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자(列子)[完]

列子 湯問編 [ 20 ] 장차 어떻게 할 작정인가?

강병현 2016. 9. 16. 12:01

列子 湯問編 [ 20 ] 장차 어떻게 할 작정인가?

 

魏黑卵以暱嫌殺丘邴章(위흑난이닐혐살구병장)

위나라의 흑란이라는 사람이

사사로운 원한을 가지고 구병장이라는 사람을 죽였다.

丘邴章之子來丹謀報父之仇(구병장지자내단모보부지구)

그래서 구병장의 아들인 내단은 아버지의 원수를 갚을 것을 꾀하였다.

丹氣甚猛(단기심맹) 形甚露(형심노)

그런데 내단은 기질은 매우 사납지만, 몸뚱이는 매우 마른,

計料而食(계료이식)

밥알을 세어서 먹고,

順風而趨(순풍이추)

바람에도 날리울 정도의 소식으로 체력이 없는 사람이었다.

雖怒(수노)

그러니 비록 노하였다해도,

不能稱兵以報之(부능칭병이보지)

무기를 가지고 그에게 원수를 갚을 수 없는 형편이었다.

恥假力於人(치가력어인)

그렇지만 남의 힘을 빌린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니,

誓手劍以屠黑卵(서수검이도흑난)

칼을 잡아 그것으로써 흑란을 죽이기로 맹세하였다.

黑卵悍志絶衆(흑난한지절중)

한편 흑란의 사나운 마음은 많은 사람에 앞서고,

力抗百夫(력항백부) 筋骨皮肉(근골피육)

힘은 백 남자와 대결할 수 있을 정도로, 근육과 뼈와 살갗과 살이,

非人類也(비인류야)

다른 사람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延頸承刃(연경승인) 披胸受矢(피흉수시)

목을 늘려 칼을 받으면 칼날이 휘고, 가슴을 벌려 화살을 받으면,

鋩鍔摧屈(망악최굴) 而體無痕撻(이체무흔달)

화살이 부러져도, 몸에는 아무런 상처도 생기지 않는다.

負其材力(부기재력)

그는 그 재주와 힘을 믿고,

視來丹猶雛鷇也(시내단유추구야)

내단 보기를 어린 병아리와 같이 생각하고 있었다.

來丹之友申他曰(내단지우신타왈)

내단의 친구인 신타(申他)가 말했다.

子怨黑卵至矣(자원흑난지의)

자네가 흑란을 원망함은 지극하다.

黑卵之易子過矣(흑난지역자과의) 將奚謀焉(장해모언)

흑란의 아들을 업신여김도 지나치다. 장차 어떻게 할 것인가?”

來丹垂涕曰(내단수체왈)

내단이 눈물을 흘리며 말하였다.

願子爲我謀(원자위아모)

원컨대 자네가 나를 위해 도와 주게.”

申他曰(신타왈)

이에 신타가 말하였다.

吾聞衛孔周其祖得殷帝之寶劍(오문위공주기조득은제지보검)

내가 들으니 위나라의 공주(孔周)라는 사람은

그의 조상이 은왕조(殷王朝)제왕의 보검을 얻었는데,

一童子服之(일동자복지)

한 어린이일지라도 그 칼을 몸에 차면,

卻三軍之衆(각삼군지중)

삼군의 많은 군사라도 물리칠 수 있다고 하던데,

奚不請焉(해부청언)

어찌 그것을 청해보지 않는가?”

丹遂適衛(단수적위) 見孔周(견공주)

그 말을 듣고 내단은 마침내 위나라로 가서, 공주(孔周)를 만났다.

執僕御之禮請先納妻子(집복어지례청선납처자)

노복이나 어자의 신분으로 예를 갖추고 청하여 처자를 인질로 들이고 나서,

後言所欲(후언소욕)

공주에게 바라는 바를 말하였다.

孔周曰(공주왈)

공주가 말하였다.

吾有三劍(오유삼검) 唯子所擇(유자소택)

나에게 세 개의 칼이 있으니, 그대가 어느 것이나 마음대로 선택하시오.

皆不能殺人(개부능살인) 且先言其狀(차선언기상)

모두 사람을 죽일 수는 없는 것이니, 잠시 먼저 그 칼들의 특징을 말하겠소.

一曰含光(일왈함광)

첫째는 함광이라고 하는데,

視之不可見(시지부가견) 運之不知有(운지부지유)

그것을 보아도 볼 수가 없고, 그것을 옮기려고 해도 있는 것을 알지 못하오.

其所觸也(기소촉야) 泯然無際(민연무제)

그 닿는 데는, 분명하지 않아 끝이 없고,

經物而物不覺(경물이물부각)

물건을 끊어도 끊어진 쪽에서는 그것을 깨닫지 못하오.

