列子 周穆王編 [ 5 ] 고통과 쾌락은 함께 있다
周之尹氏大治産(주지윤씨대치산)
옛날 주나라에 윤씨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경영을 잘하였다.
其下趣役者(기하취역자)
그 밑에서 노동을 하는 일꾼들은
侵晨昏而弗息(침신혼이불식)
새벽부터 저녁까지 열심히 일을 하여 도무지 쉴 사이가 없었다.
有老役夫(유노역부) 筋力竭矣(근력갈의)
그 가운데 한 늙은 일군이 있었다. 근육의 힘은 없어졌지만
而使之彌勤(이사지미근)
주인은 그에게 일을 몹시 시켰다.
晝則呻呼而卽事(주즉신호이즉사)
낮에는 힘이 들어 신음했지만 일을 하러 나갔고,
夜則昏憊而熟寐(야즉혼비이숙매)
밤에는 몸이 피로하여 잠자리에 곯아떨어지고
精神荒散(정신황산)
정신도 어지러워져 분산되었다.
昔昔夢爲國君(석석몽위국군)
그러나 그는 밤마다 꿈속에서 임금님이 되어
居人民之上(거인민지상) 總一國之事(총일국지사)
만백성의 윗자리에 앉아서 한 나라의 정사를 도맡아 보고,
遊燕宮觀(유연궁관)
여러 신하들을 앞에 놓고 연회도 열고, 또 그가 있는 궁전도 훌륭했다.
恣意所欲(자의소욕)
모든 일을 자기 마음대로 하여
其樂無比(기낙무비)
그 즐거운 생활은 이 세상에서 비할 데가 없었다.
覺則復役(각즉복역)
그러나 깨어나면 다시 일군이 되었다.
人有慰喩其懃者(인유위유기근자) 役夫曰(역부왈)
어떤 사람이 그의 고생스러운 생활을 위로해 주었다. 그 늙은 일군은 말했다.
人生百年(인생백년) 晝夜各分(주야각분)
“인생 백년을 사는 동안에 낮과 밤이 각각 반씩 차지합니다.
吾晝爲僕虜(오주위복노) 苦則苦矣(고즉고의)
나는 낮에 남의 노예가 되어 살아가는 것이 괴롭기는 하지만
夜爲人君(야위인군)
밤에는 한 나라의 임금이 되어
其樂無比(기낙무비)
그 즐거운 생활이 이 세상에서 비길 데가 없습니다.
可所怨哉(가소원재)
그러니 무슨 원망스러운 일이 있겠습니까.”
尹氏心營世事(윤씨심영세사)
윤씨는 낮에는 마음으로 세상을 경영하고,
慮鍾家業(려종가업)
그의 생각은 자기 집안 일에 기울이게 되어
心形俱疲(심형구피) 夜亦昏憊而寐(야역혼비이매)
마음과 몸이 같이 피곤하고, 밤에는 역시 잠자리에서 곯아떨어지게 되었다.
昔昔夢爲人僕(석석몽위인복) 趨走作役(추주작역)
그러나 그는 밤마다 꿈속에서 남의 노예가 되어 일터로 바삐 달려나가
無不爲也(무부위야)
무슨 일이든지 주인이 시키는 대로하지 않는 일이 없었다.
數매杖撻(수매장달) 無不至也(무부지야)
자주 꾸지람도 듣고, 종아리를 얻어맞아 무슨 매든지 맞지 않는 것이 없었다.
眠中啽囈呻呼(면중암예신호) 徹旦息焉(철단식언)
잠자는 동안에는 잠꼬대와 신음하는 소리로 밤을 세웠다.
尹氏病之(윤씨병지) 以訪其友(이방기우)
윤씨는 이것을 병으로 생각하여 하루는 그의 친구를 찾아가서 사정을 말했다.
友曰(우왈)
그의 친구가 말하였다.
若位足榮身(야위족영신)
“자네는 상당한 지위에 있어서 영화도 누리고
資財有余(자재유여)
재산도 윤택하여 생활이 남보다 훨씬 낫네.
勝人遠矣(승인원의) 夜夢爲僕(야몽위복)
그러므로 자네가 밤마다 꿈속에서 노예가 되어
苦逸之復(고일지복)
고통을 당하는 것은 인생의 고통과 안락이 서로 교체되는 자연의 질서이며,
數之常也(삭지상야)
상수(常數)라네.
若欲覺夢兼之(야욕각몽겸지)
그런데도 자네가 낮에 깨어 있을 때에 상당한 지위에 있어서
행복한 생활을 누리면서 밤에 꿈속에서도 고통스러운 생활을 면하려고 하면
豈可得邪(개가득사)
어찌 그것이 가능하겠는가.”
尹氏聞其友言(윤씨문기우언)
윤씨는 친구의 말을 들은 후부터는
寬其役夫之程(관기역부지정)
낮에 일군들에게 일을 시키는 분량을 가혹하게 하지 않고 관대하게 하였으며,
減己思慮之事(감기사려지사)
또 자기가 어떻게 하면 자기 집이 더 부자가 될까 하는 생각도 버렸다.
疾竝少閒(질병소한)
그 후로 잠잘 때에 나쁜 꿈을 꾸던 병도 차츰 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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