나 영혼에 깊이 새겨진 것은 영원히 살아 있어서 계속 그 대상을 찾아다닌다고 하지 않니.

향수병에 굴복하면서 나에게 말했다. 네 나라, 네 모국은 도처에 존재한다고.

그래서 절망에 무릎을 꿇는 대신 적극적인 멜랑콜리를

선택하기로 했다. 슬픔 때문에 방황하게 되는 절망적인 멜랑콜리 대신

희망을 갖고 노력하는 멜랑콜리를 택한 것이다.

 

울고 있는 노인 (1890. 4~5)

 

늙고 가난한 사람들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들을 묘사하기에 적합한 말을 찾을 수가 없다.

인물화가들과 거리를 산책하다가, 한 사람에게 시선을 주고 있는데,

그들은 "야, 저 지저분한 사람들 좀 봐" "저런 류의 인간들이란"하고

말하더구나. 그런 표현을 화가한테서 듣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지.

그래, 그런 일이 나를 생각에 잠기게 한다.

그런 장면은 사람들이 가장 진지하고 가장 아름다운 것을 의도적으로 피하는 것이라 느껴졌다.

한마디로 스스로 자기 입을 막고 자신의 날개를 자르는 짓이지.

'집시들'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좋지 않아 보이겠지만,

너도 알다시피 세상에는 케이크를 먹으면서 얼굴에 잼을 묻히는 사람들이 있게 마련인데.

 

위대한 여인
 
지난 겨울 임신한 한 여자를 알게 되었다. 남자한테서 버림받은 여자지.
 겨울에 길을 헤매고 있는 임신한 여자...
처음 그 여자를 만났을 때는 병색이 짙어 보여서 내 눈길을 끌었다.
목욕을 시키고 여러 모로 보살펴주자 그녀는 훨씬 더 건강해졌다.
도대체 어떤 무능한 남자가 그런 짓을 할 수 있는지 궁금했다.
다른 여자가 내 가슴을 뛰게 한 적이 있다.
그러나 그녀는 멀리 떠나 버렸고, 나를 만나고 싶어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 여자, 병들고  임신한 데다 배고픈 여자가 한 겨울에 거리를 헤매고 있었다.
나는 정말이지 달리 행동할 수 없었다.

 

슬픔

 

지난 겨울 그녀가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면, 그녀와 나 사이의 인연은 이루어 질 수 없었다.

내가 사랑을 거절당하고 좌절했을 때였으니까.

그러나 일은 다르게 흘러갔고 내가 깊은 좌절을 이겨내고 생기를 되찾을 수 있었던 것은

무엇인가 쓸모 있는 일을 할 수 있다는 느낌 때문이었다.

그런 느낌을 찾아 헤맸던 것은 아니지만 결국 그걸 발견했고,

이제 그녀와 나는 따뜻한 사랑으로 결합했다. 이 사랑을 포기하는 건 어리석은 행동이겠지.

시엔을 만나지 않았다면, 마법이 풀려 실의에 빠졌을 것이다.

그녀와 그림이 나를 지탱해주고 있다. 시엔은 화가가 겪어야 하는 자잘한

고생을 도맡아주고,  모델이 되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케이보다는 시엔과의 동행이 나를 더 나은 예술가로 만들어줄 것이다.

비록 그녀가 케이처럼 우아하지도 않고 예절도 잘 모르지만,

선의와 헌신으로 가득 차 있어서 나를 감동시킨다.

 

사이프러스나무가 보이는 밀밭 (1889. 6)

 

까마귀가 나는 밀밭 (1890. 7)

 

고흐의 마지막 작품 무대인 오베르에는 밀밭이 황금색으로 변해가는 7월엔 밀이삭을

쪼아 먹기 위해 날아드는 까마귀 떼로 장관을 이룬다고 한다.

아마 고흐는 이 밀밭에서 자신의 가슴에 총구를 들이댄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오르셰에서의 자화상

 

나는 이 세상에 빚과 의무를 지고 있다.

나는 30년간이나 이 땅 위를 걸어오지 않았나!

여기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그림의 형식을 빌어 어떤 기억을 남기고 싶다.

이런저런 유파에 속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인간의 감정을 진정으로 표현하는 그림을 남기고 싶다.

그것이 나의 목표다.

이런 생각에 집중하면 해야 할 일이 분명해져서, 더이상 혼란스러울 게 없다.

.

.

위대한 일은 분명한 의지를 갖고 있을 때 이룰 수 있다.

결코 우연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그의 죽음에, 그의 위대함에

가슴으로부터 눈물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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