近思錄

卷二 爲學 89. 하늘을 아비라 부르고 땅을 어미라 부른다.

강병현 2016. 7. 18. 12:06

卷二 爲學 89. 하늘을 아비라 부르고 땅을 어미라 부른다.

 

 

橫渠先生作訂頑曰(횡거선생작정완왈)

횡거 선생이 지은 <정완(訂頑)>에 이르기를,

 

乾稱父(건칭부) 坤稱母(곤칭모)

()은 하늘이니 아비라 부르고, ()은 땅이니 어미라 부른다.

 

予玆藐焉(여자막언)

나의 이 작은 몸은,

 

乃混然中處(내혼연중처)

하늘과 땅이 화합해서 만들어 졌으니 중간에 살고 있다.

 

故天地之塞(고천지지색) 吾其體(오기체)

그러므로 천지 사이에 가득 차 있는 기(), 우리의 형체를 이루고,

 

天地之帥(천지지수) 吾其性(오기성)

천지의 주재(主宰), 우리의 천성(天性)이 되는 것이다.

 

民吾同胞(민오동포) 物吾與也(물오여야)

사람들은 모두 동포이며, 모든 만물은 나와 함께 있는 한 무리이다.

 

大君子(대군자) 吾父母宗子(오부모종자)

천자(天子), 우리 부모의 장손이요,

 

其大臣(기대신) 宗子之家相也(종자지가상야)

대신(大臣), 장손의 가상(家相)이니,

 

尊高年(존고년)

나이 많은 노인을 존경하여 모시는 것은,

 

所以長其長(소이장기장)

한 집안의 어른을 어른으로서 모시는 것이 되며,

 

慈孤弱(자고약)

약하고 외로운 사람을 돌보는 것은,

 

所以幼其幼(소이유기유)

자기의 어린이를 사랑하듯이 남의 어린이를 사랑하는 것이 된다.

 

聖其合德(성기합덕) 賢其秀也(현기수야)

성인은 그 덕을 함한 사람이며, 현인은 재덕이 뛰어난 사람이다.

 

凡天下疲癃殘疾(범천하피륭잔질)

무릇 천하의 병들어 노쇠하거나 불구자나,

 

惸獨鰥寡(경독환과)

형제가 없는 자나 자손이 없는 자나 홀아비와 과부 등은,

 

皆吾兄弟之顚(개오형제지전)

모두 나의 형제들로 좌절을 겪으면서도,

 

連而無告者也(연이무고자야)

하소연할 데 없는 불쌍한 사람들이다.

 

于時保之(우시보지)

항상 하늘을 외경(畏敬)하고 내 몸을 보전하는 것은,

 

子之翼也(자지익야)

부모에 대한 자식의 공경심이다.

 

樂且不憂(락차불우)

하늘의 섭리에 따르니 즐겁고, 또 걱정하지 않는 것은,

 

純乎孝者也(순호효자야)

순일(純一)한 효()인 것이다.

 

違曰悖德(위왈패덕)

천리(天理)에 어긋나는 것을 패덕(悖德)이라 하고,

 

害仁曰賊(해인왈적)

어진 것을 해치는 것을 적()이라 하며,

 

濟惡者不才(제악자불재)

악을 행하는 자를 부재(不才)라고 한다.

 

其踐形(기천형)

천지의 덕을 실천하는 자는 효자이다.

 

惟肖者也(유초자야)

다만 하늘을 닮은 자이다.

 

知化則善述其事(지화칙선술기사)

천지의 화육(化育)을 알면 그 일을 잘할 수 있고,

 

窮神則善繼其志(궁신칙선계기지)

사물의 미묘한 점을 궁구하면 그 뜻을 잘 이을 수가 있다.

 

不愧屋漏爲無忝(불괴옥루위무첨)

사람이 보지 않는 데서도 부끄러운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은

부모를 욕되게 하지 않는 것이며,

 

存心養性爲匪懈(존심양성위비해)

그 본심을 지켜서 본성(本性)을 키우는 사람은 게으르지 않기 마련이다.

 

惡旨酒(악지주)

맛이 좋은 술은 사람의 본성을 어지럽게 하므로 멀리 함으로써,

 

崇伯子之顧養(숭백자지고양)

숭국(崇國) 백작의 아들인 우()임금은 부모를 봉양하였다.

 

育英才(육영재)

영재를 기르는 것은,

 

穎封人之錫類(영봉인지석류)

영고숙(潁考叔)과 같이 사람을 감화시키니 하늘에 효자가 될 것이며,

 

不弛勞而底豫(불이노이저예)

몸을 게을리 하지 않고 성심껏 섬기어 부모를 기쁘게 해준 것은,

 

舜其功也(순기공야)

()임금의 공로이다.

