列子 黃帝編 [ 17 ] 사람에게도 짐승의 마음이 있다
粥子曰(죽자왈)
죽자가 말하였다.
欲剛必以柔守之(욕강필이유수지)
「굳세 지려고 한다면 반드시 부드러운 기운을 지녀야 하고,
欲彊必以弱保之(욕강필이약보지)
강해지려고 한다면 반드시 약한 기운을 보존하여야 한다.
積於柔必剛(적어유필강)
부드러운 기운을 쌓으면 반드시 굳세 지고,
積於弱必彊(적어약필강)
약한 기운을 쌓으면 반드시 강해진다.
觀其所積(관기소적) 以知禍福之鄕(이지화복지향)
그 사람의 기운이 쌓인 것을 보아 그의 화와 복의 근원을 알 수 있다.
彊勝不若己(강승부야기)
본래 굳세다는 것은 나보다 기운이 못한 사람을 이기는 것이다.
至於若己者剛(지어야기자강)
만일 기운이 나와 같은 사람을 만나게 되면 반드시 꺾인다.
柔勝出於己者(유승출어기자)
그러나 부드러운 기운은 나보다 나은 사람을
其力不可量(기력부가량)
이김으로 그 힘을 헤아릴 수 없다.」
老聃曰(노담왈)
노자가 말하였다.
兵彊則滅(병강즉멸) 木彊則折(목강즉절)
「군대가 강하면 멸망하고 나무가 강하면 꺾인다.
柔弱者生之徒(유약자생지도) 堅彊者死之徒(견강자사지도)
부드럽고 약한 것은 삶의 편이 되고, 굳고 강한 것은 죽음의 편이 된다.」
狀不必童(상부필동) 而智童(이지동)
사람의 형상이 반드시 같지 않으면서도 지혜가 같기도 하고,
智不必童(지부필동) 而狀童(이상동)
지혜가 반드시 같지 않으면서도 형상이 같기도 하다.
聖人取童智而遺童狀(성인취동지이유동상)
성인은 지혜가 같은 것을 취하고 형상이 같은 것은 버린다.
衆人近童狀而疏童智(중인근동상이소동지)
그런데 세상 사람들은 자기와 형상이 같은 사람은 가까이 하고,
자기와 지혜가 같은 사람은 멀리한다.
狀與我童者(상여아동자) 近而愛之(근이애지)
형상이 자기와 같은 사람은 가까이 하여 사랑하고
狀與我異者(상여아리자) 疏而畏之(소이외지)
형상이 자기와 다른 사람은 무서워하며 멀리한다.
有七尺之骸(유칠척지해) 手足之異(수족지리)
일곱 자 정도의 신체와 각각 다른 손과 발을 가지고
戴髮含齒(대발함치)
머리에는 머리칼이 나고 입에는 이가 있어서
倚而趣者(의이취자) 謂之人(위지인)
서로 의지하여 한데 어울리는 것을 사람이라고 한다.
而人未必無獸心(이인미필무수심)
그러나 사람이라고 해서 반드시 짐승의 마음이 없는 것도 아니다.
雖有獸心(수유수심) 以狀而見親矣(이상이견친의)
비록 짐승의 마음을 가졌어도 형상만 보고 서로 친근히 지낸다.
傅翼戴角(부익대각) 分牙布爪(분아포조)
날개가 있고, 뿔이 있고, 어금니와 발톱이 있어서
仰飛伏走(앙비복주) 謂之禽獸(위지금수)
공중으로 날아다니거나 땅을 기어다니는 것을 새와 짐승이라 한다.
而禽獸未必無人心(이금수미필무인심)
그러나 새와 짐승이라 해서 반드시 사람의 마음이 없는 것도 아니다.
雖有人心(수유인심) 以狀而見疏矣(이상이견소의)
비록 사람의 마음을 가졌을 지라도 형상만 보고서 서로 멀리한다.
庖犧氏女媧氏神農氏夏後氏(포희씨녀왜씨신농씨하후씨)
옛날 포희씨와 여화씨와 신농씨와 하후씨는
蛇身人面(사신인면)
모두 몸은 뱀의 몸뚱이에 얼굴은 사람의 얼굴이었으며,
牛首虎鼻(우수호비)
머리는 소의 머리이고 코는 호랑이 코여서
此有非人之狀(차유비인지상) 而有大聖之德(이유대성지덕)
그들은 사람의 형상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서도 모두 대 성인의 덕이 있었다.
夏桀殷紂魯桓楚穆(하걸은주노환초목)
하나라의 걸임금과 은나라의 주임금과
노나라의 환공과 초나라의 목공과 같은 사람들은
狀貌七竅(상모칠규) 皆同於人(개동어인)
그 생김새와 일곱 구멍이 모두 사람과 같았지만
而有禽獸之心(이유금수지심)
새와 짐승의 마음이 있었다.
而衆人守一狀以求至智(이중인수일상이구지지)
그런데 세상사람들은 사람이 하나의 형상만 잘 갖추어 있으면
곧 마음에도 지극한 지혜가 있다고 보니
未可幾也(미가기야)
그 말을 기대할 수가 없다.