二曰承影(이왈승영)

둘째는 승영이라고 하는데,

將旦昧爽之交(장단매상지교) 日夕昏明之際(일석혼명지제)

밝은 녘 어두침침할 때와, 어두워질 무렵 희미해질 때에,

北面而察之(배면이찰지)

북면하여 그것을 관찰하여 보면,

淡淡焉若有物存(담담언야유물존)

선명하게 물건의 존재가 있는 것 같지만,

莫識其狀(막식기상)

그 모양은 알 수가 없다오.

其所觸也(기소촉야) 竊竊然有聲(절절연유성)

그 닿는 데는, 은은한 소리가 들리고,

經物而物不疾也(경물이물부질야)

물건을 절단하여도 물건은 아파하지 않는다오.

三曰宵練(삼왈소련)

세 번째는 소련이라고 하는데,

方晝則見影而不見光(방주즉견영이부견광)

낮에는 그림자를 볼 수 있으나 빛을 볼 수 없고,

方夜見光而不見形(방야견광이부견형)

밤에는 빛을 볼 수 있으나 형체를 볼 수가 없다오.

其觸物也(기촉물야) 騞然而過(획연이과)

물건에 닿으면, 깨어지는 소리가 나면서 잘라지고,

隨過隨合(수과수합)

칼로 벤 자리는 다시 본래대로 잘린 자리가 합쳐지며,

覺疾而不血刃焉(각질이부혈인언)

아픔을 깨닫지만 칼날에 피가 묻지 않는다오.

此三寶者(차삼보자) 傳之十三世矣(전지십삼세의)

이 세 보검은, 13()째 전해지고 있지만,

而無施於事(이무시어사)

실제로 사용한 일이 없답니다.

匣而藏之(갑이장지) 未嘗啓封(미상계봉)

상자에 넣어서 간직하고, 아직 상자를 열어 본 일이 없소이다.”

來丹曰(내단왈)

이에 내단이 대답하였다.

雖然(수연) 吾必請其下者(오필청기하자)

비록 그렇더라도, 나는 반드시 제 3의 것인 소련을 선택하겠습니다.”

孔周乃歸其妻子(공주내귀기처자)

이에 공주(孔周)는 곧 그 처자를 돌려보내고,

與齋七日(여재칠일)

내단과 함께 재계하기 7일 만에,

晏陰之間(안음지간)

맑았다가 날씨가 흐려지는 그 때를 이용하여,

跪而授其下劍(궤이수기하검)

무릎을 꿇고 앉아 하검인 소련을 넘겨주었다.

來丹再拜受之以歸(내단재배수지이귀)

내단은 두 번 절하고 나서 그 칼을 받고 돌아갔다.

來丹遂執劍從黑卵(내단수집검종흑난)

내단은 드디어 칼을 쥐고 흑란의 뒤를 밟았다.

時黑卵之醉(시흑난지취) 偃於牖下(언어유하)

흑란이 술에 취해, 창밑에 쓰러져 있을 때를 기회로 하여,

自頸至腰三斬之(자경지요삼참지)

목에서부터 허리에 이르기 까지 세 번이나 칼로 내리쳐서 끊었다.

黑卵不覺(흑난부각)

그러나 흑란은 그것을 깨닫지 못하는 것이었다.

來丹以黑卵之死(내단이흑난지사) 趣而退(취이퇴)

내단은 흑란이 죽었으리라 생각하고, 급하게 물러 가다가,

遇黑卵之子於門(우흑난지자어문)

흑란의 아들을 문에서 만나,

擊之三下(격지삼하) 如投虛(여투허)

그를 세 번이나 내려 쳤다. 그의 행동은 허공을 치는 것과 같았으니,

黑卵之子方笑曰(흑난지자방소왈)

흑란의 아들이 웃으면서 말하였다.

汝何蚩而三招子(여하치이삼초자)

너는 무슨 장난으로 나를 세 번씩이나 부르느냐?”

來丹知劍之不能殺人也(내단지검지부능살인야) 歎而歸(탄이귀)

내단은 그 칼이 사람을 죽일 수 없음을 알고, 탄식하면서 돌아갔다.

黑卵旣醒(흑난기성) 怒其妻曰(노기처왈)

흑란은 이미 술에서 깨어나, 그 아내에게 화를 내면서 말하였다.

醉而露我(취이노아)

내가 술에 취했건만 덮어주지 않아,

使人嗌疾而腰急(사인익질이요급)

목구멍이 아프고 허리가 결리게 하느냐.”

其子曰(기자왈)

이 말을 듣고 그의 아들이 말하였다.

疇昔來丹之來(주석내단지내) 遇我於門(우아어문) 三招我(삼초아)

좀전에 내단이 와서, 문에서 저를 만나, 세 번씩이나 저를 불렀습니다.

亦使我體疾而支彊(역사아체질이지강)

저 또한 몸이 아프고 사지가 굳어집니다.

彼其厭我哉(피기염아재)

아마도 그가 우리를 저주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