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자(列子)[完]

列子 黃帝編 [ 3 ] 바람을 타고나는 열자

강병현 2016. 9. 4. 13:43

列子 黃帝編 [ 3 ] 바람을 타고나는 열자

 

列子師老商氏(렬자사노상씨) 友伯高子(우백고자)

열자가 노상씨를 스승으로 섬기고, 백고자를 벗으로 삼아

進二子之道(진이자지도) 乘風而歸(승풍이귀)

두 사람의 도를 다 배운 뒤에 바람을 타고 날아서 집으로 돌아왔다.

尹生聞之(윤생문지) 從列子居(종열자거)

윤생이라는 사람이 이 소문을 듣고 열자를 따라 다닌 지 수개월이 되었다.

數月不省舍(삭월부생사)

그동안 자기 집안의 일은 전혀 돌보지를 못하였다.

因閒請蘄其術者(인한청기기술자)

틈이 있을 때마다 열자에게 바람을 타고 다니는 술법을

가르쳐 달라고 간청을 하였으나

十反而十不告(십반이십부고)

열자는 한번도 가르쳐주지 않았다.

尹生懟而請辭(윤생대이청사)

윤생은 원한을 품고 열자에게 떠나겠다고 하였다.

列子又不命(렬자우부명)

그러나 열자는 그가 물러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尹生退數月(윤생퇴삭월) 意不已(의부이) 又往從之(우왕종지)

윤생은 허락 없이 물러 간지 두어 달 만에 다시 열자에게 갔다.

列子曰(렬자왈)

열자가 말하였다.

汝何去來之頻(여하거내지빈)

그대는 어찌하여 왔다 갔다 하십니까?”

尹生曰(윤생왈)

윤생이 대답하였다.

曩章戴有請於子(낭장대유청어자)

얼마 전에 제가 선생님께 바람 타는 방법을 여쭈었지만

子不我告(자부아고)

선생님께서는 도무지 가르쳐주시지 않았습니다.

固有憾於子(고유감어자)

그래서 선생님께 나쁜 감정을 가지고 있었는데,

今復脫然(금복탈연) 是以又來(시이우내)

지금은 그 감정이 풀어져 다시 찾아 온 것입니다.”

列子曰(렬자왈)

열자가 말하였다.

曩吾以汝爲達(낭오이여위달)

얼마 전까지 나는 당신이 도에 통달하였다고 생각하였습니다.

今汝之鄙至此乎(금여지비지차호)

그런데 이제 보니 어찌 그리 비루 하십니까?

姬將告汝所學於夫子者矣(희장고여소학어부자자의)

거기 앉으시오. 내가 나의 스승님에게 배운 것을 당신에게 들려드리겠습니다.

自吾之事夫子友若人也(자오지사부자우야인야)

내가 노상씨를 스승으로 모시고, 백고자를 벗으로 삼은 지

三年之後(삼년지후) 心不敢念是非(심부감념시비)

삼 년이 된 후에 마음으로는 옳고 그른 것을 감히 생각하지 못하였고,

口不敢言利害(구불감언리해)

입으로는 감히 이해타산에 관한 말을 하지 못할 때,

始得夫子一眄而已(시득부자일면이이)

비로소 선생님께서 한번 곁눈질로 나를 보셨습니다.

五年之後(오년지후) 心庚念是非(심경념시비)

그 후 오 년이 된 후에는 마음으로 다시 옳고 그른 것을 생각하고,

口庚言利害(구경언리해)

입으로 이해타산에 관한 말을 할 때에

夫子始一解顔而笑(부자시일해안이소)

비로소 엄하신 얼굴이 풀리어 나를 한 번 보고 웃으셨습니다.

七年之後(칠년지후)

그 후 칠 년이 지난 후에는

從心之所念庚無是非(종심지소념경무시비)

마음대로 생각하여도 옳고 그른 것을 분별할 줄 몰랐고,

從口之所言(종구지소언) 庚無利害(경무리해)

입으로 말을 해도 이해타산을 따질 줄 몰랐습니다.

夫子始一引吾竝席而坐(부자시일인오병석이좌)

그 때서야 선생님께서 나를 불러 같은 자리에 앉으셨습니다.

九年之後(구년지후) 橫心之所念(횡심지소념)

그 후 구 년이 된 뒤에는 마음대로 생각을 하고,

橫口之所言(횡구지소언)

입으로 하고 싶은 대로 말을 하여도

亦不知我之是非利害歟(역부지아지시비리해여)

나의 옳고 그른 것과 이롭고 해로운 것을 모를 뿐 아니라,

亦不知彼之是非利害歟(역부지피지시비리해여)

다른 사람의 옳고 그른 것과 이롭고 해로운 것까지 모르게 되었습니다.

亦不知夫子之爲我師(역부지부자지위아사)

또한 노상씨가 나의 스승인지 백고자가 나의 친구인지도 느낄 수가 없어

若人之爲我友(야인지위아우) 內外進矣(내외진의)

누가 나하고 더 가깝고 누가 나하고 더 먼지도 구별이 없어졌습니다.

而後眼如耳(이후안여이) 耳如鼻(이여비)

그 후에는 나의 눈이 귀인 것 같기도 하고, 나의 귀가 코인 것 같기도 하고,

鼻如口(비여구) 無不同也(무부동야)

나의 코가 입인 것 같기도 하여 모든 감각 기능이 다 한가지인 것 같았습니다.

心凝形釋骨肉都融(심응형석골육도융)

또 나의 마음은 모여 하나가 되고, 형체는 얼음 같이 풀어지고,

不覺形之所倚(부각형지소의) 足之所履(족지소리)

뼈와 살은 다 녹아버려 몸 둘 곳과 발붙일 데를 느낄 수 없게 되었습니다.

隨風東西(수풍동서)

나의 몸은 바람 부는 대로 동쪽으로 날려가기도 하고 서쪽으로 불려가기도 하여

猶木葉干殼(유목섭간각)

마치 나뭇잎이나 마른 나무 껍질이 공중에 떠다니는 것과 같아서

竟不知風乘我邪(경부지풍승아사)

마침내는 바람이 나를 태우고 있는지

我乘風乎(아승풍호)

내가 바람을 타고 있는지 도무지 느낄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今女居先生之門(금녀거선생지문)

당신은 나의 문하에 들어온 지

曾未浹時(증미협시) 而懟憾者再三(이대감자재삼)

얼마 되지도 않아 몇 번씩이나 나를 원망하고 있었습니다.

女之片體將氣所不受(녀지편체장기소부수)

그래가지고는 당신 몸에서 손가락 하나도 기운을 받을 수가 없고,

汝之一節將地所不載(여지일절장지소부재)

다리 하나도 이 땅 위에 설 수가 없습니다.

履虛乘風(리허승풍) 其可幾乎(기가기호)

어떻게 당신의 발이 허공을 밟고 바람을 타고 다니기를 바랄 수 있겠습니까.”

尹生甚怍(윤생심작) 屛息良久(병식량구) 不敢復言(부감복언)

윤생은 부끄러워 한참동안 감히 말을 더 하지 못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