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여행

미술사란?

강병현 2008. 9. 24. 01:30

 

 

TENIERS, David the Younger

브뤼쉘 화랑에 있는 대공 레오폴드 빌리암(Archduke Leopold William)  

Archduke Leopold Wilhelm in his Gallery

 1647, Oil on copper, 106 x 129 cm

Museo del Prado, Madrid

 

 

미술사란?

수천 년이 넘는 거대한 과거를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방법과 접근방식으로 되돌아보고 파헤쳐서 하나의 문화적 역사서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 또는 연구라고 정의하고 싶다.

미술에 대한 역사는 오래되었지만 이를 체계적으로 연구 분석할 수 있는 미술사가 대학에서 교과과목으로 채택된 건 1840년대 독일에서 처음이었다.  그 후 미술사에 대한 연구가 일부 학자들 사이에서 진행되어 왔으며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미술사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물론 우리나라는 아직까지도 미술사에 대한 서적을 번역하는 수준이지만...

현재 서점에 진열되어 있는 대부분의 미술사 관련 저술들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번역본’들이다) 에는 공통점이 있다.  나름대로 영향력을 행사했던 예술가들을 선별 또는 나열해서 그들의 일대기(요약)와 그들을 중심으로 계보를 이루고 좀 더 폭넓게 다음 시대·사람·장소에 끼친 영향이 어떻게 작용했고 또 어떻게 평가를 받았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주류를 이룬다.

미술사에 관련해서 수많은 책들이 나열되어 있지만, 그 중에서 어느 한 권이 그 외의 것들에 비해서 비교적 볼만하다 또는 낫다고는 말할 수 있겠지만, 그 한 권이면 서양미술을 또는 동양미술까지 객관적으로 알 수 있다고는 말할 수 있는 책은 없다고 본다.

한 화가에 대한 이름만 봐도 이런 점을 알 수 있다. 프랑스 출신의 화가 이름을 예를 들면, 누군 프랑스 이름 그대로, 누군 그 이름을 영어식으로 표기하고, 또한 그 표기 방식에 대해서도 각각이다. 작품명에 대한 번역을 보면 더 가관이다. 더욱 더 참기 힘든 부분은, 각 서적마다 나온 그림들의 색채들이 하나도 일치하는 것이 없다. 예를 들어, 고흐의 “해바라기”를 볼라치면 내가 찾아낸 도판 칼라만 해도 14가지가 넘는다.. 도대체 오리지널 컬러는 어디에 있는지..인공위성이 쏘아지고 인터넷으로 모든 것을 소화해 내는 21세기에 인쇄술이 부족한 건지, 미술관련 종사자들의 무관심인지..도대체가 이해가 안 되는 일이다.

그런데도 다른 책에 비해 엄청난 가격이 붙어 있는 이런 서적들을 보면서 딱 한가지 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미술학도들이 참으로 불쌍하다” 는...

배게로도 쓰기 힘든 저렇게 딱딱하고 검증되지 않은 책으로 무엇을 배우는지..

책이 두꺼워 파리잡기도 힘들다^^;;

간략하게 말하면, 전 세계적으로 발간된 많은 미술서적과 이를 번역한 한국의 미술서적에 대한 객관적이고 고증된 근거에 의한 과학적이고 학제적인 접근방식이 그 동안 없었다는 결론이다. 즉, 미술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주된 동기들과 그 해석이 후세에 미친 영향과 결과를 순전히 개인적 지식과 판단에 근거해서 서술하고 이를 제대로 알 지 못하는 사람이 “글자”를 번역한 결과이다라고 생각한다.

1980년대 캠브리지의 킹스 칼레지(King’s College)의 노만 브라이슨Norman Bryson은

“미술사가 다른 예술에 대한 연구에 비해 뒤떨어진 건 슬픈 사실이다”라고 했다.

미술사에 대한 연구가 뒤떨어진 원인은 앞서 언급한 대로 학자들이 그룹으로 연구하지 않았고, 각자 개인의 입장에서 편찬하다 보니 편견적이고 단편적일 수밖에 없다.

또한 뒤떨어진 주요인은 미학이론들이 분분하고, 상반되는 이론들을 수용하는 자세를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어느 한편의 이론에서 보면 당연히 미흡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편견으로 쓰진 미술사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 혹은 이해하려면 독자의 노력밖에 없다. 지금의 현실에서는.. 무슨 말인고 하면 한 저자가 편찬한 미술사만 읽는 것으로는 부적절할 뿐 아니라 때에 따라서는 위험한 일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적어도 몇 사람이 편찬한 미술사들을 능동적으로 받아들여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능동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은 비판 없이 그대로 받아들인다가 아니라,

독자 자신도 저술자의 입장에서 판단하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는 점이다.


미술은 문학과 같이 예술의 한 분야이므로 이에 대한 해석은 다양할 수 있다. 보는 관점에 따라, 받아들이는 사람의 지적수준과 환경에 따라 같은 그림이라도 달라보여 질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그림은 아는 만큼 보인다' 라는 말도 있는 것 같다.


그러한 그림에 대한 관점의 다양성은 인정할 수 있지만, 미술사는 '역사'이다.

역사는 시각에 따라 달라져서는 안 되며 객관적인 대상이어야 한다. 


지금 루브르 박물관 전시를 하고 있다. 아마 이를 위해서 많은 미술관계자들이 수년동안 기획하고 준비하고 해서, 국내의 언론등을 통해 대대적으로 이를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가보면, 소품위주의 전시에 '그림을 그린 년도'도 표지되어 있지 않다. 대한민국의 미술관계자들이 국민의 예술수준을 얍잡아 보는 건지, 아니면 자신들의 한계가 그 정도인지..


세계 11대 부를 생산하는 나라의 예술 종사자치고는 정말 격이 맞지 않는 전시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