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비자

한비자韓非子 제21편第21篇 유노喩老 : 정신이 몸에서 떠나지 않아야 한다.

강병현 2014. 9. 3. 23:43

한비자韓非子 제21편第21篇 유노喩老 : 정신이 몸에서 떠나지 않아야 한다.

 

- 韓非子 第21篇 喩老[12]-

 

空竅者(공규자)

신체 가운데 구명이 있는 곳, 귀와 눈과 코와 입 등은

神明之戶牖也(신명지호유야)

정신의 창문 역할을 하는 것이지만,

耳目竭於聲色(이목갈어성색)

귀와 눈이 기분 좋은 음곡이나, 아름다운 색채에 탐닉하여 그 힘을 방비하고,

精神竭於外貌(정신갈어외모)

정신력을 외부의 사물 때문에 완전히 소모하게 되면

故中無主(고중무주) 中無主(중무주)

자기 몸을 주재할 수 없게 된다. 자기 몸의 주재자가 없어지면

則禍福雖如丘山(칙화복수여구산) 無從識之(무종식지)

화복이 산더미처럼 밀려온다 할지라도, 그것을 알 수가 없다.

故曰(고왈)

그래서 노자는

不出於戶(부출어호) 可以知天下(가이지천하)

「문에서 나가지 않고도 천하의 모습을 알며,

不窺於牖(부규어유) 可以知天道(가이지천도)

창에서 내다보지 않고도 천도를 알 수 있다(노자 제47장)」고 했다.

此言神明之不離其實也(차언신명지부리기실야)

그 의미는 정신이 자기 몸에서 떠나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

趙襄主學御於王子期(조양주학어어왕자기)

조 양자는 왕어기에게 수레 모는 방법을 배웠는데

俄而與於期逐(아이여어기축)

숙달되기도 전에 조급하게 왕어기와 경쟁하여

三易馬而三後(삼역마이삼후)

세 번이나 말을 바꾸었는데도 세 번 모두 뒤졌다.

襄主曰(양주왈)

양자가 말했다.

子之敎我御(자지교아어) 術未盡也(술미진야)

“당신은 내게 조종술을 모두 가르쳐 주지 않은 모양입니다.”

對曰(대왈)

왕어기가 대답했다.

術已盡(술이진)

“그렇지 않습니다. 전부를 가르쳐 드렸습니다.”

用之則過也(용지칙과야)

다만 용법이 다른 것 같습니다.

凡御之所貴(범어지소귀) 馬體安於車(마체안어거)

중요한 것은 말의 몸뚱이와 수레가 잘 어울려야 하고,

人心調於馬(인심조어마)

말의 기분을 잘 파악해야 빨리 달릴 수 있으며,

而後可以進速致遠(이후가이진속치원)

먼 곳까지 달릴 수 있는 것입니다.

今君後則欲逮臣(금군후칙욕체신)

제가 보기에는 뒤지면 앞지르려 초조해 하시고,

先則恐逮於臣(선칙공체어신)

또 제 앞을 달리실 때는 혹시 제가 뒤쫓아오지나 않을까 걱정을 하셨습니다.

夫誘道爭遠(부유도쟁원) 非先則後也(비선칙후야)

먼 거리를 말을 달려 경쟁을 할 경우에는 앞서거나 뒤지기 마련입니다.

而先後心皆在於臣(이선후심개재어신)

그런데도 앞서건 뒤지건 저에 대해 항상 신경 쓰고 계셨습니다.

上何以調於馬(상하이조어마)

그래서야 어찌 말의 마음을 살필 수 있겠습니까.

此君之所以後也(차군지소이후야)

따라서 어른께서는 항상 제 뒤만 쫓게 되었던 것입니다.”

白公勝慮亂(백공승려난) 罷朝(파조)

백공 승이 반란 음모에 몰두한 나머지, 조정에서 물러나와

倒杖而策銳貫顊(도장이책예관이)

지팡이를 거꾸로 짚어 그 끝의 뾰족한 쇠붙이로 턱이 찔려

血流至於地而不知(혈류지어지이부지)

피가 뚝뚝 흘러도 그것을 알지 못할 정도였다.

鄭人聞之曰(정인문지왈)

정나라 사람이 이 말을 듣고

顊之忘(이지망)

「제 턱을 잊을 정도였으니

將何爲忘哉(장하위망재)

자기 소원을 위해서는 모든 것을 잊고 있었을 것이 틀림없다」고 말했다.

故曰(고왈)

그래서 노자는

其出彌遠者(기출미원자) 其智彌少(기지미소)

「먼 곳으로 나가면 나갈수록 아는 것이 적다(노자 제47장)」고 했는데

此言智周乎遠(차언지주호원)

이것은 지(知)가 먼 곳에까지 미치게 되면

則所遺在近也(칙소유재근야)

가까이에 있는 일을 모른다는 의미인 것이다.

是以聖人無常行也(시이성인무상항야) 能並智(능병지)

그리하여 성인은 원근을 가려 일을 한다.

故曰(고왈)

그래서 노자는

不行而知(부항이지)

「가지 않고도 알 수 있다(노자 제47장)」고 한 것이다.

能並視(능병시)

또 원근을 가리지 않고 내다볼 수 있으니

故曰(고왈)

노자는 말하기를

不見而明(부견이명)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노자 제47장)」고 한 것이다.

隨時以擧事(수시이거사) 因資而立功(인자이립공)

때의 상황에 따라 일을 계획하고, 일의 타고난 성질에 따라 공을 세우며,

用萬物之能而獲利其上(용만물지능이획리기상)

만물의 능력을 사용하여 거기서 이익을 얻는다.

故曰(고왈)

그래서 노자는

不爲而成(부위이성)

「일부러 하지 않아도 성취시킬 수 있다」고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