 

無所逃而待烹(무소도이대팽) 申生其恭也(신생기공야)

도망가지 않고 삶아 죽임을 기다린, 신생(申生)은 공손함이요,

 

體其受而歸全者(체기수이귀전자) 參乎(참호)

부모로부터 받은 몸을 온전히 하여 죽은 이는, 증삼(曾參)이며,

 

勇於從而順令者(용어종이순령자) 伯奇也(백기야)

부모의 말씀에 용감히 따른 이는, 백기(伯奇)이다.

 

富貴福澤(부귀복택)

부하고 귀하며 복이 있고 여유가 있는 것은,

 

將厚吾之生也(장후오지생야)

하늘이 우리에게 내려주는 혜택이며,

 

貧賤憂戚(빈천우척)

가난하고 천하고 근심되고 슬픈 것은,

 

庸玉女於成也(용옥녀어성야)

하늘이 나를 옥처럼 훌륭하게 단련시켜 주는 시련인 것이다.

 

吾順事(존오순사)

내 몸이 살아 있는 한 하늘의 뜻에 순종하니,

 

沒吾寧也(몰오영야)

생애를 마칠 때에는 편안할 것이다.” 하였다.

 

又作砭愚曰(우작폄우왈)

또한 <폄우(砭愚)>를 지어 말하기를,

 

戱言出於思也(희언출어사야)

희롱의 말은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데서 나오는 것이고,

 

戱動作於謀也(희동작어모야)

희롱의 행동은 꾀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發於聲(발어성) 見乎四支(견호사지)

목에서 소리가 밖으로 나와, 사지의 움직임에 나타나는 것은,

 

謂非己心(위비기심) 不明也(불명야)

자기의 마음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히 알 수 없는 일이니,

 

欲人無己疑(욕인무기의) 不能也(불능야)

남에게 자신의 의심을 없애려 해도, 안 되는 것이다.

 

過言非心也(과언비심야)

지나친 말은 자신의 마음에서 나온 것은 아니며,

 

過動非誠也(과동비성야)

지나친 행동은 진실 된 마음에서 나온 것은 아니겠지만,

 

繆迷其四體(무미기사체)

사체에 얽매인 것에 미혹되어,

 

失於聲(실어성)

실언과 그릇된 행위를,

 

謂己當然自誣也(위기당연자무야)

자기의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이것은 자신을 속이는 것이며,

 

欲他人己從(욕타인기종) 誣人也(무인야)

타인으로 하여금 자기를 따라 주기를 바라는 것은, 남을 속이는 것이다.

 

或者謂出於心者(혹자위출어심자)

어떤 사람은 마음에서 나온 것들에 대하여,

 

歸咎於己戱(귀구어기희) 失於思者(실어사자)

책망하고 자신의 희롱이라 생각하며, 생각의 실수에서 나온 것으로서,

 

自誣爲己誠(자무위기성)

스스로 속임이 되는 것인데도 자신의 정성된 것으로 여긴다.

 

不知戒其出汝者(부지계기출여자) 歸咎其不出汝者(귀구기불출여자)

그 실수를 경계할 줄 모르고, 자칫 저지른 과실로 책망한다면,

 

長傲且遂非(장오차수비)

이는 오만을 키우는 것이며 또 잘못을 저지르는 것이다.

 

不知孰甚者焉(부지숙심자언)

누가 그 심한 것을 알 수 있으랴.”고 하였

 

                                                     <정몽(正夢)> 건칭하편(乾稱下篇)

 

이상은 <서명><동명>의 전문이다. 본주(本註)에 따르면, “횡거학당의 좌우의 창 위에 붙였던 좌우명으로서 오른 쪽의 것을 <정완(訂頑)>, 왼쪽의 것을 <폄우(砭愚)>라고 하였는데, 이천의 말에 <정완><서명(西銘)>으로 고치고 <폄우><동명(東銘)>으로 고쳤다.” 고 하였다. 이정(二程)은 이것을 칭찬하여 좋아 하였다고 한다. 뒤에 주희가 <서명>을 건칭편(乾稱篇)에서 나누어 독립시키고 주해(註解)를 하였다. 그 주지(主旨), 사람은 하늘과 땅에서 태어났으니 부모를 섬기는 마음으로써, 하늘과 땅을 섬기고, 하늘과 땅은 부모가 자식에게 애정을 쏟는 것처럼 만물을 한 결 같이 사랑한다는 것이니, <주역><좌전><예기><사기>의 구를 간결하게 써서 이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