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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보감 : 2.천명편(天命篇)

강병현 2007. 8. 18. 01:34
子曰(자왈), 順天者(순천자)는 存(존)하고 逆天者(역천자)는 亡(망)이니라.

 


  공자가 말하기를, 하늘에 순종하는 자는 살고, 하늘에 거역하는 자는 망한다.

 One who follows heaven survives and one who goes against heaven fai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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康節邵先生(강절소선생)이 曰(왈), 天聽(천청)이 寂無音(적무음)하니 蒼蒼何處尋(창창하처심)고. 非高亦非遠(비고역비원)이라. 都只在人心(도지재인심)이니라.

 


  강절 소선생이 말하기를, 하늘의 들으심은 고요하여 소리가 없으니 멀고도 아득한 푸른 하늘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겠는가. 높은 곳에 있는 것도 먼 곳에 있는 것도 아니고 모든 것이 다만 사람의 마음속에 있는 것이다.

 Though listening to heaven, it is quiet and there is no sound. How can heaven be found because it is somewhere distant and far away? Heaven is not distant, nor high above but it in total is within a person's heart.

 


  천명(天命)이란 참으로 동양적인 개념이다. 서양의 인격신에 비교할 때 천(天)은 도덕의 원천이요, 자연의 질서이며, 모든 실천적 행위의 준거이기도 하다. 인간사와 관계된 최상의 도리와 법칙의 표현이라고 할까. 그러므로 강절 선생이 천(天)을 인간 외부의 어느 곳도 아닌 마음속에 있는 것이라고 설명한 의도도 이해할 만하다.

 


 공자의 말은 천(天)을 좀더 알기 쉽게 신격에 비유한 것일 뿐이고‥‥. 《중용》 첫머리는 이런 말로 시작한다.

“하늘이 명하여 사람에게 부여된 것을 성(性)이라 하며, 성을 따르는 것을 도(道)라 하고, 도를 마름질하는 것을 교(敎)라 한다(天命之謂性 率性之謂道 修道之謂敎). ” 천명이란 다름 아닌 인간의 본성에 내재해 있는 것임을 단언한 구절이다. 인간의 선한 본성에 충실하게 사는 것, 이것이야말로 도덕의 근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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玄帝垂訓(현제수훈)에 曰(왈), 人間私語(인간사어)라도 天聽(천청)은 若雷(약뢰)하고 暗室欺心(암실기심)이라도 神目(신목)은 如電(여전)이니라.

 


  현제가 훈계를 내려 말하기를, 사람의 사사로운 말일지라도 하늘의 들으심은 우레와 같고, 어두운 방에서 남의 마음을 속이더라도 귀신의 눈은 번개와 같다.

 To heaven even the private whispers of a person are heard like thunder and to the eyes of a ghost deceiving other's heart even in the dark of the night is as bright as a lightning flashing.

 


  옛날 중국 후한 때의 일이다. 굳은 절개와 높은 학식으로 유명했던 양진(楊震)이 동래군 태수로 부임하게 되었다. 임지로 가는 도중에 창읍이란 현(縣)에서 하룻밤을 머물렀다. 밤이 되자 그곳 현령인 왕밀이 찾아와 양진에게 금덩이를 뇌물로 바쳤다. 양진이 한사코 거절하자 왕밀은 “한밤중이라 아는 자가 없소”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그러자 양진은 이렇게 대답했다. “하늘이 알고 귀신이 알고 내가 알고 자네가 아는데, 어찌 아는 자가 없다고 말하는가? ” 이것이 바로 ‘天知 地知 我知 子知’라는 고사성어의 유래이다.


비밀은 있을 수 없다. 더구나 악행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이 구절은 세상에 감출 수 있는 일이란 아무것도 없음을 명심하고 자신의 행동과 말을 더욱 경계하라는 뜻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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益智書(익지서)에 云(운), 惡(악관)이 若滿(약만)이면 天必誅之(천필주지)니라.

 


  《익지서》에 이르기를, 만일 악한 마음이 가득차면 하늘은 반드시 벌을 줄 것이다.

 If a heart is filled to the brim with evil, heaven will surely mete out its punishment.

 


  사람의 마음속에 악한 생각이 가득차 있으면 언젠가는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뜻이다. 이 구절을 보니 존 스타인벡의 대작 《에덴의 동쪽》이 생각난다.

