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여행

명심보감 : 3. 순명편(順命篇)

강병현 2007. 8. 18. 01:35

子日(자왈), 死生(사생)은 有命(유명)이요 富貴(부귀)는 在天(재천)이니라.

 


  공자가 말하기를, 사람의 삶과 죽음은 하늘의 명[天命]에 달려 있고, 부자가 되고 귀하게 되는 것도 하늘의 뜻에 있다.

 Man's life and death depends upon the will of heaven as does becoming wealthy and honored.

 


  이 구절은 공자의 말이지만, 유가와 정반대 입장에 있는 장자도 인간의 뜻과는 별개인 하늘의 이치가 있음을 강조했다. 장자의 고사 중에 이런 일화가 있다.


하루는 초나라 왕이 장자에게 신하를 보내 관직을 맡아 달라고 청했다. 장자는 이렇게 물었다.“초나라에는 신령스런 거북이 있다고 들었소. 죽은 지 3천 년이 되었는 데도 왕은 거북을 비단에 싸서 묘당에 보관한다더군요. 그런데 그 거북은 이처럼 죽어서 귀하게 대접받기를 원했을까요, 아니면 진흙 속에 꼬리를 끌더라도 살기를 바랐을까요.” 신하는 “물론 진흙 속에서라도 살기를 바랐겠지요”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장자는 단호하게 말했다.“그렇다면 돌아가시오. 나는 진흙 속에서 꼬리를 끌 작정이오.”


장자는 인간의 억지 탐욕을 굴레라고 생각했다. 무위자연의 철학에 입각하여 자연의 질서에 순응하며 자연스럽게 사는 삶이야말로 가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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萬事(만사)가 分已定(분이정)이어늘 浮生(부생)이 空自忙(공자망)이니라.

 


  모든 일은 이미 분수가 정해져 있는데 덧없는 세상 사람들은 부질없이 스스로 바쁘게 움직인다.

 All matters having been already determined within their means, the transient people move busily about throughout the world by themselves in triviality.

 


  옛날에 한 선비가 위나라의 공자 모(牟)에게 “나는 장자의 말을 들었지만 정신이 아득하여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내 이론이 못 미치는 탓입니까, 아니면 내 지혜가 장자만 못한 탓입니까?”라고 물었다. “자네는 걸음걸이를 배우러 한단에 간 어느 시골 소년의 이야기를 아는가? 그 소년은 한단의 걸음걸이를 채 배우지도 못했는데 자기 나라의 걸음걸이까지 잊어버렸다네. 결국 소년은 엉금엉금 기어서 자기 나라로 돌아왔지. 자네도 즉시 돌아가지 않으면 장자의 도를 알기도 전에 자네 본래의 학문도 잊어버리고, 자네의 변설마저 잃고 말 걸세.”선비는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달아나 버렸다.


이처럼 자신의 능력과 분수는 생각지 않고 여기저기 한눈만 팔아서는 성공할 수 없다. 남들이 뭐라 하든 묵묵히 한 우물을 파는 사람이 마지막에 결실을 맛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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景行錄(경행록)에 云(운)하였으되 禍不可倖免(화불가행면)이요 福不可再求(복불가재구)니라.

 


  《경행록》에 이르기를, 화는 요행스럽게 면할 수 없고, 복은 두 번 구할 수 없다.

 Misfortune cannot be avoided fortunately and good fortune cannot be found a second time.

 


  중상주의자(重商主義者)로 유명한 17세기 프랑스 정치가 콜베르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옛날 프랑스의 어느 포목점에 한 점원이 있었다. 어느 날 그가 호텔에 묵고 있는 한 은행가에게 옷감을 팔았는데, 값을 잘못 알아 돈을 배나 받은 것이었다. 점원은 주인의 만류도 뿌리치고 호텔로 돌아가 사과하고는 돈을 돌려주고 돌아왔다.


포목점 주인은 점원의 정직함을 나무라며 해고해 버렸다. 그런데 이튿날 은행가가 점원의 집으로 찾아왔다. 자기 때문에 일자리를 잃었으니 은행에서 일해 보라는 권유였다. 점원은 파리로 가서 은행원이 되었는데, 타고난 성실함과 정직함을 밑천으로 크게 성공했다는 이야기다. 그 점원이 바로 루이 14세 때 재무장관에 오른 콜베르이다. 화를 복으로 바꾼 경우란 바로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하지만 이런 일이 요행으로만 가능하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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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來風送王閣(시래풍송등왕각)이요 運退雷轟薦福碑(운퇴뢰굉천복비)라.

 


  운이 좋아 좋은 때가 오면 바람이 일어나 등왕각으로 보내 주지만 운이 따르지 않으면 천복비에도 벼락이 떨어진다.

