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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자韓非子 제14편第14篇 간겁시신姦劫弑臣 : 문둥이가 왕을 가련히 여긴다

강병현 2014. 8. 25. 00:01

한비자韓非子 제14편第14篇 간겁시신姦劫弑臣 : 문둥이가 왕을 가련히 여긴다

 

- 韓非子 第14篇 姦劫弑臣[9]-

 

諺曰(언왈) 厲憐王(려련왕)

속담에「문둥이가 왕을 가련히 여긴다」는 말이 있다.

此不恭之言也(차부공지언야)

이것은 불손한 말이기는 하지만

雖然(수연) 古無虛諺(고무허언) 不可不察也(부가부찰야)

그러나, 속담에는 진리가 있으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此謂劫殺死亡之主言也(차위겁살사망지주언야)

그것은 위협을 받거나 죽음을 당한 비운의 군주를 가리켜 하는 말인 것이다.

人主無法術以御其臣(인주무법술이어기신)

군주가 법술로서 신하를 통제하지 못하면

雖長年而美材(수장년이미재)

비록 그 군주가 상당한 연배이며 탁월한 인물이라 할지라도

大臣猶將得勢擅事主斷(대신유장득세천사주단)

대신은 여전히 세도를 부릴 것이며, 정무를 멋대로 처리하고

而各爲其私急(이각위기사급)

각자 사사로운 일에 열중할 것이다.

而恐父兄豪傑之士(이공부형호걸지사)

그리고 군주의 백숙부, 형제나 훌륭한 법술사가

借人主之力(차인주지력) 以禁誅於己也(이금주어기야)

군주의 힘을 빌어 자기를 못살게 굴거나 죽이지나 않을까 하여,

故弑賢長而立幼弱(고시현장이립유약)

현명하고 연장의 군주를 죽이고 어린 자식을 추대하던가

廢正的而立不義(폐정적이립부의)

또는 정당한 적자를 물리치고, 엉터리를 데려다가 군주로 추대하는 것이다.

故春秋記之曰(고춘추기지왈)

춘추에 보면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다.

楚王子圍將聘於鄭(초왕자위장빙어정) 未出境(미출경)

초나라의 왕자 위가 사절로 정나라로 출발했는데, 국경을 넘기 전에

聞王病而反(문왕병이반) 因入問病(인입문병)

초왕이 중병이라는 기별을 듣고, 급히 돌아와

以其冠纓絞王而殺之(이기관영교왕이살지)

곧 왕의 침실로 들어가 관의 끈으로 왕의 목을 졸라 죽이고

遂自立也(수자립야)

마침내 자기가 왕위에 올랐다.

齊崔杼其妻美(제최저기처미)

제나라의 최저의 아내는 미인이었다.

而莊公通之(이장공통지) 數如崔氏之室(삭여최씨지실)

그런데 장왕은 그녀와 밀통하기 위하여 종종 최씨 집을 방문했다.

及公往(급공왕) 崔子之徒(최자지도)

어느날 왕이 그 집에 갔을 때 최씨의 부하

賈擧率崔子之徒而攻公(가거률최자지도이공공)

가거는 최씨의 일당과 더불어 장왕을 습격했다.

公入室(공입실)

왕은 다른 방으로 도망치면서

請與之分國(청여지분국)

나라의 절반을 줄테니 용서해 달라고 간청했으나,

崔子不許(최자부허)

최저는 듣지 않았다.

公請自刃於廟(공청자인어묘)

그래서 종묘에서 자살할 테니 용서해 달라고 말했으나

崔子又不聽(최자우부청)

최저는 역시 듣지 않았다.

公乃走(공내주) 踰於北牆(유어북장)

어쩔 수 없이 장왕은 방에서 뛰쳐나와 도망치려고 북쪽 담을 넘으려 하는 것을

賈擧射公(가거사공)

가거가 쏘아 죽이고 말았다.

中其股(중기고) 公墜(공추)

화살은 왕의 사타구니에 명중했고, 왕이 담에서 굴러떨어지자

崔子之徒以戈斫公而死之(최자지도이과작공이사지)

최씨 일당은 도끼로 찍어 죽이고

而立其弟景公(이립기제경공)

그 아우인 경공을 왕으로 추대한 것이다.

近之所見(근지소견)

근래의 일을 예로 든다면

李兌之用趙也(리태지용조야)

이태가 조나라에서 권력을 휘두르고 있을 때에는

餓主父百日而死(아주부백일이사)

그 군주의 부친을 사구의 궁전에 유폐하여 굶기기를 백일 동안 하니 죽어버렸다.

卓齒之用齊也(탁치지용제야)

탁치가 제나라에서 권력을 휘두르고 있을 무렵

擢王之筋(탁왕지근) 懸之廟梁(현지묘량)

민왕의 목뼈를 뽑아 종묘의 기둥에 매달아 놓았더니

宿昔而死(숙석이사)

이튿날 죽었다고 한다.

故厲雖癰腫疕瘍(고려수옹종비양)

그러므로, 문둥이는 종기가 부르트고 고름이 흐르고 있기는 하지만,

上比於春秋(상비어춘추)

춘추시대의 초왕이나 장왕에 비교하면,

未至於絞頸射股也(미지어교경사고야)

들처럼 목졸려 죽음을 당하거나 사타구니를 맞아 죽지는 않았으며,

下比於近世(하비어근세)

그또 근래의 민왕들과 비교할 때

未至餓死擢筋也(미지아사탁근야)

그들처럼 굶어죽거나 목뼈를 뽑혀 죽음을 당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故劫殺死亡之君(고겁살사망지군)

그런데 위협을 당한 끝에 죽게 되는 군주들을 보면,

此其心之憂懼(차기심지우구) 形之苦痛也(형지고통야)

그 정신상의 불안과 공포, 육체상의 고통은

必甚於厲矣(필심어려의)

아무리 생각해 봐도 문둥이들 보다 심한 것이다.

由此觀之(유차관지) 雖「厲憐王」 可也. (수려련왕가야)

그러한 점에서 문둥이가 왕을 가련하다 여길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