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자(列子)[完]

列子 黃帝編 [ 6 ] 지극한 믿음은 모든 것을 감내한다.

강병현 2016. 9. 5. 14:17

列子 黃帝編 [ 6 ] 지극한 믿음은 모든 것을 감내한다.

 

範氏有子曰子華(범씨유자왈자화)

범씨네 집에 자화라는 아들이 있었다.

善養私名(선양사명)

그는 세상의 재주 있는 선비들을 모아 자기 집에서 먹여 살렸다.

擧國服之(거국복지)

나라 안의 모든 백성들도 그를 우러러 보았다.

有寵於晉君(유총어진군)

또한 진나라 임금에게 총애를 받아

不仕而居三卿之右(부사이거삼경지우)

벼슬은 하고 있지도 않으면서도 고위관리들 보다 더 높은 위치에 있었다.

目所偏視(목소편시)

누구든지 자화의 눈에 한번 잘 보이면

晉國爵之(진국작지)

진 나라에서 작위를 얻을 수 있었고,

口所偏肥(구소편비)

누구든지 자화의 입에서 나쁘다는 소리가 나오게 되면

晉國黜之(진국출지)

진 나라에서는 쫓겨나게 되었다.

遊其庭者侔於朝(유기정자모어조)

그의 집에서 지내는 식객은 조정의 그것과 맞먹었다.

子華使其俠客(자화사기협객)

자화는 자기 밑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시켜

以智鄙相攻(이지비상공)

각자의 지혜로 서로 겨루게 하였고,

彊弱相凌(강약상능)

힘을 겨루게 하였다.

雖傷破於前(수상파어전)

비록 그들이 서로 힘을 자랑하다가 그의 앞에서 부상을 당하는 일이 있어도

不用介意(부용개의)

그런 것에는 전혀 개의치 않고,

終日夜以此爲戲樂(종일야이차위희낙)

밤낮으로 이런 놀이로 즐거움을 삼았다.

國殆成俗(국태성속)

마침내는 이런 놀이가 나라의 풍속처럼 되어버렸다.

禾生子伯範氏之上客(화생자백범씨지상객)

범씨의 식객 중에 화생과 자백이라는 두 사람이 있었다.

그들은 모두 자화에게 우대를 받는 사람들이었다.

出行經坰外(출항경경외)

하루는 그들이 교외로 놀러 나갔다

宿於田更商丘開之舍(숙어전갱상구개지사)

날이 저물어, 상구개의 집에 묵게 되었다.

中夜(중야)

밤이 깊어

禾生子伯二人相與言子華之名勢(화생자백이인상여언자화지명세)

화생과 자백은 서로 더불어 자화의 명성과 권세가

能使存者亡(능사존자망)

능히 존재하는 자로 하여금 멸망하게 하고

亡者存(망자존)

멸망하는 자로 하여금 존재하게 하며,

富者貧(부자빈)

또 부자를 가난하게 만들기도 하고,

貧者富(빈자부)

가난한 사람을 부자가 되게 하기도 한다.”

商丘開先窘於飢寒(상구개선군어기한)

상구개는 본래 집안이 가난하여 빈천하여 굶주리고 헐벗은 생활을 하고 있었다.

潛於牖北聽之(잠어유배청지)

그는 창 밑에서 가만히 두 사람의 이야기를 엿듣게 되었다.

因假糧荷畚之子華之門(인가량하분지자화지문)

이튿날 먹을 양식을 꾸리고 보따리를 둘러메고

子華之門徒(자화지문도)

자화의 집을 찾아가 그의 부하가 되었다.

皆世族也(개세족야)

그러나 자화의 부하들은 모두 명문귀족들이었다.

縞衣乘軒(호의승헌)

좋은 비단 옷을 입고 좋은 수레를 타고 다녔으며,

緩步闊視(완보활시)

발걸음을 천천히 옮기며 주위를 한번 둘러보곤 하였다.

顧見商丘開年老力弱(고견상구개년노력약)

상구개를 돌아보고 그의 늙고 힘이 약해 보이고,

面目黎黑(면목려흑) 衣冠不檢(의관부검)

얼굴빛도 검푸른데다가, 의관도 단정치 않은 것을 보고,

莫不眲之(막부액지)

그를 깔보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旣而狎侮欺詒(기이압모기이)

이미 친하지도 않은데 그를 속이고 모욕을 주었다.

