列子 湯問編 [ 15 ] 노래를 부르고 밥을 얻어먹은 한아(韓娥)
薛譚學謳於秦靑(설담학구어진청)
설담(薛譚)이 진청(秦靑)에게 노래를 배웠는데,
未窮靑之技(미궁청지기)
아직 진청의 재주를 다 배우지 못했건만,
自謂盡之(자위진지)
스스로 그것을 다 배운 것으로 생각하고,
遂辭歸(수사귀)
마침내 그에게서 물러나 돌아가겠다고 하겠다.
秦靑弗止(진청불지)
진청은 그것을 막지 않았다.
餞於郊衢(전어교구)
진청이 교외 네거리까지 나가서 전별(餞別)하는데,
撫節悲歌(무절비가)
절(節)이라는 악기를 어루만져 박자를 맞추면서 슬픈 노래를 부르니,
聲振林木(성진림목) 響遏行云(향알항운)
그 소리는 숲의 나무를 흔들고, 그 울림소리는 떠도는 구름을 멈추게 하였다.
薛譚乃謝求反(설담내사구반)
이에 설담은 감동하여 진청에게 사과하고 다시 되돌아갔다.
終身不敢言歸(종신부감언귀)
가서는 몸을 마칠 때까지 돌아가겠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秦靑顧謂其友曰(진청고위기우왈)
진청은 그의 친구에게 말하였다.
昔韓娥東之齊(석한아동지제)
“옛날 한(韓)나라의 아(娥)라는 사람은 동쪽인 제(薺)나라로 가는데,
匱糧(궤량) 過雍門(과옹문)
가지고 가던 양식이 떨어져서, 옹문(雍門)을 지나갈 때,
鬻歌假食(죽가가식)
노래를 불러주고 밥을 청하여 먹었소.
旣去(기거)
이미 노래를 부르고 물러갔건만,
而余音繞梁欐(이여음요량려) 三日不絶(삼일부절)
그 여음이 그 집 대들보를 돌면서, 사흘 동안이나 끊어지지 않아,
左右以其人弗去(좌우이기인불거)
주위 사람들은 그 사람이 아직 물러가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하였소.
過逆旅(과역려) 逆旅人辱之(역려인욕지)
여관에서 지내는데, 여관의 사람이 그를 모욕하니,
韓娥因曼聲哀哭(한아인만성애곡)
한아(韓娥)는 소리를 길게 끌어 슬프게 울었소.
一里老幼(일리노유)
그러자 한 마을의 늙은이와 젊은이가,
悲愁垂涕相對(비수수체상대)
모두 슬픔과 수심에 잠겨 눈물을 흘리고 서로 대하면서,
三日不食(삼일부식)
사흘 동안 음식을 먹지 않았답니다.
遽而追之(거이추지)
그를 쫓아가니,
娥還復爲曼聲長歌(아환복위만성장가)
아(娥)는 돌아와서 다시 그것 때문에 소리를 길게 뽑아 길게 노래를 부르는데,
一里老幼(일리노유) 善躍抃舞(선약변무)
한 마을의 늙은이와 젊은이들이, 기뻐 뛰면서 손뼉을 치며 춤을 추면서,
弗能自禁(불능자금) 忘向之悲也(망향지비야)
스스로 자제하지 못하고, 먼저의 슬픔을 잊어 버렸다고 합니다.
乃厚賂發之(내후뇌발지)
그래서 많은 선물을 주어 그를 출발시켰소.
故雍門之人至今善歌哭(고옹문지인지금선가곡)
그러므로 옹문의 사람들이 지금에 이르기 까지 슬픈 노래를 잘 하는 것은,
放娥之遺聲(방아지유성)
아(娥)가 남긴 성조(聲調)를 배웠기 때문이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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