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비자

한비자韓非子 제20편第20篇 해노解老 : 예가 복잡하게 되는 것은 내심이 빈약한 증거이다

강병현 2014. 8. 28. 15:10

한비자韓非子 제20편第20篇 해노解老 : 예가 복잡하게 되는 것은 내심이 빈약한 증거이다

 

- 한비자 제20편 解老[3]-

 

凡物不竝盛(범물부병성) 陰陽是也(음양시야)

모든 일은 동시에 성황을 이루지 못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음양이 그것이다.

理相奪予(리상탈여)

도리상 주는 일과 빼앗는 일과 같이 상반되는 관계에 있는 것이다.

威德是也(위덕시야)

가령 위세와 덕, 그러니까 형벌과 은상이다.

實厚者貌薄(실후자모박)

내실에 충실해지면 외모가 빈약하게 되는 것은

父子之禮是也(부자지례시야)

부자 사이의 예를 보면 알 수 있다.

由是觀之(유시관지) 禮繁者(례번자)

그런 점으로 볼 때, 예가 복잡하게 되는 것은

實心衰也(실심쇠야) 然則爲禮者(연칙위례자)

내심이 빈약한 증거가 된다. 따라서 예를 행한다는 것은

事通人之樸心者也(사통인지박심자야)

사람의 그대로의 진정을 상대에게 전달해야 하는데,

衆人之爲禮也(중인지위례야)

세상 사람들이 예를 행하는 것을 보면

人應則輕歡(인응칙경환) 不應則責怨(불응칙책원)

타인이 답례를 하면 기뻐하고 답례를 하지 않으면 상대를 책망한다.

今爲禮者事通人(금위례자사통인)

오늘날 예를 행하는 자는 자기 진정을 전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나,

之朴心(지박심) 而資之以相責之分(이자지이상책지분)

그 예에 서로가 책망하는 요소가 있기 때문에

能毋爭乎(능무쟁호) 有爭則亂(유쟁칙난)

결국은 싸움이 일어난다. 싸우면 혼란이 일어난다.

故曰(고왈)

그래서 노자는

夫禮者(부례자) 忠信之薄也(충신지박야)

「예는 충신(忠信)의 정이 빈약하기 때문에 비롯한 것으로서

而亂之首乎(이난지수호)

혼란의 시초가 된다」고 한 것이다.

先物行先理動之謂前識(선물항선리동지위전식)

또 일이 일어나기 전에, 혹은 도리가 확실치 않은데 행동을 하며

생각하는 것을 전식(前識)이라고 한다.

前識者(전식자) 無緣而忘意度也(무연이망의도야)

전식이란 실제상의 단서가 없는데도 엉터리로 억측하는 것을 말한다.

何以論之(하이논지) 詹何坐(첨하좌)

왜 그런가 하면 초나라의 은자 첨하를 보면 알 수 있다.

弟子侍(제자시)

그가 방안에서 제자와 함께 앉아 있었는데

有牛鳴於門外(유우명어문외) 弟子曰(제자왈)

때마침 문 밖에서 소 울음소리가 들렸다. 제자가 말했다.

是黑牛也而白在其題(시흑우야이백재기제)

“저 소는 검은 소로 이마가 희지요.”

詹何曰然(첨하왈연) 是黑牛也(시흑우야) 而白在其角(이백재기각)

첨하는 수긍했다. “그렇다. 검은 소다. 그러나 흰 것은 뿔이다.”

使人視之(사인시지)

그래서 사람을 시켜 확인해 본 결과

果黑牛而以布裹其角(과흑우이이포과기각)

과연 검은 소이기는 했으나 흰 천으로 뿔을 감싼 것이었다.

以詹子之術(이첨자지술) 嬰衆人之心(영중인지심)

이와 같은 첨하의 수로 많은 사람을 감동시키는 것은

華焉殆矣!(화언태의!)

겉치레는 화려하나 무너지기 쉬운 것이다.

故曰(고왈)

그래서 노자는

道之華也(도지화야)

「길가의 열매를 맺지 못하는 꽃」이라고 했다.

嘗試釋詹子之察(상시석첨자지찰)

가령 첨하의 억측에 의하지 않고,

而使五尺之愚童子視之(이사오척지우동자시지)

열 살 정도의 소년에게 그것을 보여주었다 하더라도,

亦知其黑牛(역지기흑우) 而以布裹其角也(이이포과기각야)

역시 그것은 검은 소일 것이고, 뿔은 흰 천으로 감쌌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故以詹子之察(고이첨자지찰)

그래서 첨하와 같은 억측은

苦心傷神(고심상신)

남의 마음을 괴롭히게 하는 효과를 얻는데 불과한 것이 된다.

而後與五尺之愚童子同功(이후여오척지우동자동공)

이것은 오척 동자의 공과 같은 것일 뿐이다.

是以曰(시이왈) 愚之首也(우지수야)

그러므로 말하기를「어리석음의 시초가 된다」고 한 것이다.

故曰(고왈)

그래서 노자는 말하기를

前識者(전식자) 道之華也(도지화야) 而愚之首也(이우지수야)

전식자는 길가의 열매 맺지 못하는 꽃으로,

「어리석음의 시초가 된다」고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