[+]挨抌(당필애침) 亡所不爲(망소부위)

기만을 당하고, 밀치고, 때리고 하며 그에게 못하는 짓이 없었다.

高丘開常無慍容(고구개상무온용)

그러나 상구개는 항상 성내는 얼굴을 하지 않았고,

而諸客之技單(이제객지기단) 憊於戱笑(비어희소)

사람들은 재주자랑과, 익살 따위로 지쳐갈 즈음,

遂與商丘開俱乘高台(수여상구개구승고태)

어느 날 상구개는 여러 사람들에게 이끌려 높은 누대에 오르게 되었다.

於衆中漫言曰(어중중만언왈)

그 자리에서 자화가 여러 사람들에게 농담으로 말하였다.

有能自投下者賞百金(유능자투하자상백금)

누가 여기에서 뛰어내릴 사람이 있으면 상으로 황금 백 냥을 주겠다.”

衆皆競應(중개경응)

모든 사람들은 그 말에 따라 서로 뛰어내리려고 다투었다.

商丘開以爲信然(상구개이위신연)

상구개도 그 말을 굳게 믿고 그렇게 하겠다고 생각하고,

遂先投下(수선투하)

제일 먼저 뛰어내렸는데

形若飛鳥(형야비조)

그의 뛰어 내리는 모습은 마치 새가 공중을 훨훨 날아가는 것과 같았고,

揚於地(양어지)

땅에 떨어져서도

[+]骨無[+](기골무위)

아무런 상처도 입지 않았다.

範氏之黨以爲偶然(범씨지당이위우연)

그러나 범씨의 무리는 우연한 일이라 여기고,

未詎怪也(미거괴야)

아직 그것을 괴이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因復指河曲之淫隈曰(인복지하곡지음외왈)

그리하여 더러운 물가로 데리고 가서 한쪽 깊은 웅덩이를 가리키며 말하였다.

彼中有寶珠(피중유보주)

저 더러운 물 가운데 귀중한 구슬이 있다.

泳可得也(영가득야)

누구든지 헤엄쳐서 저곳에 들어가면 그것을 얻을 수가 있을 것이다.”

商丘開復從而泳之(상구개복종이영지)

상구개는 말이 떨어지자마자 물속으로 뛰어 들어가서

旣出(기출) 果得珠焉(과득주언)

그리고 거기서 나올 때는, 과연 진주를 가지고 나왔다.

衆昉同疑(중방동의)

이것을 본 많은 사람들은 그 때서야 비로소 상구개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子華昉令豫肉食衣帛之次(자화방령예육식의백지차)

그 후부터 자화도 그에게 고기반찬을 먹이고

비단옷을 입히는 사람들의 서열에 끼워 대우를 해주었다.

俄而範氏之藏大火(아이범씨지장대화)

그런 후 얼마 되지 않아 범씨 집 창고에 큰불이 났다.

子華曰(자화왈)

자화가 말하였다.

若能入火取錦者(야능입화취금자)

만일 저 불구덩이 속에 들어가서 귀중한 비단을 꺼내오는 사람이 있다면

從所得多少賞若(종소득다소상야)

꺼내온 비단의 양에 따라 상을 주겠다.”

商丘開往(상구개왕) 無難色(무난색)

상구개는 조금도 난색을 보이지 않고

入火往還(입화왕환)

불구덩이로 들어가서 비단을 꺼내 가지고 나왔다.

埃不漫(애부만) 身不焦(신부초)

그러나 이상하게도 몸에는 재도 묻지 않았고, 불에 타지도 않았다.

範氏之黨以爲有道(범씨지당이위유도)

사람들은 그가 도에 통한 사람이라 하여

乃共謝之曰(내공사지왈)

그에게 그 간의 잘못을 사과하였다.

吾不知子之有道而誕子(오부지자지유도이탄자)

우리는 선생께 도가 있는 것도 모르고 선생을 업신여겼으며,

吾不知子之神人而辱子(오부지자지신인이욕자)

선생이 신인인 줄을 모르고 선생을 모욕하였습니다.

子其愚我也(자기우아야)

선생은 우리를 어리석다고 생각하였을 것입니다.

子其聾我也(자기농아야)

귀머거리라 생각하였을 것이고,

子其盲我也(자기맹아야)

소경이라고 생각하였을 것입니다.

敢問其道(감문기도)

감히 그 도를 가르쳐주십시오.”

商丘開曰(상구개왈)

상구개가 대답하였다.

