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여행

헤라클레스와 옴팔레

강병현 2007. 8. 7. 12:32

헤라클레스와 옴팔레


 

 

폼페오 지롤라모 바토니

갈림길의 헤라클레스 99x74cm, 1748년,

리히텐슈타인 왕가 소장

 

 

성인 된 헤라클레스는 그 유명한 도덕적 선택에 직면하게 된다. 이 이야기는 르네상스 시대 미술에서 널리 표현되었던 주제로, 갈림길에서 '선'과 '악'이 의인화 된 두 여인을 만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선의 여인이 제시한 길은 좁고 험난한 시련의 길이었지만 불멸의 명예로 이끄는 길이었다. 반면에 악의 길은 쉽고 평탄한 길잉지만 나태함과 호색적인 쾌락으로 빠져드는 길이었다.

 헤라클레스는 결연히 '선의 길'을 선택했고, 이로부터 험난한 인생여정이 시작되었다.


Guido Reni

Herkules bekampft die Hydra, 1620/1621

Musee National du Louvre, Paris


 프로메테우스를 코카서스 산정에서 풀어 준 헤라클레스는 태양신 아폴론과도 맞짱을 뜰 정도로 온 그리스에서 추앙을 받던 영웅이다.

그는 인간의 육체적 한계를 넘어선 힘을 가진 영웅이었다. 헤라클레스는 메가라와 결혼해 여러 명의 자식을 두었다.

그러나 남편 제우스가 자기 몰래 인간 여인의 몸에서 영웅을 낳을 것이란 사실을 안 헤라는 헤라클레스에게 미친 병이란 저주를 내렸다.

광기에 빠진 헤라클레스는 아내와 자식들을 모두 죽인다. 이후 정신이 되돌아 온 헤라클레스는 아르고리드의 왕 에우리스테우스가 명령하는 과업들을 수행하게 되었는데,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헤라클레스의 12과업'이다.


 

<헤라클레스의 12과업>


1. 네메아의 사자 물리치기. 헤라클레스는 그 가죽으로 만든 옷을 평생 입고 다닌다.

2. 레르나에 사는 머리 아홉 달린 뱀 히드라 죽이기.

3. 황금 뿔을 가진 케리네이아의 사슴 생포하기.

4. 에리만토스의 멧돼지 생포하기.

5. 30년간 단 한번도 청소한 적이 없었던 아우게이아스 왕의 마구간 청소하기.

6. 스튐팔로스의 식인새 죽이기.

7. 불을 내붐는 크레타의 황소 사냥.

8. 디오메데스왕의 식인말 잡아오기.

9. 아마존 여왕 히폴뤼테의 허리띠 가져오기.

10. 세 개의 몸을 가진 괴물 게뤼온 잡아오기.

11. 헤스페리데스의 정원에 있는 황금사과 가져오기. 헤라클레스는 이 과정에서 프로메테우스를 구해주기도 한다.

12. 지하 세계를 지키는 세 개의 머리 달린 개 케르베로스를 지상으로 데려오기.

 

 

키르베오스를 잡는 헤라클레스

 

19세기 프랑스 상징주의 화가 모로가 그린 위 그림에는 두 앙숙이 싸움을 벌이기 직전에 서로를 꼿꼿이 노려보는 장면을 소재로 했다.

이제 곧 피비린내 나는 싸움이 벌어질 참이다. 상황이 상황인 만큼 서로를 향해 시선을 고정한 이 순간은 얼음장보다 차갑다.

열두가지 난사 중에 히드라 이야기는 그 강렬한 시각적 인상 때문에 화가들 사이에서 오랫동안 인기를 누린 주제였다. 히드라는 머리가 일곱개인 물뱀으로 아르고스 근처 레르나 호수에 살았다. 이 뱀을 처치하라는 명령을 받은 헤라클레스는 뱀을 보자마자 방망이로 머리를 쳐 떨구었는데, 하나가 없어지면 그 자리에 머리 두 개가 새로 올라왔다. 궁리 끝에 헤라클레스는 충복 이올라오스로 하여금 자신이 뱀의 머리를 제거하면 뱀의 목 부위를 재빨리 불로 지지게 했다. 이렇게 기지를 발휘하여 뱀의 머리를 모두 없앨 수 있었다.


그의 상징물로는 사자 가죽은 망토처럼 걸치는 한편, 사자 머리를 헬멧처럼 썼다. 미술작품 속에서 헤라클레스가 애용하는 패션이다.

그리고 사자 가죽과 몽둥이 외에도 간혹 활과 화살, 화살통이 등장하기도 한다.


