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자(列子)[完]

列子 天瑞編 [ 8 ] 죽고 산다는 것.

강병현 2016. 9. 2. 16:36

列子 天瑞編 [ 8 ] 죽고 산다는 것.

 

林類年且百歲(림류년차백세)

나이 백살이 되어 가는 임류라는 노인이

底春被裘(저춘피구)

봄날 겨울에 입던 갖옷을 그대로 걸치고,

拾遺穗於故畦(습유수어고휴)

묵은 밭이랑에서 이삭을 주우며

竝歌竝進(병가병진)

노래를 부르다 걸어가다 하였다.

孔子適衛(공자적위) 望之於野(망지어야)

공자가 위나라로 가다가, 들에서 그 광경을 바라보고

顧謂弟子曰(고위제자왈)

제자들을 돌아보며 말하기를.

彼叟可與言者(피수가여언자)

저 노인은 말을 걸어 볼만한 사림인 것 같다.

試往訊之(시왕신지)

시험삼아 누가 가서 그에게 말을 해보겠느냐?”하였다.

子貢請行(자공청항)

말 잘하는 자공이 자청하여

逆之壟端(역지롱단)

밭 언덕을 가로질러

面之而歎曰(면지이탄왈)

노인에게 가 측은하다는 듯 말을 걸었다.

先生曾不悔乎(선생증부회호)

선생께서는 (스스로의 삶에 대하여 전혀) 후회하신 적이 없으십니까? ”

而行歌拾穗(이항가습수)

이렇게 이삭을 주우며 노래를 부르시니,

林類行不留(림류항부류)歌不輟(가부철)

임류는 들은 척도 않고 그대로 발걸음을 옮기며 노래를 그치지 않았다.

子貢叩之(자공고지) 不已(부이)

자공이 묻는 일을 그만두지 않으니

乃仰而應曰(내앙이응왈)

이에 노인이 하늘을 우러러보며 말하였다.

吾何悔邪(오하회사)

내게 후회할 것이 있다 생각하시오?”

子貢曰(자공왈)

자공이 말하였다.

先生少不勤行(선생소부근행)

선생께서는 아마 젊었을 때 열심히 일을 하지 않으시고,

長不競時(장부경시)

성장한 뒤에도 시운(時運)을 잡으려고 노력하지 않고

老無妻子(노무처자)

늙어서는 처자식도 없이,

死期將至(사기장지)

내일 죽을지 오늘 죽을지도 모르는 가엾은 처지인 것 같습니다.

亦有何樂(역유하낙)

그런데도 무엇이 즐거워

而拾穗行歌乎(이습수항가호)

이삭을 줍고 걸으면서 노래를 부르십니까?

林類笑曰(림류소왈)

임류가 웃으면서 말하였다.

吾之所以爲樂(오지소이위낙)

내가 즐거워하는 까닭은

人皆有之(인개유지)

사람들은 모두다 나와 같은 즐거움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而反以爲憂(이반이위우)

그러나 사람들은 도리어 걱정 근심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少不勤行(소부근행)

내가 젊어서는 부지런히 일을 하지 않고,

長不競時(장부경시)

성장하여 시운(時運)을 잡으려 노력하지 않았으므로

故能壽若此(고능수야차)

그러므로 장수함이 이와 같을 수 있는 것니다.

老無妻子(노무처자) 死期將至(사기장지)

늙어서 처자가 없고 죽을 때가 장차 이르려고 하므로

故能樂若此(고능낙야차)

그러므로 즐거움이 이와 같을 수 있는 것니다.

子貢曰(자공왈)

자공이 말하였다.

壽者人之情(수자인지정)

오래 산다는 것은 사람이면 누구나 원하는 것입니다.

死者人之惡(사자인지악)

죽는다는 것은 사람이면 누구나 싫어하는 것입니다.

子以死爲樂(자이사위낙) 何也(하야)

그런데도 선생님께서는 어째서 도리어 죽음을 즐거워하십니까?”

林類曰(림류왈)

임류가 말하였다.

死之與生(사지여생)

사람이 죽고 사는 것은

一往一反(일왕일반)

한 번 왔다 다시 가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故死於是者(고사어시자)

그러므로 이 곳에서 죽는다는 것은

安知不生於彼(안지부생어피)

어찌 저 세상에서 살지 않는다고 어떻게 알겠습니까?

故吾知其不相若矣(고오지기부상야의)

그러므로 나는 다만 죽고 사는 현상이 서로 같지 않다는 것만 알뿐입니다.

吾又安知營(오우안지영)

내가 또 악착같이

營而求生非惑乎(영이구생비혹호) 亦又安知(역우안지)

삶을 구하는 것이 모순이 아니라는 것을 어떻게 알겠습니까?

吾今之死(오금지사)

또한 내가 지금 죽는다는 것이

不愈昔之生乎(부유석지생호)

전생의 삶보다 못하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겠습니까?”

子貢聞之(자공문지) 不喩其意(부유기의)

자공은 임류의 말을 듣고도 그 의미를 깨닫지 못하여.

還以告夫子(환이고부자)

돌아와서 그말을 공자에게 전하였다.

夫子曰(부자왈)

공자가 말하였다.

吾知其可與言(오지기가여언) 果然(과연)

내가 그 노인과 같이 얘기해 볼만하다는 것을 알았더니, 과연 그렇구나!

然彼得之而不盡者也(연피득지이부진자야)

그러나 그 노인은 도를 얻기는 얻었지만 지극하지는 못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