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그르와 들라크루아..기묘한 갈등
앵그르(좌)와 들라크루아(우)
이들은 19세기 프랑스화단에서 쌍벽을 이루던 라이벌..
신고전주의의 마지막 보루라 할 수 있는 앵그르와
낭만주의의 선봉장이라 할 수 있는 들라크루아는
특히 서로 상반된 예술세계와 삶을 살다갔기에 우리의 눈길을 끈다.
위의 앵그르와 들라크루아의 자화상을 비교해보면
두 작가의 상반되는 특성이 고스란히 나타난다.
들라크루아보다 18세 위인 앵그르의 자화상을 보면
그는 훈장과 메달을 자랑스레 단 근엄한 모습으로
79세의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높은 지위와 권력을 자랑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반면 들라크루아의 자화상은 이와 대조적이다.
우선, 자신의 지위를 과시하는 액세서리 장식이나 권력의 암시보다는
얼굴의 지적 표정과 섬세한 성격을 드러내는 묘사가 압권이다.
약간은 도도하고 냉정한 느낌의, 고상함과 감성을 겸비한 외모,
그리고 귀족적 분위기에 자유로움까지..
터키탕 (1862)
앵그르가 그동안 그려낸 목욕하는 여인들의 아름다움을
집대성했다고 할 수 있는 작품이다.
상상해서 그려낸 목욕탕에 모여 있는 나체의 여인들의 모습은
보다 더 에로틱하게 그려져 있다.
또한 네모난 캔버스가 원형으로 제작된 것도 이 그림만의 독특한 특징이다 ..
La Grand Odalisque, 1814
Musee du Louvre, Paris
목욕하는 여인
1828 캔버스에 유채 35×27cm
파리 루브르 미술관
앵그르가 그린 고전적인 주제들은 다비드의 도상학에 의존하고 있다.
그럼에도 완벽한 뎃생력과 감성을 갖춘 화가로서
다비드에게 결여되어 있는 '우아함'을 표현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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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그르와 동시대의 화가인 들라크루아도 동방에 매료되어
나른하고 에로틱한 여인을 그렸다.
앵그르와는 달리 들라크루아는 외교 사절단으로
모르코 술탄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고 이러한 동방체험은
야성과 원초적 에로티시즘이 뒤섞인 모습으로 그려내는데 상당한 영향을 주었다.
DELACROIX, Eugène
Odalisque, , 1857
Odalisque Reclining on a Divan
Oil on canvas, 1827-1828
(37.8 x 46.4 cm)
Fitzwilliam Museum, Cambridge, UK
Women of Algiers in their Apartment (알제리의 여인들)
1834, 루브르 박물관
1834년에 살롱에 출품되어 찬성과 반대 등 격한 반응을 불러일으킨 이 작품은
들라크루아의 모로코 여행의 체험에서 태어났다.
시인이지 비평가인 보들레르는 들라크루와의 작품은 멀리서 보아
무엇이 그려져 있는지 잘 알 수 없을 때에도 그 독특하게
빛나는 색채때문에 들라크루와의 작품이라는 것만은
곧 알 수 있다고 서술하고 있는데,
확실히 그의 작품에는 다른 화가의 작품에서 볼 수 없는 특이한 광채가 있다.
Eugène Delacroix. Woman with a Parrot. 1827
화면 전체에 유연하고 자연스러운 실감이 가득 차 있다.
극명하게 파고든 사실적 모델링이 없지만,
화면 가득한 부드러움 속에 여인의 육체가 나른하면서도 평화롭게 표현되어 있다.
사람들은 흔히 들라크루아를 천부적인 소질을 가진,
선의 예술가 또는 데생가라 칭하면서도
보잘 것 없는 색채화가라 부르기도 한다.
데생, 무엇보다도 인물 데생이 그에게 성취욕을 가져다 주었으며
그것이 명성을 높여주는 계기가 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가 남긴 10권의 노트에는 어린 시절 중 작품 제작상의 본질적인
모든 것을 적어 놓았는데,
그가 읽은 책들과 관심 있는 내용들이 적혀 있다.
앵그르는 들라크르와의 그림에 나타난 극적인 명암과
소란한 움직임의 화풍을 경멸했다
이들의 논쟁은 지금까지도 지속되어 왔지만
앵그르에 대한 천재성은 이미 인정되었다.
그는 이후 미술사에서 르느와르나 피카소 등 다수의 거장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으나,
정작 그 자신은 낭만주의적인 회화적 본능과
고전주의의 아카데믹한 원칙 사이에서
심한 갈등의 분열을 일으키며 생애를 마감해야 했다...
참조글 : 김광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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