 


 성서 창세기 속의 원죄론을 테마로 한 이 소설에는 두 가지 인간형이 등장한다. 신의 선택을 받은 선한 인간과 죄악의 굴레에 빠져 있는 인간. 후자의 인간형은 세상을 악의 소굴로만 볼뿐이며 모든 생각과 행동을 이 기준에 따라 행한다. 그의 죄악은 결국 그 자신을 파멸로 이끌지만 그것은 어느 누구의 탓도 아니요 죄악 자체가 원래부터 잉태하고 있는 결과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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莊子曰(장자왈), 若人(약인)이 作不善(작불선)하여 得顯名者(득현명자)는 人雖不害(인수불해)나 天必戮之(천필륙지)니라.

 


  장자가 말하기를, 만일 사람이 악을 행하여서 세상에 이름을 내는 자는 비록 사람이 그를 해치지 않는다 해도 하늘이 반드시 그를 죽일 것이니라.

 The person Who bandies the name to the world by doing an evil deed will surely be the first to be done in by heaven even though he does not get injured by man.

 


  옛날 중국 하나라의 걸왕은 말희라는 여인에게 빠져 방탕한 생활을 보냈다. 민심을 잃은 걸왕은 은나라의 탕왕에게 멸망당했다.


은나라의 마지막 왕인 주왕 역시 달기라는 여인에 빠져 걸왕의 전철을 밟았다. 주왕은 주지육림으로 허송하면서 충신들을 많이 죽여 신하와 백성의 원성이 자자했다. 이 때 서백(西伯)이 주왕에게 간곡히 진언했다. “은나라의 거울은 먼 데 있지 않으니, 하나라 걸왕입니다. ”그러나 주왕은 서백을 쫓아내고 학정을 계속했다. 결국 주왕은 서백의 아들 무왕의 손에 멸망당하고 주나라가 세워지게 되었다.한 사람의 행실이 선 아닌 악으로 규정된다는 것은 무서운 일이다. 일시적으로는 부귀와 영화를 누릴지라도 언젠가는 응징을 받게 마련이며, 민심도 그에게는 등을 돌리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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種瓜得瓜(종과득과)요 種豆得豆(종두득두)니 天綱(천강)이 회회(恢恢)하여 疎而不漏(소이불루)라.

 


  오이씨를 심으면 오이를 얻고 콩을 심으면 콩을 얻는다. 하늘의 그물은 넓고도 넓어서 엉성하기는 하나 결코 새지는 않는다.

 If a cucumber seed is planted, a cucumber will be harvested and if a bean is planted, a bean will be harvested. As heaven's net is wide, being wide, it is loose, but in the end not a thing gets through it.

 


  옛 선현들이 천(天)에 부여한 여러 특성 중에 법칙으로서의 천(天), 질서로서의 천(天)의 성격을 잘 드러낸 구절이다. 외심은 데 외나고 콩심은 데 콩이 나는 것과 같이, 사람이 선을 행하면 복이 오고 악을 행하면 재앙이 돌아오는 것은 하늘의 변함없는 법칙이다. 하늘이 넓고 무궁무진한 것 같아도 사소한 일 하나도 놓치지 않고 이 원리에 따라 모든 일을 돌아가게 한다는 것이다. ‘하늘의 그물이 넓고 넓어 트여 있는 것 같지만 새는 곳이 없다.’는 구절은 자주 인용이 되니 외워 둘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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子曰(자왈), 獲罪於天(획죄어천)이면 無所禱也(무소도야)니라.

 


  공자가 말하기를, 악을 행하여 하늘에 죄를 지으면 호소할 곳이 없게 된다.

 When an evil deed is done and a wrong is committed to heaven there is no place in which to seek forgiveness.

 

 

앞에서 말했듯이 ‘하늘’은 도덕의 최고 근거이자 최상의 법칙, 자연의 질서를 언어적으로 표현한 개념이다. 상대적인 차원의 선악은 더 높은 차원에서는 선이 악으로, 악이 선으로 판별될 수 있을 것이다. 가령 약을 먹이기 위해 어린애에게 거짓말을 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죄가 하늘에 닿을 정도로 악행이 쌓이면 그것은 어떤 차원에서도 변명할 수 없음을 이르는 말이다.

 

 

출처 : http://www.koreandb.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