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여행

명심보감 : 6. 안분편(安分篇)

강병현 2007. 8. 24. 00:15
안분편(安分篇)




景行錄(경행록)에 云(운),


知足可樂(지족가락)이요 務貪則憂(무탐즉우)니라.

 

《경행록》에 이르기를, 만족함을 알면 가히 즐거울 것이요 탐욕스러움에 힘을 쓰면 곧 근심이 되느니라.

 one will be pleased when one knows one is satisfied. anxiety will surely come, when one uses force for covetousness.

 

아흔 아홉 마리 가진 목동이 한 마리 가진 목동을 시기한다는 속담처럼 사람의 욕심에는 끝이 없다. 최근에 있었던 국민의식조사 결과, 우리 국민들이 만족스런 생활을 꾸리는 데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비용이 월평균 이백팔십만 원을 넘는다는 보도가 있었다. 일인당 국민소득이 1만불을 넘어선지 얼마나 됐다고, 일년에 칠팔백만 원을 버는 사람들이 한 달에 이백팔십만 원을 쓰겠다는 꼴이다.


그러나 내 기억에는 헐벗고 배고팠던 지난날이 지금보다 물질적 불만이나 욕구가 덜했던 것 같다. 결국 지금 얼마만큼을 소유하고 있는가가 문제가 아니라 더 소유하려는 마음이 문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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知足者(지족자)는 貧賤亦樂(빈천역락)이요


不知足者(부지족자)는 富貴亦憂(부귀역우)니라.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은 가난하고 신분이 낮아도 역시 즐거우나, 만족할 줄 모르는 사람은 부자이고 신분이 귀해도 역시 근심 걱정이 많다.

 the person who knows how to be content or pleased, though not wealthy and of low social status, is happy free from anxiety and worry; whereas the person who knows not how to be content or pleased, though wealthy and of high social status, is unhappy absorbed by anxiety and worry.

 

옛날에 자기의 낮고 천한 생활이 싫어 하늘을 날고 싶어하는 거북이가 있었다. 일단 하늘에 날아오르기만 하면 훌륭한 새들과 더불어 멋진 날을 보낼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거북이는 궁리 끝에 독수리를 찾아가 나는 법을 가르쳐 주면 바다의 값진 보물을 주겠다고 말했다.

독수리는 불가능한 일이라 거절하고 싶었지만 거북이의 소원을 뿌리치지 못했다.

그래서 거북이를 높은 하늘로 데려가 잡은 발을 놓으며,“자, 어떠냐?”고 물었다. 거북이는 한 마디 대답도 못한 채 곧장 바위로 떨어져 죽고 말았다.


분수를 지키며 사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한 행복을 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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濫想(남상)은 徒傷神(도상신)이요 妄動(망동)은 反致禍(반치화)니라.

 

분수에 넘치는 생각은 다만 정신을 상하게 할 뿐이요, 함부로 하는 행동은. 오히려 재앙을 불러온다.

 overflowing in thought like building a castle in the air will have bad effects on the spirit, and reckless behavior will beckon misfortunes.

 

젊은이들이 곧잘 쓰는 말 중에 ‘주제파악’이라는 말이 있다. 쓸데 없는 꿈과 헛된 행동을 나무라는 일침이다. 자신의 능력과 위치에 대한 냉정한 판단 없이 함부로 벌이는 행동은 자기와 타인 모두에게 누가된다.

 

그러나 모든 사람에게 한 가지씩 타고난 재능은 있는 법이다. 남을 부러워하고 비교하기에 앞서 자기의 것을 소중히 여기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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知足常足(지족상족)이면 終身不辱(종신불욕)하고


知止常止(지지상지)면 終身不恥(종신불치)니라.

 


만족할 줄을 알아 늘 만족해 한다면 일생 동안 욕됨이 없을 것이며, 그칠 때를 알아 그때에 그친다면 일생 동안 부끄러움이 없다.

 one who is always content because he knows how to be content lives a lifetime without being of disgrace. one who knows when the ends come suffers no embarrassment throughout his lifetime.

 

최근 전직 대통령이 독직과 수뢰혐의로 구속되어 국민의 공분을 일으키고 있다. 나라 망신은 둘째로 치고 한푼두푼 아껴가며 알뜰하게 살아온 진짜 ‘보통사람들’의 박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파렴치한 죄목을 달고도 당당하고 특별한 수인을 보면서 사람이 저렇게까지 표리가 다를 수 있는가 의심해야 했다. 그 스스로 ‘보통사람’이라고 불리길 원했던 사람이기에 분노는 더 큰 것 같다.


