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여행

아팔레스와 캄파스페..알렉산드 대왕의 애첩을 가로챈 화가

강병현 2009. 2. 2. 13:23

 

세계를 손아귀에 넣고 호령하던 왕의 여자를 보기좋게 가로챈 간 큰 남자가 있었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오늘날, '레오나르도 다빈치' 나 '라파엘로'는 옛날의 잘 나가는 화가들로 거론한다.

그럼 당연히 이들의 시대, 르네상스 시대에도 오늘날 처럼 인구에 회자되던 화가가 있었을 것이다.

바로 '아펠레스 (Apelles, B.C. 352∼308)' 라는 화가다.

당시에 '아팔레스'처럼 잘 그린다는 칭호는 최대의 찬사였다.

일례로 티치아노는 <악타이온의 죽음>을 그리고 "제 2의 아팔레스"라는 호칭을 받았다..

아펠레스는 누구인가?? 당연히  화가지..

 

티에폴로 < 캄파스페를 그리는 아펠레스 >

 아팔레스는  젊고 용맹한 알렉산더(알렉산드로스,  B.C. 356∼323 ) 대왕의 전속 화가였다.  그가 얼마나 그림을 잘 그렸냐 하면 이런 일화가 있다. 화가 여럿이 모여서 누가 말 그림을 제일 잘 그리나 내기가 붙었다. 다 그린 그림은 자기들끼리 돌아가며 심사하기로 했다. 그런데 아펠레스의 작품을 가지고는 다들 졸작이라고 입을 맞추는 것이 아닌가. 군말 없이 마구간으로 달려간 아펠레스는 숫말을  한 마리 끌고 와서는 고삐를 풀어주자  이 넘이 다른 작품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대뜸 아펠레스가 그린 암말을 향해 사정없이 돌진(?)하여  그림이 남아나지 않아서... 아쉬울 뿐이다.  ..그 정도로 그림을 잘 그렸다는 이야기다.

John William Godward (1861-1922)

Study of Campaspe

 

대왕은 섹쉬걸 록사나와 결혼하기 전에 '판카스페'라는 아름다운 애인이 있었다.

(르네상스 이후에 이 이름은 '캄파스페'로 알려진다)

그녀의 아름다운 알몸을 항상 경배수준으로 찬양하던 대왕은

 어느날 그녀의 싱싱한 육신을 영원히 남겨놓기 위해

아펠레스에게 그녀의 나신을 그리도록 명한다.

수말이 그림의 암말을 진짜인줄 알고 돌진할 정도니 캄파스페의 그림이 얼마나 황홀할 것인가..?

대왕은 엄청난 기대에 부풀어 하루 하루 그림이 완성되길 기다렸다.  

 

Apelles Painting Campaspe . 1720

 

 

그러던 어느날 그림이 잘 되어가나

싶어 화가의 작업실에 들렀던 알렉산드 대왕은

아펠레스와 캄파스페가 그림은 그리지 않고 둘이 엉켜있는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

 아름다운 그녀의 나신을 그리는 동안 화가는 그 녀를 사랑하게 되었고

 그 녀 또한 화가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던 것이다..

 
한 참을 열받은 대왕은 자신의 분노와 질투를 진정하고 이렇게 말한다.
 "아름다움을 감상하는데는 예술가인 너가 나보다 낫겠지. 내 너에게 그 녀를 주노라"
죽음의 벌을 기다리던 화가는 뜻밖의 선물(?)을 받게 된다. 

: 옛날에는 이렇게 여자를 하사품(?)으로 주기도 했단다. 여성분들 보면 열 받겠지만^^

 

Giovanni Battista Tiepolo 1696-1770

 

David, Jacques Louis 
 Apelle et Campaspe. 1814 
 

사실 그림쟁이에게 자신의 여인을 뺏앗긴 쪽팔림을 면하기 위해 미화된 면이 없잖아 있겠지만,

'폴리니우스'는 이 일을 이렇게 찬양한다.


“대왕은 화가에게 여인을 선물로 하사한다. 위대한 대왕의 너그러운 천성 탓이기도 했지만,

자신을 이기는 대왕의 자제심은 더욱 위대했고

그의 관대한 행동으로 말미암아 일찍이 대왕이 거두었던

어떤 다른 승리에 견주어 모자라지 않는 위대함을 이루었다. 이유는 이렇다.

대왕은 다름아닌 자기 자신을 이겨냈으며,

자신이 소유했던 총희뿐 아니라 그의 애정까지도 화가에게 내주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한때 자신이 소유했으나 지금은 화가의 품에 안기게 될

여인에 대한 사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접어둔 채로!”

 

Angelika Kauffmann (1741-1807)
Alexander überlässt Apelles seine Geliebte Kampaspe,
1783

 

 

 

아펠레스는 그 일이 있은 후 더욱 분발했고, 기량도 한층 무르익었다.
또 판카스페를 모델로 세우고 절정의 예술을 쏟아서 `바다 거품에서 태어나는 비너스'를 그렸다.
갓 태어난 알몸의 조형에다 어여쁜 아내에 대한 사랑을 담아서 미와 사랑의 여신을 완성한 것이다

캄파스페도 제국의 안주인 자리는 놓혔지만,

회화사상 신의 경지에 이른 화가의 아내가 되어 지금껏 회자되니 밑지는 장사는 아닐듯~.

 

Sandro Botticelli
Calumny of Apelles
1494-95. Tempera on panel, 62 x 91 cm
Galleria degli Uffizi, Florence

 
아펠레스'는 그의 그림 솜씨 덕분에 생명을 건진 일화가 있다.  

그의 재능을 시기하던 화가 '안티필로스'가 '프톨레마이오스 1세'에게

 

'아펠레스'가 왕위 전복을 꾀하였다고 위증을 하자

'아펠레스'는 그의 결백을 입증하기 위하여 자신이 등장하는 우의화를 한 점 그려

(위 그림) 왕에게 바친다.

그림을 본 왕은 그의 결백을 믿고 오히려 위증자를 처벌하게 하였다.
그림을 보자.
오른쪽 제단위의 왕에게 '안티필로스'가 온갖 모함을 하는 장면이 있고
그 아래 머리채를 잡히 남자가 끌려가면서 하늘을 향해 기도하듯 두 팔을 모아 뻗고 있다.
그 남자의 옆에 여자 둘이 서 있다. 하나는 "무지"를 상징하고, 또 다른 하나는 "시기"를 상징한다.
"모함"을 상징하는 여인이 오른 손에 횃불을 들고 남자의 머리채를 쥐고 끌고 있다.
맨 뒤에 따라오는 것이 '진실'이다.

 

Truth and Remor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