第一 內篇諫上(내편간상) 凡二十五章
第九 景公愛嬖妾(경공애폐첩) 隨其所欲(수기소욕) 晏子諫(안자간)
경공이 폐첩을 사랑하여, 그의 요구를 들어 주자, 안자가 간하다.
翟王子羨(적왕자선) 臣于景公(신우경공)
적나라의 왕자 선이, 경공의 신하가 되겠노라고 하면서,
以重駕(이중가),
중가를 가지고 찾아와 기예를 보여 주겠다고 하였다.
公觀之而不說也(공관지이불열야),
경공은 이를 구경하였으나 별로 즐겁게 여기지 않았다.
嬖人嬰子欲觀之(폐인영자욕관지).
그러나 폐첩인 영자는 오히려 이를 구경하고 싶어하는 것이었다.
公曰(공왈),
이에 경공은 폐첩을 달래었다.
及晏子寢病也(급안자침병야),
안자가 병이 들어 누워있을 때를 기회로 삼아 구경하도록 합시다.
居囿中台上(거유중대상)以觀之(이관지).
그리고는 임원(林園)의 동산 누대 위에서, 이를 구경시켜 주었다.
嬰子說之(영자설지),
영자는 이를 보고 대단히 즐거워 하며,
因爲之請曰(인위지청왈),
이로 인하여 청하며 말하였다.
厚祿之(후록지),
그에게 후한 녹을 내리시지요.
公許諾(공허락).
경공이 허락하였다.
晏子起病而見公(안자기병이견공),
그러자 안자가 병든 몸으로 일어나 경공을 만났다.
公曰(공왈),
경공이 먼저 입을 열었다.
翟王子羨之駕(적왕자선지가),
적왕자 선의 수레 모는 솜씨를,
寡人甚說之(과인심열지),
과인은 아주 즐겁게 구경하였소이다.
請使之示乎(청사지시호).
그에게 다시 시범을 보여 구경시켜 드릴까요?
晏子曰(안자왈),
안자는 이렇게 말하였다.
駕御之事(가어지사), 臣無職焉(신무직언).
수레에 관한 일이라면, 저희 직무와 관계가 없습니다.
公曰(공왈),
경공이 다시 물었다.
寡人一樂之(과인일락지),
과인이 한 번 즐겁게 본 대가로,
是欲祿之以萬鍾(시욕록지이만종), 其足乎(기족호).
그에게 만종의 녹을 주고자 하는데, 그 정도면 족할까요?
對曰(대왈),
안자가 대답하였다.
昔衛士東野之駕也(석위사동야지가야),
지난 날 위나라의 동야라는 사람이 말을 모아 재주를 펼 때,
公說之(공열지), 嬰子不說(영자불열),
임금께서는 기뻐하였으나, 영자는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公因不說(공인불열), 遂不觀(축불관).
임금께서는 이 때문에 싫다고 하면서, 따라가 구경하지 않았습니다.
今翟王子羨之駕也(금적왕자선지가야),
그런데 지금 적나라 왕자 선이 똑같은 솜씨를 보인다고 하자,
公不說(공불열), 嬰子說(영자열),
임금께서는 즐거워하지 않으셨으나, 영자는 기뻐하였다.
公因說之(공인열지). 爲請(위청), 公許之(공허지).
이에 임금께서도 기쁘게 여기어, 영자의 요청대로, 허락해 주었습니다.
則是婦人爲制也(즉시부인위제야).
그렇다면 이것은 아녀자에게 제압당하고 있는 것입니다.
且不樂治人(차불락치인),
또한 사람을 다스리는 일에는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면서,
而樂治馬(이락치마).
말을 다스리는 일에 즐거움을 느끼며,
不厚祿賢人(불후록어부),
어진 이에게는 후한 녹을 내리지 않으면서,
而厚祿御夫(이후록어부).
말이나 부리는 마부에게는 후한 녹을 베푼다고 할 수 있습니다.
昔者先君桓公之地狹于今(석자선군환공지지협우금),
옛날 선군인 환공께서는 땅은 지금보다 좁았지만,
修法治(수법치), 廣政敎(광정교), 以霸諸侯(이패제후).
법치를 닦고, 정교를 넓혔기 때문에, 제후의 패자가 될 수 있었습니다.
今君一諸侯無能親也(금군일제후무능친야),
지금 임금께서는 하나의 제후로서 누구하나 친해오는 자가 없을뿐더러,
歲凶年飢(세흉년기),
해마다 흉년과 기근이 들어,
道途死者相望也(도도사자상망야),
길에는 죽은 자가 서로 마주보고 있을 정도인데도,
君不此憂恥(군불차우치)
임금께서는 근심하거나 부끄러워 하기는 커녕,
而惟圖耳目之樂(이유도이목지락).