아래에 인용한 구절은 이 경우에 딱 들어맞는 말이다.


“제 분수를 알고 지어지처(止於至處)하라. 마땅히 그쳐야 할 데서 알맞게 그쳐야 하늘의 화를 면할 수 있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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書(서)에 曰(왈), 滿招損(만초손)하고 謙受益(겸수익)이니라.

 

 《서경(書經)》에 이르기를, 가득 차서 넘쳐 흐르면 손실을 가져오고 겸손하면 이익을 얻게 된다.

 to fill a jar with water to the brim so that it overflows brings damage to one and one who is so modest as to be satisfied even when it does not fill to the brim acquires benefit.

 

차면 기울고 기울면 다시 차는 게 세상의 이치다. 모든 것을 다 가지겠다고 꿈꾸는 사람이 있다면 먼저 무엇이건 비워져야 다시 찰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기 바란다.


옛날에 수탉 두 마리가 암탉 한 마리를 서로 차지하려고 싸우고 있었다.얼마 후 약한 놈이 힘센 놈에게 쫓겨 덤불 속에 숨어버렸다. 의기양양해진 힘센 수탉은 높은 담에 날아올라 활개를 치면서 큰소리로 울었다. 이때 갑자기 독수리 한 마리가 나타나더니 그 놈을 채어가 버렸다. 덤불 속에 남은 수탉은 절로 암탉을 얻어 같이 살게 되었다고 한다.


성(盛)하고 가득 찬 것이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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安分吟(안분음)에 曰(왈), 安分身無辱(안분신무욕)이요


知機心自閑(지기심자한)이니 雖居人世上(수거인세상)이나


却是出(각시출) 人間(인간)이니라.

 


《안분음》에 이르기를, 편안한 마음으로 분수를 지키면 몸에 욕됨이 없을 것이고 기틀을 잘 알면 마음은 저절로 한가하니, 비록 인간 세상에서 살더라도 도리어 인간 세상을 벗어나게 된다.

if one lives a life within his means with a contented heart, disgrace will not be brought upon one and when one knows the important points well, the heart of itself will be at rest, and so it comes that though living in the complicated world of man, one is able to escape this troubled world of man.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바로 알지 못하고 상황이 변할 때마다 분수를 넘어 흔들리다 보면 그 결말은 결코 좋을 수 없을 것이다.


옛날 고려 때 아버지의 권세만 믿고 으스대던 아들이 있었다. 어느 날 아버지가 투옥되자 그 많은 혼처도 한번에 끊기고, 아들은 죄인의 자식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모두가 손가락질하는 그를 변함 없이 사랑하는 처녀가 있었다.

가난한 집안에 수수한 용모였지만 언제나 따뜻하게 그를 대해 주었다.

두 사람이 백년가약을 맺을 무렵 아버지가 갑자기 풀려나게 되어 주변에는 다시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아들은 돌변하여 가장 힘겨울 때 곁에 있어준 처녀를 버리고 부잣집 딸과 약혼을 해버렸다.그런데 얼마 못 가 새로운 죄가 밝혀진 아버지가 다시 투옥되었고, 새 약혼녀는 물론 사람들의 발길이 다시 끊어졌다. 아들은 그제야 옛 여인의 참사랑을 깨닫고 달려갔다. 하지만 그 처녀는 이미 결혼한 뒤였다.

허탈감과 회한에 빠진 아들은 시름시름 앓던 끝에 결국 죽고 말았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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子曰(자왈), 不在其位(부재기위)면 不謀其政(불모기정)이니라.

 

공자가 말하기를, 그 지위에 있지 않으면 그 직(職)에 대하여 논하지 말라.

 if one does not occupy the position, one should not talk about the work of the position concerned.

자신이 맡은 일을 성실히 해나가는 사람은 과묵하다. 결코 다른 사람의 자리를 탐내지도 않는다. 그러나 작고 보잘 것 없는 일을 자랑삼는 자일수록 남에 대한 평가는 가혹하다.


옛날에 자기 자랑을 일삼던 램프가 있었다. 하루는 밤에 반딧불이 놀러 왔다. 마루 위에 걸려 있던 램프는 태양빛보다도 자기가 더 밝다고 떠들었다. 이때 바람이 불자 램프 불은 힘없이 꺼지고 말았다. 할 말을 잃고 선 램프의 모습을 비웃으며 반딧불은 날아가 버렸다. 얼마 후 주인이 다시 램프에 불을 켜면서 조용한 말로 타일렀다.


“램프야, 잔말 말고 비추고만 있거라! 별빛은 꺼지는 일이 없지 않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