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자(列子)[完]

列子 黃帝編 [ 12 ] 불구덩이 속에서도 자유로운 사람

강병현 2016. 9. 6. 10:40

列子 黃帝編 [ 12 ] 불구덩이 속에서도 자유로운 사람

 

趙襄子率徒十萬(조양자률도십만) 狩於中山(수어중산)

조양자가 그의 부하 십만 명을 거느리고 중산으로 사냥을 갔다.

藉芿燔林(자잉번림)

그 무리들이 산 속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고 짐승을 잡기 위해 산림에 불을 질렀다.

扇赫百里(선혁백리)

부채살 같은 불길이 하늘을 찌를 듯 백 여리나 뻗쳤다.

有一人從石壁中出(유일인종석벽중출)

그런데 이때 한 사나이가 바위틈에서 불쑥 나오더니,

隨煙燼上下(수연신상하)

무럭무럭 타오르는 연기를 따라 공중에서 오르락내리락하고 있었다.

衆謂鬼物(중위귀물)

여러 사람들은 그것을 보고저것은 사람이 아니고 귀신이다라고 했다.

火過(화과) 徐行而出(서항이출)

그 사나이는 불길이 다 지나간 뒤에 유유한 걸어 나왔다.

若無所經涉者(야무소경섭자)

마치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한 태도였다.

襄子怪而留之(양자괴이류지) 徐而察之(서이찰지)

양자는 괴이하게 생각하여 그 사나이를 붙잡아 그의 생김새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形色七竅(형색칠규) 人也(인야)

얼굴빛은 물론이고, 두 눈과 두 귀와 코와 입, 심지어는 배꼽이나 항문까지 일곱 개의 구멍이 있었고, 틀림없는 사람이었다.

氣息音聲(기식음성) 人也(인야)

또한 숨소리와 음성도 보통 사람과 똑 같았다. 양자가 그 사나이에게 물었다.

問奚道而處石(문해도이처석) 奚道而入火(해도이입화)

무슨 방법으로 바위틈에도 들어가고, 불더미 속에도 들어갈 수 있는 것입니까?”

其人曰(기인왈)

그 사나이가 말하였다.

奚物而謂石(해물이위석) 奚物而謂火(해물이위화)

어떤 물건을 바위라 하고, 어떤 물건을 불이라 하는 것입니까?”

襄子曰(양자왈)

양자가 말하였다.

而向之所出者(이향지소출자) 石也(석야)

아까 그대가 구멍에서 나온 곳이 바위입니다.

而向之所涉者(이향지소섭자) 火也(화야)

또한 그대가 연기를 타고 공중에서 오르락내리락 한 곳이 바로 불입니다.”

其人曰(기인왈)

사나이가 말하였다.

不知也(부지야)

그렇습니까? 나는 전혀 그런 물건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모르고 있습니다.”

魏文侯聞之(위문후문지)

위나라 임금 문후가 이런 일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問子夏曰(문자하왈)

마침 자기에게 와서 벼슬을 하고 있던 공자의 제자 자하에게 물었다.

彼何人哉(피하인재)

바위틈에도 들어갈 수 있고,

불길 속에 들어가도 타지 않는 사람은 대체 어떤 인물입니까?”

子夏曰(자하왈)

자하가 말하였다.

以商所聞夫子之言(이상소문부자지언)

제가 저의 스승인 공자께 들은 말을 해 드리겠습니다.

和者大同於物(화자대동어물)

천지 사이의 화기(和氣)라는 것은 온 만물에 있어 똑같은 근원이 되는 것이다.

物無得傷閡者(물무득상애자)

이것을 얻은 사람은 어떤 물건이든 그를 해칠 수 없다.

遊金石(유금석) 蹈水火(도수화) 皆可也(개가야)

쇠와 돌 속에 들어가서 놀 수도 있고, 물과 불을 밟을 수도 있다고 하셨습니다.”

文侯曰(문후왈)

문후가 말하였다.

吾子奚不爲之(오자해부위지)

그러면 선생께서는 어째서 그런 일을 하지 않으십니까?”

子夏曰(자하왈)

자하가 말하였다.

刳心去智(고심거지)

저는 아직까지 마음을 버리고, 지혜를 버리는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商未之能(상미지능) 雖然, 試語之有暇矣(수연, 시어지유가의)

아직 수양을 더 쌓을 시간이 필요합니다.”

文侯曰(문후왈)

문후가 다시 물었다.

夫子奚不爲之(부자해부위지)

공자께서는 어째서 그런 일을 하지 않으십니까?”

子夏曰(자하왈)

자하가 말하였다.

夫子能之而能不爲者也(부자능지이능부위자야)

우리 선생님께서는 그런 일을 할 수 있지만 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文侯大說(문후대설)

문후는 자하의 말을 듣고서 크게 기뻐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