吾亡道(오망도)

나에게는 아무런 도도 없습니다.

雖吾之心亦不知所以(수오지심역부지소이)

그 까닭을 알 수 없습니다.

雖然(수연) 有一於此(유일어차)

비록 그러하나 한 가지가 있기는 있습니다.

試與子言之(시여자언지)

시험삼아 선생을 위해 그것을 말하겠습니다.

曩子二客之宿吾舍也(낭자이객지숙오사야)

얼마 전에 선생의 문하에 있는 두 손님이 우리 집에서 묵을 때

聞譽範氏之勢(문예범씨지세)

범씨 댁의 권세에 대해 하는 발을 들은 바로는

能使存者亡(능사존자망) 亡者存(망자존)

능히 산 사람을 죽일 수도 있고, 죽을 사람을 살릴 수도 있으며,

富者貧(부자빈)

부자를 가난하게 할 수도 있고,

貧者富(빈자부)

가난한 사람을 부자로 만들 수도 있다고 칭찬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吾誠之無二心(오성지무이심)

나는 그 말을 믿고 전혀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故不遠而來(고부원이내) 及來(급내)

그래서 먼 시골에서 이곳까지 와서 보니,

以子黨之言皆實也(이자당지언개실야)

참으로 전에 두 사람이 한 말이 틀리지 않았습니다.

唯恐誠之之不至(유공성지지부지)

오직 진실함에 이르지 않거나

行之之不及(항지지부급)

그것을 행함에 미치지 않게 될 것을 두려워하여,

不知形體之所措(부지형체지소조)

나의 몸둘 곳을 몰랐고,

利害之所存也(리해지소존야)

이해타산과 같은 생각은 모두 잊어버렸습니다.

心一而已(심일이이)

나의 마음은 항상 한결같았고,

物亡迕者(물망오자)

나를 방해하는 물건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如斯而已(여사이이)

이와 같을 따름입니다.

今昉知子黨之誕我(금방지자당지탄아)

그러나 지금은 비로소 선생의 부하들이 나를 기만한 것을 알게 되니,

我內藏猜慮(아내장시려) 外矜觀聽(외긍관청)

나의 마음속에는 의심이 생기게 되고, 나의 겉모양은 보고 듣는 것을 삼가게 되어,

追幸昔日之不焦溺也(추행석일지부초닉야)

지난날의 불에 타지 않았고, 물에 빠져 죽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니

怛然內熱(달연내열) 惕然震悸矣(척연진계의)

깜짝 놀라 몸에 열이 오르고 두려워서 떨려서 어쩔 줄을 모르겠습니다.

水火豈復可近哉(수화개복가근재)

앞으로는 어떻게 물과 불을 가까이 할 수 있겠습니까?”

自此之後(자차지후)

그 후부터

範氏門徒路遇乞兒馬醫(범씨문도노우걸아마의)

범씨의 문하에 있는 사람들은 길을 가다가 거지 아이나

말을 고치는 천한 사람을 만나도

弗敢辱也(불감욕야)

감히 모욕을 하지 못하였고,

必下車而揖之(필하거이읍지)

반드시 수레에서 내려 존경하는 마음으로 절을 하였다.

宰我聞之(재아문지) 以告仲尼(이고중니)

재아가 이 소문을 듣고 자기의 스승 공자에게 전하였다.

仲尼曰(중니왈)

공자게서 말하기를.

汝弗知乎(여불지호) 夫至信之人(부지신지인)

너는 아마 모를 것이다. 지극한 믿음이란

可以感物也(가이감물야)

사물을 감화시킬 수 있고,

動天地(동천지) 感鬼神(감귀신)

천지를 감동시킬 수 있고, 귀신을 울릴 수 있고,

橫六合而無逆者(횡륙합이무역자)

천하를 마음대로 돌아다녀도 그를 막을 물건이 없다.

豈但履危險入水火而已哉(개단리위험입수화이이재)

어찌 위험한 땅을 밟고 물과 불 속에 들어가는 것뿐이겠느냐?

商丘開信僞物猶不逆(상구개신위물유부역)

상구개라는 노인은 거짓을 믿고서도 그를 제지하는 물건이 없었는데,

况彼我皆誠哉(황피아개성재)

하물며 서로가 성실하게 믿을 경우에는 더 말할 것이 무엇이 있겠느냐?

小子識之(소자식지)

너는 이 말을 가슴속에 새겨 두도록 하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