 When an incident of good luck comes, the wind blows one to Deng Wong Pavilion but if good luck does not follow, the thunder will strike the Chien Fu stone marker(the object to get in Deng Wang Pavilion to come true one's dream).

 


  내용을 정리하면 당나라 왕발(王勃)은 망당산 신령의 현몽을 얻어 순풍을 만나 배를 타고 하룻밤 사이에 남창칠백리를 가서 등왕각 천복비에 서문을 지어 그 이름이 천하에 떨쳤다. 구래공의 문객 한 사람이 지극히 가난하였는데 어떤 이가 천복비를 탁본해다가 주면 후한 보상을 하겠다고 하므로 가난한 이 사람은 천신만고 갖은 고생 끝에 수천리를 애써 갔으나 그날 밤에 폭풍이 몰아치고 벼락이 쳐서 천복비를 깨뜨려 버렸으므로 그 가난한 선비의 행운이 깨져 버리고 말았다는 이야기가 얽힌 비석이다. 등왕각은 장강(양자강) 유역의 남창(南昌)에 있는 정자이다. 이 정자의 낙성식에 참여해 <등왕각서>를 지은 왕발의 이야기가 흥미롭다.


그는 낙성식이 있기 이틀 전에 꿈속에서 한 노인을 만나 등왕각 서문을 지으라는 계시를 받았다. 하지만 그가 있던 동정호에서 등왕각까지는 칠백리가 넘는 거리였다. 도저히 하루만에 갈 수 없었음에도 그는 배에 올랐다. 때마침 불어온 순풍을 타고 그는 하루만에 등왕각에 도착했다. 그리고는 일필휘지로 <등왕각서>를 지었다. 이때 그의 나이는 불과 14세. 사람들은 왕발의 젊은 패기와 용기를 칭송했다. 이처럼 운명이란 용기를 잃지 않고 도전하는 자의 편에 선다.


송나라 때 한 가난한 선비가 재상의 부탁을 받고 천복비의 탁본에 나섰다. 선비는 엄청난 사례비에 눈이 어두워 명필 구양순이 썼다는 천복비를 찾아갔다. 하지만 난데없는 벼락이 떨어져 천복비와 함께 선비의 꿈도 깨어지고 말았다.


이 선비는 자신의 본분인 학업을 포기하고 재물을 쫓다가 하늘의 화를 자초했다. 예나 지금이나 본분을 잊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사람만이 하늘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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列子曰(열자왈), 痴聾痼(치롱고아)도 家豪富(가호부)요 智慧聰明(지혜총명)도 却受貧(각수빈)이라. 年月日時(연월일시)가 該載定(해재정)하니 算來由命不由人(산래유명불유인)이니라.

 


  열자가 말하기를, 어리석고 귀먹고 고질이 있고 벙어리여도 집은 큰 부자이고, 지혜롭고 총명해도 오히려 가난하다. 운명은 해와 달과 날과 시간이 정해져 있으니 따지고 보면 빈부는 사람 때문이 아니라 하늘의 뜻에 달려 있다.

 It happens that even though one happens to be foolish, deaf, dumb and have a chronic disease, one's house is wealthy, and even though one is wise and sagacious, one's house is poor. Since it is the year(sun), the month(moon), the day and the time that determine the human fate in seeing the real difference, wealth and poverty depend on the will of heaven, not on the person.

 


  어느 날 장자는 남루한 차림으로 위나라 혜왕을 만났다. 그 차림새에 놀란 혜왕이 “선생은 어찌 그처럼 피폐하십니까?”라고 물었다. 장자는 부끄러운 기색도 없이 이렇게 말했다. “선비가 도덕을 실천하지 않아서 피폐한 것이지, 의복이 낡았다고 피폐한 것은 아닙니다. 그것은 가난한 것일 뿐이지요.” 이를 일컬어 때를 만나지 못했다고 합니다.


나무를 타는 원숭이가 곧고 좋은 나무를 만나면 그 가지를 붙들고 기세를 뽐낼 수 있어 아무리 활의 명수라도 쏘아 맞추지 못합니다. 하지만 가시 돋힌 나무를 만나면 언제나 불안과 두려움에 떨어야 합니다. 이는 위난을 당해 몸이 굳어진 게 아니라, 그 형세가 편하지 못해 능력을 충분히 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장자의 말처럼 인간은 누구나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단지 그것을 펼칠 때를 만나느냐 못 만나느냐가 다를 뿐이다. 그러나 그 때란 준비하는 사람에게만 보이는 법이다.


 


 

 

 

출처 : http://www.koreandb.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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