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자(列子)[完]

列子 周穆王編 [ 7 ] 잊는다는 것은 귀중한 일이다

강병현 2016. 9. 9. 23:18

列子 周穆王編 [ 7 ] 잊는다는 것은 귀중한 일이다

 

宋陽里華子(송양리화자)

송나라의 양리라는 마을에 살던 화자는

中年病忘(중년병망)

중년이 되어, 무엇이든 잘 잊어버렸다.

朝取而夕忘(조취이석망)

아침에 남에게 가져온 물건을 저녁에 가서는 잊어버리고,

夕與而朝忘(석여이조망)

저녁에 남에게 준 물건은 아침이면 잊어버렸다.

在塗則忘行(재도즉망항)

길을 가다가도 어디로 가는지 방향을 잊어버렸다.

在室而忘坐(재실이망좌)

방안에 앉아 있으면서도 자기가 어디에 앉아 있는지 잊어버리기도 하였다.

今不識先(금부식선)

또한 방금 전에 한 일을 잊어버리기도 하였다.

後不識今(후부식금)

또한 내일이 되면 오늘 한 일을 잊어버리기도 하였다.

闔室毒之(합실독지)

그래서 집안사람들은 모두 이것을 근심하였다.

謁史而卜之(알사이복지) 弗占(불점)

점쟁이에게 말하여 그것을 점치게 하였으나, 점괘가 나오자 않고,

謁巫而禱之(알무이도지) 弗禁(불금)

무당에게 말하여 신께 기도를 올렸으나 병아 낫지 않았다.

謁醫而攻之(알의이공지) 弗已(불이)

의원을 찾아가서 고쳐보아도 병은 낫지 않았다.

魯有儒生(노유유생)

노나라의 한 유생이

自媒能治之(자매능치지)

자기를 소개하면서 그것을 다스릴 수 있다고 하였다.

華子之妻子以居産之半請其方(화자지처자이거산지반청기방)

화자의 처자가 그를 찾아가서 전 재산의 반이 들더라도 병을 고쳐주기를 원했다.

儒生曰(유생왈)

유생이 말하였다.

此固非封兆之所占(차고비봉조지소점)

이것은 본래가 점괘의 조짐이 점쳐지는 것이 아니고,

非祈請之所禱(비기청지소도)

무당이 신께 기도를 해서 나을 병도 아닙니다.

非藥石之所攻(비약석지소공)

또한 의원이 약을 써서 고칠 수 있는 병도 아닙니다.

吾試化其心(오시화기심) 變其慮(변기려) 庶幾其瘳乎(서기기추호)

내가 한번 그의 마음과 생각을 변화시키면 아마도 병이 고쳐질 것입니다.”

於是試露之而求衣(어시시노지이구의)

그리고는 유생이 화자의 옷을 벗기니 옷 입기를 원했고,

飢之而求食(기지이구식)

굶겨보았더니 먹기를 원했고,

幽之而求明(유지이구명)

캄캄한 방안에 있게 하였더니 밝은 데로 나가기를 원했다.

儒生欣然告其子曰(유생흔연고기자왈)

그러자 유생은 흔연히 화자의 아들에게 말하기를

疾可已也(질가이야)

병을 고칠 수 있다.

然吾之方密傳世(연오지방밀전세)

그러나 내가 병을 고치는 방법은 비밀스럽게 전해오는 것이어서

不以告人(부이고인)

함부로 사람들에게 알릴 수 없는 것입니다.”

試屛左右(시병좌우)

그 유생은 주위의 사람을 다 내보내고

獨與居室七曰(독여거실칠왈) 從之(종지)

혼자 방안에서 치료한지 칠일이 되었으나

莫知其所施爲也(막지기소시위야)

다른 사람은 그가 어떤 방법으로 병을 고치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而積年之疾(이적년지질) 一朝都除(일조도제)

그리하여 여러 해 동안 있었던 병이 하루아침에 깨끗이 다 나아버렸다

華子旣悟乃大怒(화자기오내대노)

화자는 제정신이 들어 깨어나자마자 크게 화가 나서

黜妻罰子(출처벌자)

제 아내를 내쫓고 제 아들에게 벌을 주고,

操戈逐儒生(조과축유생)

창을 손에 들고 그 유생을 잡으러 쫓아갔다.

宋人執而問其以(송인집이문기이)

지나가던 송나라 사람이 그를 붙잡고 무슨 일인지 그 까닭을 물었다.

華子曰(화자왈)

화자가 대답하였다.

曩吾忘也(낭오망야)

먼저 애가 건망증이 있을 때에는

蕩蕩然不覺天地之有無(탕탕연부각천지지유무)

나의 마음은 호탕하여 천지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고 있다가,

今頓識,旣往數十年來(금돈식,기왕삭십년내)

이제 갑자기 의식이 회복되어 모두 알게 되니, 과거 수십 년 동안의,

存亡得失哀樂好惡(존망득실애낙호악)

존망(存亡)과 득실(得失), 애락(哀樂)과 호오(好惡)가 뒤엉켜서

擾擾萬緖起矣(요요만서기의)

어지러운 탓에 만감이 일어납니다.

吾恐將來之(오공장내지)

나는 장래에 다가올 것이 두렵습니다.

存亡得失哀樂好惡之亂(존망득실애낙호악지난)

존망(存亡)과 득실(得失), 애락(哀樂)과 호오(好惡)가 나를 어지럽힐 것입니다.

吾心如此也(오심여차야)

나의 마음이 이와 같습니다.

須臾之忘(수유지망) 可復得乎(가복득호)

잠시의 건망증을, 다시 얻을 수가 있겠습니까?

子貢聞而怪之(자공문이괴지) 以告孔子(이고공자)

자공이 이 말을 듣고 괴이하게 여겨, 공자에게 고하니.

孔子曰(공자왈)

공자가 말하였다.

此非汝所及乎(차비여소급호)

그것은 너의 지식으로는 알 수 없는 일이다.”

顧謂顔回紀之(고위안회기지)

안회를 돌아다보며 말했다. “너는 이 일을 마음속에 잘 새겨 두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