도리어 귀와 입의 즐거움만 도모하고 있으며,
不修先君之功烈(불수선군지공열),
선대 임금들의 공렬을 생각하고 수양하기는 커녕,
而惟飾駕御之伎(이유식가어지기),
오히려 잘 꾸민 수레의 기예나 즐기려 든다면,
則公不顧民而忘國甚矣(즉공불고민이망국심의).
이는 백성을 돌아보지 않고 나라를 까맣게 잊고 있음이 너무 심한 것입니다.
且詩曰(차시왈),
또한 시에는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載驂載駟(재참재사). 君子所屆(군자소계)
세 마리 네 마리 타고서, 군자는 이미 도착하였네,
夫駕八(부가팔),
그런데 무릇 왕자 선이 여덟 마리나 가지고 재주를 부린다면,
固非制也(고비제야).
이미 이것은 제도에 어긋난 것입니다.
今又重此(금우중차), 其爲非制也(기위비제야),
지금 또 그러한 자를 중시하다니, 그릇된 제도를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
不滋甚乎(부자심호).
지나치게 심한 것이 아닙니까?
且君苟美樂之(차군구미락지),
장차 임금께서 진실로 이를 좋아하여 즐기신다면,
國必衆爲之(국필중위지).
온 날 백성들이 반드시 떼를 지어 그렇게 하는 풍조를 일으킬 것입니다.
田獵則不便(전립즉불편),
그렇게 되면 사냥을 나갈 때에도 불편하게 될 것이며,
道行致遠則不可(도행치원즉불가)
먼 길을 행차하는 데도 역시 어려울 것입니다.
然而用馬數倍(연이용마수배),
그런데도 말의 숫자만 자꾸 여러 배로 늘린다면,
此非御下之道也(차비어하지도야).
이는 아랫사람을 제어하는 방법에 어긋나는 것입니다.
淫于耳目(음우이목),
듣고 보는 즐거움에 빠지는 것은,
不當民務(부당민무),
백성을 위해 힘쓰는 일에 정당한 것이 못됩니다.
此聖王之所禁也(차성왕지소금야).
이것이야말로 옛 성왕이 금지하였던 것입니다.
君苟美樂之(군구미락지),
또 임금께서 진실로 기예를 즐기고 칭찬한다면,
諸侯必或效我(제후필혹효아).
다른 제후들도 반드시 혹자는 우리를 흉내 낼 것입니다.
君無厚德善政以被諸侯(군무후덕선정피제후),
이는 임금께서 후한 덕으로 좋은 정치로써 제후들을 덮는 것이 아니라,
而易之以僻(이역지이피).
도리어 사벽(邪辟)한 행위로써 이를 바꾸어 주는 것입니다.
此非所以子民(차이소이자민), 彰名(창명),
게다가 곧 백성을 사랑하고, 이름을 드날리며,
致遠(치원), 親鄰國之道也(친린국지도야).
먼 곳까지 교화를 주고, 이웃 나라와 선린을 유지해야 할 도리와는 거리가 너무 먼 것입니다.
且賢良廢滅(차현량폐멸), 孤寡不振(고과부진),
또 어진이를 폐멸시키고, 고과를 진휼(振恤)하지 못하면서,
而聽嬖妾以祿御夫(이청폐첩이록어부).
폐첩의 청을 들어 마부에게 녹을 내림으로써
以蓄怨與民爲讎之道也(이축원여민위수지도야).
원한을 쌓이게 하는 일은 백성들과 원수를 맺는 지름길입니다.
詩曰(시경),
시경에 이렇게 노래하였습니다.
哲夫成城(철부성성), 哲婦傾城(철부경성).
명철한 사나이 나라를 이루고, 재주 많은 아낙네 나라를 망치지.
今君不思成城之求(금군불사성성지구),
그런데 지금 임금께서는 나라를 일으킬 명철한 이를 구할 생각은 아니하시고,
而惟傾城之務(이유경성지무),
도리어 나라를 망칠 일에 관심을 쏟으시니,
國之亡日至矣(국지망일지의),
나라가 망할 날이 가까이 올 것입니다.
君其圖之(군기도지).
임금께서는 잘 헤아려 도모하시기 바랍니다.
公曰(공왈),
경공은 수긍하였다.
善(선),
좋습니다.
遂不復觀(수불복관).
그리고는 더 이상 그 기예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乃罷歸翟王子羨(내파귀적왕자선), 而疏嬖人嬰子(이소폐인영자).
적나라의 선을 되돌려 보내고, 폐첩인 영자도 멀리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