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자(列子)[完]

列子 黃帝編 [ 14 ]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어렵다

강병현 2016. 9. 6. 10:42

列子 黃帝編 [ 14 ]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어렵다

 

子列子之齊(자렬자지제) 中道而反(중도이반) 遇伯昏瞀人(우백혼무인)

열자가 제나라로 가다가 도중에 되돌아오는 길에 백혼무인을 만났다.

伯昏瞀人曰(백혼무인왈)

백혼무인이 열자에게 물었다.

奚方而反(해방이반)

어디를 갔다 되돌아오는 길이냐?”

曰吾驚焉(왈오경언)

열자가 말하였다. “제나라로 가다가 놀라서 그만 되돌아오는 길입니다.”

惡乎驚(악호경)

백혼무인이 다시 물었다. “무엇 때문에 놀랐느냐?”

吾食於十漿(오식어십장)

제나라로 가는 도중에 음식을 파는 집을 열 집쯤 들렀는데,

而五漿先饋(이오장선궤)

열 집 중 다섯 집 정도에서 제게 돈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면서

나를 믿고 음식부터 내주었습니다.”

伯昏瞀人曰(백혼무인왈)

백혼무인이 말하였다.

右是則汝何爲驚已(우시즉여하위경이)

그것이 그렇게 놀랄 일이냐?”

曰夫內誠不解(왈부내성부해)

열자가 말하였다. “제 마음속에 성실성이 있는지 없는지 조차 제대로 모르면서

形諜成光(형첩성광) 以外鎭人心(이외진인심)

겉모양만으로 남에게 훌륭하게 보여 사람들의 마음을 끌고,

使人輕乎貴老(사인경호귀노) 而懠其所患(이제기소환)

또 사람들이 아직 나이 젊은 저를 노인을 대우하듯 하니 마음이 산란하였습니다.

夫漿人特爲食羹之貨無多餘之贏(부장인특위식갱지화무다여지영)

또한 음식을 파는 사람들은 이익을 위하여 밥과 국을 만들어

돈벌이를 하지만 그렇게 여유가 있지는 않습니다.

其爲利也薄(기위리야박) 其爲權也輕(기위권야경)

이익도 적고 아무 세력도 없는데

而猶若是(이유야시) 而况萬乘之主(이황만승지주)

나같이 보잘것없는 사람을 그렇게 공경하였습니다.

身勞於國(신노어국) 而智盡於事(이지진어사)

그러니 국가를 위하여 몸을 고되게 하고,

업무를 처리하는데 지혜를 쓰기에 바쁜 제나라 임금이

彼將任我以事(피장임아이사) 而效我以功(이효아이공)

저를 만나 저에게 나라 일을 맡기고 성과를 바라게 되면 큰일이라 생각되어

吾是以驚(오시이경)

두려운 마음에 바삐 돌아오는 길입니다.”

伯昏瞀人曰(백혼무인왈)

백혼무인이 말하였다.

善哉觀乎(선재관호) 汝處己(여처기)

잘 생각하였다. 너는 그렇게 처신을 잘 하여야 한다.

人將保汝矣(인장보여의)

만일 그렇지 않으면 세상 사람들이 장차 너를 훌륭하게 보아 추켜올릴 것이다.”

無幾何而往(무기하이왕)

그러나 그 일이 있은 후 몇일이 되지 않아 백혼무인이 열자의 집에 가보니

則戶外之屨滿矣(즉호외지구만의)

문 앞에 사람들의 신발이 가득하였다.

伯昏瞀人北面而立(백혼무인배면이립) 敦杖蹙之乎頤(돈장축지호이)

그는 북쪽을 향하여 짚고 왔던 지팡이를 세워놓고 그 위에 턱을 괴고

立有閒(립유한) 不言而出(부언이출)

한동안 서 있다가 아무 말 없이 나가 버렸다.

賓者以告列子(빈자이고렬자)

밖에서 손님을 안내하던 사람이 그 사실을 열자에게 알렸다.

列子提履徒跣而走(렬자제리도선이주)

열자는 신발을 신을 사이도 없이 맨 발로 달려나가

曁乎門(기호문) 問曰(문왈)

겨우 백혼무인의 집 문 앞에서 백혼무인을 만나 물었다.

先生旣來(선생기내)

선생님께서는 저희 집까지 오셨다가

曾不廢藥乎(증부폐약호)

어찌 약이 될 가르침 한마디 주시지 않으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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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혼무인이 말하였다.

已矣(이의) 吾固告汝曰(오고고여왈)

그만두어라, 이미 틀려버렸다. 내가 전에 너에게 말하기를

人將保汝(인장보여)

세상 사람들이 너를 훌륭하게 보아 추켜올리게 해서는 안 된다고 했었는데,

果保汝矣(과보여의)

오늘 너의 집을 찾아가 보니 아니나 다를까

세상 사람들이 너를 훌륭하게 보아 추켜올리고 있었다.

非汝能使人保汝(비여능사인보여)

그렇다고 네가 사람들에게 너를 훌륭하게 보아 추켜올리도록 한 것은 아니겠지만. 네가 사람들이 너를 훌륭하게 보아 추켜올리지 못하도록 하지 못한 것이다.

而汝不能使人無汝保也(이여부능사인무여보야)

다시 말하면 세상 사람들은 자기를 드러내기 위해 애쓰지만

자기를 이 세상에 드러내지 않는 것이 더욱 어려운 것이다.

而焉用之感也(이언용지감야)

너는 무엇 때문에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것이냐?

感豫出異(감예출리)

네가 사람들에게 은혜를 먼저 베풀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각각 달리 생각하여 너에게 감동되는 것이다.

且必有感也(차필유감야)

그 뿐 아니라. 사람들이 너에게 감동하게 되면

搖而本身(요이본신)

너 자신도 사람들에 의해 흔들리게 될 것이니,

又無謂也(우무위야)

도를 배우는 데는 이런 것은 아무 의미도 없는 것이다.

與汝遊者(여여유자)

너와 어울리는 사람들은 모두 너의 근본을 흔드는 사람들이지

莫汝告也(막여고야)

너에게 잘못을 충고하는 사람들은 아니다.

彼所小言(피소소언) 盡人毒也(진인독야)

그들의 간사한 말은 모두 사람에게 해로운 독이 되는 것이다.

莫覺莫悟(막각막오)

만일 네가 느끼지도 못하고 깨닫지도 못하면

何相孰也(하상숙야)

누구를 스승으로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