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자(列子)[完]

列子 天瑞編 [ 13 ] 하늘이 무너질까 걱정하는 사람(杞憂)

강병현 2016. 9. 3. 14:10

列子 天瑞編 [ 13 ] 하늘이 무너질까 걱정하는 사람(杞憂)

 

杞國有人(기국유인) 憂天地崩墜(우천지붕추)

기나라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 사람은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면

身亡所寄(신망소기)

자기의 몸둘 곳이 없을까봐 늘 걱정을 하였다.

廢寢食者(폐침식자)

너무 걱정을 하다가 먹고 잠자는 것조차 하지 않게 되었다.

又有憂彼之所憂者(우유우피지소우자)

그리고 또 그 사람이 근심하는 것을 걱정하는 사람이 있었다.

因往曉之(인왕효지) ()

그래서 그 사람에게 가서 그것을 깨우쳐, 주기를

天積氣耳(천적기이)

하늘은, 기가 쌓인 것일 뿐으로

亡處亡氣(망처망기) 若屈伸呼吸(야굴신호흡)

기가 없는 곳이 없소이다. 굽히고 펴고 호흡하는 것 따위는,

終日在天中行止(종일재천중항지)

하루 종일 하늘 가운데 있어서 행하고 그치는 것이니,

柰何憂崩墜乎(내하우붕추호)

어찌하여 무너져서 떨어질 것을 근심하십니까? 하니

其人曰(기인왈)

그 사람이 말하였다.

天果積氣(천과적기)

하늘이 정말 기운이 쌓여서 된 것이라면

日月星宿不當墜邪(일월성숙부당추사)

해와 달과 별들이 떨어지지 않고 있을 수 있겠습니까?”

曉之者曰(효지자왈)

깨우치는 자가 말하였다.

日月星宿(일월성숙)

해와 달과 별들도

亦積氣中之有光耀者(역적기중지유광요자)

또한 쌓인 기운 중에 광채를 발하는 것이오.

只使墜亦不能有中傷(지사추역부능유중상)

다만 떨어지게 한다 하더라도, 어디에 부딪혀 상할 수가 있겠습니까?”

其人曰(기인왈)

걱정 많은 사람이 말하였다.

柰地壞何(내지괴하)

땅이 꺼져버리는 것은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曉者曰(효자왈)

깨우치는 자가 말했다.

地積塊耳(지적괴이) 充塞四虛(충새사허)

땅은 흙덩어리가 쌓인 것일 뿐이오, 사방에 꽉 차 있어서,

亡處亡塊(망처망괴)

흙덩이가 아닌 데가 없소이다.

若躇步跐蹈(야저보차도)

우리가 밟고 다니고 뛰어 다니는 것 따위는,

終日在地上行止(종일재지상항지)

종일 땅 위에서 걷기도 하고 서 있게 되는 것이니,

柰何憂其壞(내하우기괴)

어떻게 그것이 무너질까 걱정할 수 있겠습니까?”

其人舍然大喜(기인사연대희)

그 말을 듣고,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질까 걱정하던 사람은

근심이 풀려 크게 기뻐했고,

曉之者亦舍然大喜(효지자역사연대희)

깨우쳐 준 사람 역시 남의 걱정을 풀어주게 되어 기뻐하였다.

長廬子聞而笑曰(장려자문이소왈)

장려자가 이 말을 듣고 웃으며 말하였다.

虹蜺也(홍예야)

비가 온 뒤에 뜨는 무지개라든가,

云霧也(운무야)

수증기가 공중으로 올라가서 이루어지는 구름과 안개라든가.

風雨也(풍우야)

대기의 움직임인 바람과 비라든가,

四時也(사시야)

춘하추동 사계절과 같은 것도

此積氣之成乎天者也(차적기지성호천자야)

모두 기운이 쌓여서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山岳也(산악야)

높은 산악이라든가,

河海也(하해야)

넓은 하천과 바다라든가,

金石也(금석야)

단단한 쇠와 돌이라든가,

火木也(화목야)

나무 같은 것이라든가,

此積形之成乎地者也(차적형지성호지자야)

이 모든 것이 땅에서 이루어진 물건이다.

知積氣也(지적기야)

만일 기운이 쌓여 하늘이 이루어진 것을 알고,

知積塊也(지적괴야)

흙덩어리가 쌓여 땅이 이루어진 것을 안다면

奚謂不壞(해위부괴)

어떻게 하늘과 땅이 괴멸되지 않는다고 하겠는가?

夫天地空中之一細物(부천지공중지일세물)

하늘과 땅은 무한한 허공 가운데 있는 하나의 미세한 물건으로서

有中之最巨者(유중지최거자)

있는 것 가운데서 가장 거대한 것이다.

難終難窮(난종난궁)

그것이 무궁무진한 것도

此固然矣(차고연의)

하나의 당연한 이치이다.

難測難識(난측난식)

그것을 헤아리기도 어렵고 인식하기도 어려운 것

此固然矣(차고연의)

또한 역시 당연한 이치이다.

憂其壞者(우기괴자) 誠爲大遠(성위대원)

하늘과 땅이 괴멸할까 걱정하는 사람도 참으로 우매한 생각이고,

言其不壞者(언기부괴자) 亦爲未是(역위미시)

하늘과 땅이 괴멸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역시 옳지 못하다.

天地不得不壞(천지부득불괴)

하늘과 땅도 본래 괴멸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則會歸於壞(즉회귀어괴) 遇其壞時(우기괴시)

그것이 괴멸하게 되어 무너지고 꺼지는 날에

奚爲不憂哉(해위부우재)

어찌 걱정이 되지 않겠는가?”

子列子聞而笑曰(자렬자문이소왈)

열자가 이 말을 듣고 웃으면서 말하였다.

言天地壞者亦謬(언천지괴자역류)

하늘과 땅이 괴멸된다는 것도 잘못된 생각이고,

言天地不壞者亦謬(언천지부괴자역류)

괴멸되지 않는다는 것도 역시 잘못된 생각이다.

壞與不壞(괴여불괴) 吾所不能知也(오소부능지야)

하늘과 땅이 괴멸될지 안 될지 나는 알 수 없다.

雖然(수연)

그렇다고 하더라도

彼一也(피일야) 此一也(차일야)

그것도 하나요, 이것도 하나로서 어느 것이나 일방적인 견해이다.

(하늘과 땅이 괴멸된다 해도 마찬가지이고, 괴멸되지 않는다 해도 마찬가지이다.)

故生不知死(고생부지사)

그러므로 사람들은 살아서는 죽을 것을 모르고,

死不知生(사부지생)

죽어서는 살 것을 모른다.

來不知去(내부지거) 去不知來(거부지내)

와서는 저 세상으로 갈 줄을 모르고, 가서는 이 세상으로 올 줄을 모른다.

壞與不壞(괴여부괴) 吾何容心哉(오하용심재)

그러니 하늘과 땅이 괴멸되고 괴멸되지 않는 것과 같은 문제야

내가 무엇을 개의할 것이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