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자(列子)[完]

列子 黃帝編 [ 1 ] 화서씨의 유토피아

강병현 2016. 9. 4. 13:41

列子 黃帝編 [ 1 ] 화서씨의 유토피아

 

黃帝卽位十有五年(황제즉위십유오년) 喜天下戴己(희천하대기)

황제(黃帝)가 즉위한지 십오년 만에 백성들이 그를 떠받들고,

養正命(양정명) 娛耳目(오이목)

자기의 수명을 지켜 오래 살게 하고, 귀와 눈을 즐겁게 하고,

供鼻口(공비구)

입과 코에는 맛있는 음식과 향이 좋은 음식으로 이바지하려 하였다.

燋然肌色皯黣(초연기색간매)

그러나 그는 나이가 너무 많아져 살결과 얼굴빛도 말라서

검푸르게 될 뿐만 아니라,

昏然五情爽惑(혼연오정상혹)

기뻐하고 성내고 슬퍼하고 사랑하고 먹고 싶어하는

욕망도 없어지고 마음도 차츰 어두워져갔다.

又十有五年(우십유오년)

즉위 한지 십오년이 되어도

憂天下之不治(우천하지부치) 竭聰明(갈총명)

천하가 잘 다스려지지 않음을 걱정하여 총명과 지혜의 힘이 다하고

進智力(진지력) 營百姓(영백성)

여러 가지 꾀를 생각해 백성을 영화롭게 하려 했으나

焦然肌色皯黣(초연기색간매)

역시 살결과 얼굴빛이 더욱 말라서 검푸르게 되고

昏然五情爽惑(혼연오정상혹)

감정작용도 잘 조절이 안 되어 마음이 어지러웠다.

黃帝乃喟然讚曰(황제내위연찬왈)

황제는 깊이 한숨을 쉬면서 말하였다.

朕之過淫矣(짐지과음의)

! 내가 너무 지나치게 음탕하였다.

養一己其患如此(양일기기환여차)

내 한 몸을 키워 가는데도 이렇게 걱정이 많고

治萬物其患如此(치만물기환여차)

또 천하 만물을 다스려 가는데도 이렇게 걱정이 많구나.”

於是放萬機(어시방만기)

황제는 마침내 후회하고 자기 자신으로 돌아와서

임금이 할 모든 정사를 포기하였다.

舍宮寢(사궁침) 去直侍(거직시)

왕의 침실도 버리고, 시녀들도 멀리하고,

徹鍾縣(철종현) 減廚膳(감주선)

쇠북 같은 악기들을 치우고, 반찬도 가짓수를 적게 하였다.

退而閒居大庭之館(퇴이한거대정지관)

그리고 넓은 뜰에 외따로 있는 작은 집으로 물러가서

齋心服形(재심복형)

마음을 가다듬고 육체의 욕망을 버리고

三月不親政事(삼월부친정사)

석 달 동안이나 정치에 관여하지 않고

晝寢而夢(주침이몽) 遊於華胥氏之國(유어화서씨지국)

한가로이 낮잠을 자다가 꿈속에서 화서씨의 나라로 여행을 갔다.

華胥氏之國在弇州之西(화서씨지국재엄주지서) 台州之北(태주지배)

화서씨의 나라는 엄주의 서쪽, 태주의 북쪽에 있었다.

不知斯齊國幾千萬里(부지사제국기천만리)

이 나라까지의 거리는 몇 천리나 되는지 헤아릴 수가 없었다.

蓋非舟四足力之所及(개비주사족력지소급)

너무 멀어서 배나 수레를 타고 갈 수도 없고 걸어갈 수도 없었다.

神遊而已(신유이이)

다만 사람의 정신이 가서 놀 수 있을 뿐이었다.

其國無帥長(기국무수장) 自然而已(자연이이)

그 나라에는 사람을 다스리는 임금도 없고 자연상태로 살뿐이었다.

其民無嗜欲(기민무기욕) 自然而已(자연이이)

백성들도 욕망이 없고, 자연히 나서 자연히 살다가 죽을 뿐이었다.