黃帝與炎帝戰於阪泉之野(황제여염제전어판천지야)
황제와 염제가 판천의 들판에서 싸울 때에
帥熊羆狼豹貙虎爲前驅(수웅비낭표추호위전구)
곰과 큰곰과 이리와 표범과 호랑이 떼로 전위부대를 삼고,
鵰鶡鷹鳶爲旗幟(조갈응연위기치)
수리와 독수리와 매와 솔개 떼로 기치를 삼았으니
此以力使禽獸者也(차이력사금수자야)
이것은 다 힘으로써 새와 짐승을 마음대로 부린 사람들이었다.
堯使蘷典樂(요사기전낙) 擊石拊石(격석부석)
요임금은 기라는 악사에게 음악회를 열게 하여 돌을 쳐서 장단을 맞추니,
右獸率舞(우수률무)
온갖 짐승들이 기어들어 춤을 추었고,
簫韶九成(소소구성) 鳳皇來儀(봉황내의)
퉁소와 피리를 불어 연주를 하니 봉황새도 날아들어 춤을 추었다.
此以聲致禽獸者也(차이성치금수자야)
이것은 다 소리로 새와 짐승을 불러오게 한 것이다.
然則禽獸之心奚爲異人(연즉금수지심해위리인)
그러니 새와 짐승의 마음이 어찌 사람과 다르겠는가.
形音與人異(형음여인리)
다만 새와 짐승의 형체와 음성이 달라서
而不知接之之道焉(이부지접지지도언)
이것들과 접근하는 도리를 모를 뿐이다.
聖人無所不知(성인무소부지) 無所不通(무소부통)
성인은 알지 못하는 것이 없고, 통하지 않는 것이 없으므로
故得引而使之焉(고득인이사지언)
이런 이치를 인용하여 그것들을 부릴 수 있었던 것이다.
禽獸之智有自然與人童者(금수지지유자연여인동자)
새와 짐승의 지혜도 자연히 사람과 같은 면이 있는 것은
그것이 다 같이 살려고 하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其齊欲攝生(기제욕섭생) 亦不假智於人也(역부가지어인야)
그러나 새와 짐승은 지혜를 사람에게 빌려오지 않고 저희끼리 사는 것이다.
牝牡相偶(빈모상우) 母子相親(모자상친)
암놈과 수놈이 서로 짝을 짓고, 어미와 새끼가 서로 사랑하고,
避平依險(피평의험) 違寒就溫(위한취온)
평지를 피하여 험한 곳에 의지하고, 추운 곳을 피하여 따뜻한 곳으로 가고,
居則有羣(거즉유군)
보금자리나 굴속에 있을 때에는 떼를 지어 같이 있고,
行則有列(항즉유렬)
밖을 걸어다닐 때에는 열을 지어 같이 가고,
小者居內(소자거내) 壯者居外(장자거외)
어린것은 집안에 있고, 장성한 것은 밖에 있고,
飮則相攜(음즉상휴)
물을 마시려 할 때에는 서로 이끌고 가고,
食則鳴羣(식즉명군)
먹을 것이 있을 때에는 다른 여러 놈에게 알려 준다.
太古之時(태고지시) 則與人同處(즉여인동처) 與人竝行(여인병행)
아주 옛날에는 그것들이 사람들과 같이 살고 같이 걸어 다녔었다.
帝王之時(제왕지시)
그러나 오제와 삼왕 때에 이르러서는
始驚駭散亂矣(시경해산난의)
그것들이 비로소 놀래어 흩어지게 되었다.
逮於末世(체어말세) 隱伏逃竄(은복도찬)
그 다음 말세가 되면서부터는 사람이 무서워져서 해를 입을까 숨어
以避患害(이피환해)
엎디어 우환을 피해 살았다.
今東方介氏之國(금동방개씨지국)
동방의 개씨라는 나라에는
其國人數數解六畜之語者(기국인삭삭해륙축지어자)
동물들의 말을 잘 알아듣는 사람이 흔하다.
蓋偏知之所得(개편지지소득)
그것은 물론 대개 한편만 알 수 있는 지식이다.
太古神聖之人(태고신성지인)
아주 옛날의 신인과 성인들은
備知萬物情態(비지만물정태)
만물의 실성을 갖추어 알았었고,
悉解異類音聲(실해리류음성) 會而聚之(회이취지)
다른 종류의 음성을 알아들어서 그것들과 같이 모여 있었고,
訓而受之(훈이수지) 同於人民(동어인민)
또 그것들을 받아들여 가르침으로써 백성들과 같이 살게 하였다.
故先會鬼神魑魅(고선회귀신리매)
그러므로 성인은 먼저 귀신과 도깨비를 모아 놓았고,
次達八方人民(차달팔방인민)
그 다음에는 사면팔방의 백성들을 모아 놓고,
末聚禽獸蟲蛾(말취금수충아)
끝으로는 새와 짐승과 벌레와 나비 같은 것들을 모아놓았다.
言血氣之類(언혈기지류)
이것은 혈기가 있는 모든 동물은
心智不殊遠也(심지부수원야)
그 마음과 지혜가 사람과 그리 차이가 있지 않음을 말하는 것이다.
神聖知其如此(신성지기여차)
옛날 신인과 성인은 사람과 동물의 관계가 이런 것을 알았기 때문에
故其所敎訓者無所遺逸焉(고기소교훈자무소유일언)
그 교훈하는 것이 속속들이 가서 하나도 남김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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