晏子春秋

第一 內篇諫上(내편간상) 第五. 경공이 술을 마시면서도 천재를 구휼하지 않고, 노래를 잘하는 사람들을 불러 모으자, 안자가 간하다.

강병현 2007. 10. 15. 19:14

第一 內篇諫上(내편간상) 第五. 경공이 술을 마시면서도 천재를 구휼하지 않고, 노래를 잘하는 사람들을 불러 모으자, 안자가 간하다.

 

第五 景公飮酒(경공음주)不卹天災(불휼천재)

경공이 술을 마시면서도 천재를 구휼하지 않고,

致能歌者(치능가자)晏子諫(안자간)

노래를 잘하는 사람들을 불러 모으자, 안자가 간하다.

 

 

景公之時(경공지시), 霖雨十有七日(임우십유칠일),

경공 때에 장맛비가 열이레 동안이나 계속되었다.

 

公飮酒(공음주), 日夜相繼(일야상계).

그런데도 경공은, 술로 밤낮을 이을 정도였다.

 

晏子請發粟于民(안자천발속우민),

안자가 백성들에게 곡식을 풀어 구제하자고,

 

三請不見許(삼청불견허).

세 번이나 청하였지만 끝내 허락을 얻어내지 못하였다.

 

公命柏遽巡國(공명백거순국),

게다가 경공은 오히려 백거를 시켜 전국을 순회하면서,

 

致能歌者(치능가자).

노래 잘 부르는 자를 모아 오도록 하는 것이었다.

 

晏子聞之不說(안자문지불열),

안자는 이 소식을 듣고 불쾌한 기분을 감출 수 없었다.

 

遂分家粟于氓(수분가속우맹),

그리하여 드디어 자신의 집안 양식을 백성에게 나누어 주고,

 

致任器于陌(치임기우맥).

집안 도구들도 거리에 내놓아 사람들에게 마음대로 가져다 쓰도록 하고는,

 

徒行見公曰(도행견공왈),

자신 스스로는 걸어서 경공을 찾아가 말하였다.

 

霖雨十有七日矣(임우십유칠일의),

장마가 열 이래 동안 계속 되고 있습니다.

 

壞室鄕有數十(괴실향유수십),

집이 무너진 경우가 동네마다 수십 채가 되며,

 

飢氓里有數家(기맹리유수가),

마을마다 굶주리는 백성들이 여러 가구씩입니다.

 

百姓老弱(백성노약),

백성들 중에 노약자들은,

 

凍寒不得短褐(동한부득단갈),

추위에 떨면서 짧은 홀옷조차 얻어 입지 못하고 있으며,

 

飢餓不得糟糠(기아부득조강),

배고픔에 떨면서 조강(糟糠)조차 얻어먹지 못하고 있습니다.

 

敝撤無走(폐철무주),

피폐하여 절뚝거리며 걷기조차 힘든 자들이 찾아갈 곳이 없고,

 

四顧無告(사고무고),

사방을 둘러 보아도 하소연할 곳이 없습니다.

 

而君不恤(이군불휼).

그런데도 임금께서는 이들을 구제할 생각은 아니 하시고,

 

日夜飮酒(일야음주), 令國致樂不已(영국치락불이)

밤낮 술이나 마시면서, 나라에 노래 잘하는 자들을 구해오라 하십니다.

 

馬食府粟(마식부속),

임금이 기르는 말은 나라 창고의 곡식을 먹고 있고,

 

狗厭芻豢(구영추환),

임금이 기르는 개는 온갖 고기를 실컷 먹고 있으며,

 

三保之妾(삼보지첩),

후궁 삼실(三室)의 첩들은,

 

俱足梁肉(구족양육),

먹고 싶은 것이면 무엇이든지 풍족히 먹고 있습니다.

 

狗馬保妾(구마보첩), 不已厚乎(불이후호).

개나 말과 실첩들에게는, 이미 너무 후하게 대접하는 것은 아닙니까?

 

民氓百姓(민맹백성), 不亦薄乎(불역박호).

한편 불쌍한 백성들에게는, 너무 야박하게 대하는 것이 아닙니까?

 

故里窮而無告(고리궁이무고)

이처럼 마을을 다 돌아 다녀도 어디 하소연할 데가 없다면,

 

無樂有上矣(무락유상의).

그들은 윗사람을 좋아할 리가 없고,

 

飢餓而無告(기아이무고),

배고픔을 그 어디에도 하소연할 곳이 없다면,

 

無樂有君矣(무락유군의).

자신의 임금을 좋아할 리도 없겠지요.

 

嬰奉數之策(영봉수지책) 以隨百官(이수백관),

저(嬰)는 책(策)을 받들고 임금을 모시며, 백관들을 따르게 하는 관리로서,

 

使民飢餓窮約而無告(사민기아궁약이무고).

주린 백성들에게 궁함과 약함에 빠져도 어디 하소연할 곳도 없게 하였고,

 

使上淫湎(사상음면)失本而不恤(실본이불휼).

윗사람에게는 술에 빠져, 근본을 잃고 백성을 구제하지 못하게 하였으니,

 

嬰之罪大矣(영지죄대의).

저의 죄는 매우 크다 하겠습니다.

 

再拜稽首(재배계수),

이어서 재배하고는 머리를 조아리며,

 

請身而去(청신이거). 遂走而出(수주이출).

자신은 물러나기를 청하고는, 마침내 떠나 버리고 말았다.

 

公從之(공종지), 兼于塗而不能逮(겸우도이불능체),

경공은 그를 뒤쫓았지만, 장마의 진흙에 막혀 붙잡지를 못하였다.

