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자(列子)[完]

列子 天瑞編 [ 15 ] 인간은 자연의 도둑이다

강병현 2016. 9. 3. 14:11

列子 天瑞編 [ 15 ] 인간은 자연의 도둑이다

 

齊之國氏大富(제지국씨대부)

제나라의 국씨는 큰 부자였고,

宋之向氏大貧(송지향씨대빈)

송나라의 향씨는 무척 가난하였다.

自宋之齊(자송지제)

향씨가 송나라를 떠나 제나라로 가서

請其術(청기술)

국씨에게 부자가 되는 법을 물었다.

國氏告之曰(국씨고지왈)

국씨가 향씨에게 말하였다.

吾善爲盜(오선위도)

나는 도둑질을 잘합니다.

始吾爲盜也(시오위도야)

처음 내가 도둑질을 할 때는

一年而給(일년이급) 二年而足(이년이족)

일 년만에 나의 생활이 넉넉해질 정도였습니다. 이 년 만에는 생활이 풍족해졌고,

三年大壤(삼년대양) 自此以往(자차이왕)

삼 년이 되자 큰 부자가 되었습니다. 그로부터 그 이후에는

施及州閭(시급주려)

한 동네와 한 고을의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게 되었습니다.”

向氏大喜(향씨대희)

향씨는 이 말을 듣고 크게 기뻐하였다.

喩其爲盜之言(유기위도지언)

그러나 향씨는 부자가 되는데는 도둑질을 해야 한다는 말만 듣고

而不喩其爲盜之道(이부유기위도지도)

도둑질을 하는 방법은 묻지를 않았다.

遂踰垣鑿室(수유원착실)

향씨는 마침내 남의 집 담장을 넘어서 집안을 엿보고,

手目所及(수목소급) 亡不探也(망부탐야)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대로 훔치지 않는 물건이 없었다.

未及時(미급시) 以贓獲罪(이장획죄)

이렇게 도둑질을 한지 얼마 안 되어 도둑으로 잡혀

沒其先居之財(몰기선거지재)

벌을 받아 그가 원래 가지고 있던 재산까지 몰수당하게 되었다.

向氏以國氏之謬己也(향씨이국씨지류기야)

향씨는 국씨가 자기를 잘못되게 하였다고 생각하여

往而怨之(왕이원지)

감옥에서 나와 그에게로 달려가 그를 원망하였다.

國氏曰(국씨왈)

국씨가 물었다.

若爲盜若何(야위도야하)

당신은 도둑질을 어떻게 하였습니까?”

向氏言其狀(향씨언기상)

향씨는 지금까지 자기가 도둑질을 한 것을 자세히 말하였다.

國氏曰(국씨왈)

그러자 국씨가 말하였다.

嘻若失爲盜之道至此乎(약실위도지도지차호)

아아 당신은 도둑질하는 방법을 잃음이 이 지경에 이르렀군요?

今將告若矣(금장고야의)

장차 그대에게 그(도둑질을 하는) 방법을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吾聞天有時(오문천유시)

내가 듣기에 하늘에는 때가 있고,

地有利(지유리)

땅에는 이익이 되는 물건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吾盜天地之時利(오도천지지시리)

그래서 나는 하늘의 때와 땅의 이익물을 도둑질 하오,

云雨之滂潤(운우지방윤)

구름과 비과 넓은 땅을 윤택하게 하고,

山澤之産育(산택지산육)

산과 연못이 산물을 육성하니,

以生吾禾(이생오화) 殖吾稼(식오가)

나는 그것으로써 벼를 심어서 가꾸고, 나의 곡식을 불리면서

築吾垣(축오원) 建吾舍(건오사)

나의 담장을 쌓았습니다. 그리고 집을 세웠습니다.

陸盜禽獸(륙도금수)

육지에서는 새와 짐승을 도둑질해 왔고,

水盜魚鼈(수도어별)

물에서는 물고기와 자라를 도둑질 해왔습니다.

亡非盜也(망비도야)

도둑질이 아닌 것이 없소이다.

夫禾稼土木禽獸魚鼈(부화가토목금수어별)

대체로 곡식과 흙과 나무와 새와 짐승과 물고기와 자라 같은 것은

皆天之所生(개천지소생) 豈吾之所有(개오지소유)

다 자연이 생산한 것이니 어찌 내가 생산한 것이라 하겠습니까?

然吾盜天而亡殃(연오도천이망앙)

그런데 나는 자연의 산물을 도둑질하였으나 재앙이 없었습니다.

夫金玉珍寶谷帛財貨(부금옥진보곡백재화)

그러나 당신이 훔친 금과 옥과 진주와 보물과 곡식과 비단과 재물 같은 것은

人之所聚(인지소취) 豈天之所與(개천지소여)

사람들이 다 모은 물건입니다. 어찌 자연이 준 것이겠습니까?

若盜之而獲罪(야도지이획죄)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이 그것들을 도둑질하다 죄를 지었으니,

孰怨哉(숙원재)

누구를 원망할 수 있겠습니까?”

向氏大惑(향씨대혹)

그 말을 듣고 향씨는 크게 의심을 품게 되었다.

以爲國氏之重罔己也(이위국씨지중망기야)

국씨가 다시 자기를 속인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過東郭先生問焉(과동곽선생문언)

그는 동곽선생에게 가서 물었다.

東郭先生曰(동곽선생왈)

동곽선생이 대답하였다.

若一身庸非盜乎(야일신용비도호)

당신의 몸도 원래 자연의 물건인데, 당신은 자신의 물건으로 생각을 하니,

당신이 어찌 자연의 도둑이 아니겠습니까?

盜陰陽之和(도음양지화)

당신은 천지 음양의 화기를 도둑질 해다

以成若生(이성야생) 載若形(재야형)

당신의 생을 이룩하였고, 당신의 형체를 사사로이 소유한 것입니다.

况外物而非盜哉(황외물이비도재) 誠然(성연)

하물며 당신은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외물들을 도둑질하였으니

도둑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天地萬物不相離也(천지만물부상리야)

천지 만물은 본래 서로 떨어져서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認而有之(인이유지) 皆惑也(개혹야)

그런데 당신은 이것을 한 쪽을 떼다가 자기 사유물로 인정을 하니

이것이 모두 모순된 일입니다.

國氏之盜(국씨지도) 公道也(공도야)

국씨가 도둑질을 한 것은 공도로 한 것이어서

故亡殃(고망앙)

재앙이 없었고,

若之盜(야지도) 私心也(사심야)

당신이 도둑질을 한 것은 사심에서 나온 것이어서

故得罪(고득죄)

죄가 되는 것입니다.

有公私者(유공사자) 亦盜也(역도야)

그러나 결국은 공도와 사심이 있는 것도 도둑이고,

亡公私進(망공사진) 亦盜也(역도야)

공도와 사심이 없는 것도 모두 도둑입니다.

公公私私(공공사사) 天地之德(천지지덕)

공도는 공도이고 사심은 사심이지만 이것이 모두 천지의 큰 덕입니다.

知天地之德者(지천지지덕자) 孰爲盜邪(숙위도사)

만일 천지의 덕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를 보고 도둑질을 했다고 하고,

孰爲不盜邪(숙위부도사)

누구를 보고 도둑질을 하지 않았다고 하겠습니까?

(천지자연의 물건을 자기 사유로 하는 것도 도둑이고, 사림들이 만들어 놓은 물건을 도둑질해 자기 소유로 하는 것도 도둑입니다. 그러나 천지자연의 큰 덕으로 보면 다 마찬가지이니 누구는 도둑이라 하고 누구는 도둑이 아니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