不知樂生(부지낙생)

자기가 산다는 것을 좋아할 줄도 모르고

不知惡死(부지악사)

죽는다는 것을 싫어할 줄도 모르므로,

故無夭殤(고무요상)

비명에 죽는 일도 없고, 어려서 죽는 일도 없었다.

不知親己(부지친기) 不知疏物(부지소물)

자기를 친애할 줄도 모르고, 물건을 소홀히 할 줄도 모르므로

故無愛憎(고무애증)

남을 이롭게 하고 해칠 줄도 모르고 남을 사랑하고 증오할 줄도 몰랐다.

不知背逆(부지배역) 不知向順(부지향순)

배반할 줄도 모르고 영합할 줄도 모르므로

故無利害(고무리해)

남을 이롭게 하고 해칠 줄도 몰랐다.

都無所愛惜(도무소애석) 都無所畏忌(도무소외기)

남을 사랑하고 아끼며, 남을 두려워하고 기피할 줄도 몰랐다.

入水不溺(입수부닉) 入火不熱(입화부열)

물에 들어가도 빠지지 않고, 불에 들어가도 뜨거워하지 않았다.

斫撻無傷痛(작달무상통) 指擿無痟癢(지적무소양)

매를 맞아도 아파할 줄 모르고 손끝으로 간지럽혀도 간지러워할 줄 몰랐다.

乘空如履實(승공여리실)

공중을 날아다녀도 실지로 땅에서 걸어 다니는 것과 같았다.

寢虛若處床(침허야처상)

허공에서 잠자는 것을 침상 위에 누워 있듯이 하였다.

云霧不咳其視(운무부애기시)

구름과 안개도 그들의 시각을 방해하지 못하고,

雷霆不亂其聽(뇌정부난기청)

우레 소리도 그들의 청각을 어지럽히지 못했다.

美惡不滑其心(미악부골기심)

좋고 나쁜 것도 그들의 마음을 교활하게 하지 못하였다.

山谷不躓其步(산곡부지기보)

산과 골짜기도 그들의 발걸음을 막지 못하고,

神行而已(신항이이)

다만 마음대로 걸어갈 뿐이었다.

黃帝旣寤(황제기오) 悟然自得(오연자득)

황제는 꿈에서 깨어나 뚜렷이 무엇인가 체득한 것이 있어,

召天老力牧太山稽(소천노력목태산계)

정치를 맡겼던 천로, 역목, 태산계 세 사람을 불러놓고

告之曰(고지왈)

그들에게 말하였다.

朕閒居三月(짐한거삼월)

내가 정치를 그대들에게 맡기고, 한가로이 지낸 석 달 동안

齋心服形(재심복형)

마음을 가다듬고 육체의 욕망을 버려

思有以養身治物之道(사유이양신치물지도)

몸을 수양하고 만물을 다스리려 하는 도리를 생각해 보았으나

弗獲其術(불획기술) 疲而睡(피이수)

그 방법을 얻지 못하고, 그만 몸이 지쳐 잠이 들었더니

所夢若此(소몽야차)

꿈을 꾸게 되었습니다.

今知至道不可以情求矣(금지지도부가이정구의)

지금 나는 지극한 도는 본래 사람의 감각으로는 구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朕知之矣(짐지지의) 朕得之矣(짐득지의)

나는 참으로 알고 참으로 체득하였습니다.

而不能以告若矣(이부능이고야의)

그러나 그것을 당신들에게 말로 전할 수는 없습니다.”

又二十有八年(우이십유팔년)

그 후 삼십팔 년 동안

天下大治幾若華胥氏之國(천하대치기야화서씨지국)

황체는 천하를 잘 다스려 화서씨의 나라와 거의 같이 되게 하였다.

而帝登假(이제등가)

그리고서 황제는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百姓號之(백성호지) 二百餘年不輟(이백여년부철)

그 후 이백 년 동안 백성들의 그에 대한 칭찬이 그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