레이턴경 

알케스티스를 지키려 죽음과 씨름하는 헤라클레스, 1869~1871


 

주먹을 꽉 쥔 타나토스(죽음)의 모습에서 어떻게든 생명을 취하고자 하는 강력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그 죽음을 헤라클레스는 건장한 육체로 막아서고 있다. 흰옷의 알케스티스는 이 장사가 목숨을 걸고 그녀를 지키려 애쓰는 이유가 무엇인지, 그 순결함과 고귀함의 아우라로 조용히 웅변하고 있다. 나을 위해 스스로를 희생할 줄 아는 고귀한 영혼은 죽음과 세월마저 딛고 일어서 인류의 앞길에 영원한 빛이 되어준다.

헤라클레스는 그 빛을 지킨 것이다.


이렇게 죽음과도 대적한 헤라클레이스이건만 이 영웅도 죽음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헤라클레스는 부인의 질투로 어이없이 삶을 마감한다.


 

Guido Reni, The Rape of Dejanira,

Oil on canvas, 101.97 x 75.98 inches/259 x 193 cm

Musée du Louvre, Paris, France

 


헤라클레스는 자신의 두 번째 아내 데이아네이라와 평화롭게 살고 있었는데 어느날 아내와 여행중 강을 건너야 했다.

사공인 넷소스(켄타로우스족)에게 아내를 부탁했지만, 이 넘이 욕심을 품고 납치를 시도하자 이에 격분한 헤라클레스가 강 건너편에서 네소스에게 화살을 쏘아 맞혔는데, 죽어가면서도 자신의 피를 천조각에 받은 네소스가 이를 데이아네이라에게 '사랑의 부적'이라며 건네주었다. 네소스는 자신이 히드라의 피가 묻은 독화살에 맞았으므로 그 독피가 스며든 천조각이 언젠가는 헤라클레스에게 앙갚음을 하리라 생각했던 것이다.


 

헬라클레스의 아내 데이아네이라는 남편이 '이올레'와 사랑에 빠졌다는 소문(이 소문은 헤라클레스를 지독히도 미워했던 헤라가 만든작품이다)을 듣고 질투에 사로잡혔다. 사랑을 되찾야겠다고 결심한 그녀는 네소스에게 받은 독이 든 천조각을 남편의 예복 안쪽에 기워 남편에게 입혔다. 그 천조각을 옷에 붙여 입히면 '사랑의 묘약'이 되리라고 한 네소스의 말을 그대로 믿었기 때문이다.


 

헤라클레스는 이 독이 묻은 옷을 입음으로써 죽음의 길로 접어든다. 

그는 곧 독이 자신의 몸 속으로 퍼지는 것을 느꼈다. 특히 신들에게 제사 지내려고 붙여놓은 횃불의 열기가 독의 확산을 촉진했다.

갑작스런 고통에 나뒹굴던 헤라클레스는 마침내 옷을 찢었고, 이로 인해 살점이 옷과 함께 뜯겨 나가 뼈가 보일 지경이었다.

이러한 모습을 본 데이아네이라는 자신의 의부증이 가져온 처참한 결과를 보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자신의 죽음을 직감한 헤라클레스는 이 모든 운명을 불가피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스스로 화장단을 쌓았다. 그리고는 그 뒤에 올라가 불에 타 죽었다.


Adriaen van der Werff

Children Playing before a Hercules Group, 1687.

 

 

 영웅의 최후를 지켜보던 천상의 신들은 안타까워했다. 제우스가 육체가 없어진 자신의 아들을 하늘로 데려오겠다고 하자 다른 신들도 모두 찬성했다. 불꽃이 헤라클레스의 몸 대부분을 태워버렸지만 신성한 부분은 손상당하지 않고 도리어 새로운 생명력을 얻게 된 것이다.


 제우스는 그를 구름으로 싸고 네 마리의 말이 끄는 마차에 태워 하늘에 오르게 하여 별들 사이에 살게 하였다. 그가 하늘에 도착하였을 때 아틀라스는 짐이 더 무거워진 것같이 느껴졌다. 헤라는 헤라클레스와 화해하여 딸 '헤베'를 그와 결혼시켰다. 힘겹고 비극적인 죽음을 맞았던 영웅 헤라클레스는 길고도 험난했던 삶을 마감하고 마침내 영원한 행복을 얻게 된 것이다.


참고서적 : 신화와 미술, 성서와 미술 - 마커스 로드윅

          그림속 연인들 - 박정욱

          신화 그림으로 읽기 - 이주헌

          변신이야기 - 오비디우스//이윤기

(재미있는 신화이야기가 가득한 책들이다.

여름 휴가때 한 권정도 가방에 챙겨 넣어도 괜찮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