 

令趣駕(영취가), 追晏子其家(추안자기가), 不及(불급),

다시 수레를 몰도록 하여 안자의 집까지 찾아 갔으나, 이미 때가 늦고 말았다.

 

粟米盡于氓(속미진우맹),

들여다 보았더니 안자 집안의 곡식들은 이미 백성들에게 다 풀어 준 뒤였고,

 

任器存于陌(임기존우맥),

도구들 조차 거리에 내놓아 마음대로 갖다 쓰도록 한 뒤였다.

 

公驅及之康內(공구급지강내).

경공은 수레를 몰아 네거리의 큰 길에 이르러서야 안자를 찾아내었다.

 

公下車從晏子曰(공하거종안자왈),

경공은 수레에서 내려 안자를 뒤쫓으며 사과 하였다.

 

寡人有罪(과인유죄), 夫子倍棄不援(부자배기불원),

제가 잘못하였소, 선생께서 저를 버리시고 도와주지 않으신다면,

 

寡人不足以有約也(과인부족이유약야),

저는 선생과 약속한 그 어떤 일도 할 수가 없소.

 

夫子不顧社稷百姓乎(부자불고사직백성호).

선생께서는 설마 사직과 백성을 전혀 염려하지 않는 것은 아니겠지요?

 

願夫子之幸存寡人(원부자지행존과인),

원컨대 선생께서는 저를 존속시켜 주시면 다행이겠소이다.

 

寡人請奉齊國之粟米財貨(과인봉제국지속미재화),

과인은 청컨대 이 제나라의 식량과 재물을,

 

委之百姓(위지백성).

다 들어 내어 백성들에게 나누어 줄 것이며,

 

多寡輕重(다과경중), 惟夫子之令(유부자지령).

그 양의 많고 적음과 무겁고 가벼움은, 오직 선생의 명에 따르겠소.

 

遂拜于途(수배우도). 晏子乃返(안자내반).

마침내 경공은 길에서 허리를 굽히는 것이었다. 안자는 그제야 되돌아 왔다.

 

命稟巡氓(명품순맹)家有布縷之本(가유포루지본)

그리고는 백성들을 순시하여, 그 집에 옷가지는 있으나,

 

而絶食者(이절식자), 使有終月之委(사유종월지위).

먹을 것이 없어 굶주린 자에게는, 한 달간의 양식을 배급토록 하며,

 

絶本之家(절본지가), 使有期年之食(사유기년지식).

집도 양식도 없이 모든 것을 잃은 집에는, 일 년치의 식량을 배급하였다.

 

無委積之氓(무위적지맹), 與之薪(여지신),

땔감조차 없는 백성에게는, 땔감까지 주어서,

 

橑使足以異霖雨(료사족이이렴우),

이 장마의 재난을 잘 견뎌낼 수 있도록 하였다.

 

令柏巡氓家室不能御者(영백순맹가실불능어자)

그리고는 백거로 하여금 백성을 순시하되 집이 무너져,

 

予之金(여지금).

의지할 곳이 없는 이에게는 자금을 주며,

 

巡求氓寡(순구맹과), 用財乏者(용재핍자), 死(사).

순시를 하며 백성들 중에, 재화가 결핍한 자들을 알아보되,

 

三日而畢(삼일이필), 后者(후자),

사흘안에 이 일을 끝내도록 하였다.

 

若不用令之罪(약불용령지죄).

만약 기한을 지키지 못하면 명령을 지키지 못한 죄를 다스릴 것이라고 경고하였다.

 

公出舍(공출사), 損肉撤酒(손육철주),

경공도 청사에 나와 고기를 줄이고 술자리도 거두었다.

 

馬不食府粟(마불식부속),

말들에게도 관고(官庫)의 식량을 먹이지 못하게 하였으며,

 

狗不食飦肉(구불식전육),

개들에게는 고기를 섞은 죽을 먹이지 못하게 하였다.

 

辟拂嗛齊(피불겸제)

거기다가 좌우 신하들의 봉록도 줄였고,

 

酒徒減賜(주도감사).

술자리를 함께하던 친한 신하들에게 내리던 상도 줄였다.

 

三日吏告畢上(삼일이고필상),

사흘이 지나자, 관리가 일을 다 마쳤다고 품고해 왔다.

 

貧氓萬七千家(빈맹만칠천가), 用粟九十七萬鍾(용속구십칠만종),

이에 가난한 빈민이 만 칠천 가구였으며, 사용된 양식은 무려 97만 종(鍾)

 

薪橑萬三千乘(신료만삼천승).

땔감은 일만삼천승이 소요되었다.

 

壞室二千七百家(괴실이천칠백가), 用金三千(용금삼천).

무너진 집은 이천칠백 가구였으며, 돈은 삼천금이 사용되었다.

 

公然后就內退食(공연후취내퇴식),

경공은 그런 연후에야 안으로 되돌아 와서는 식사도 줄이고,

 

琴瑟不張(금슬부장), 鍾鼓不陳(종고부진).

역시 금슬을 연주하거나, 종고의 음악을 펼쳐 놓는 일이 없었다.

 

晏子請(안자청)與可令歌舞(여가령가무)

안자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좌우 신하들 중에 가무로써,

 

足以留思虞者(족이류사우자)退之(퇴지),

임금의 미련을 부추길 만한 자들을 물러나게 하자고 청하였다.

 

辟拂三千(피불삼천), 謝于下陳(사우하진).

그리하여 쫓겨난 자가 3천, 이들을 명렬(名列)에서 물러나도록 하였고,

 

人侍三(인시삼), 士侍四(사시사),

임금을 가까이 모시던 사람 3명과, 선비 4명은,

 

出之關外也(출지관와야).

국경 밖으로 추방시켜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