近思錄

卷四 存養 10. 채워진 물에는 물을 담지 못한다.

강병현 2016. 9. 10. 21:00

卷四 存養 10. 채워진 물에는 물을 담지 못한다.

 

呂與叔曰(여여숙왈)

여여숙(呂與叔)이 일찍이 말하였다.

 

患思慮多不能驅除(환사려다불능구제)

"여러 가지 사념이 많아 능히 몰아내지 못해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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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기를,

 

此正如破屋中禦寇(차정여파옥중어구)

이것은 부서진 집에서 도둑을 막는 것과 같은 것이다.

 

東面一人來未逐得(동면일인래미축득)

동쪽에서 한 사람의 도둑을 미처 쫓아 내기도 전에,

 

西面又一人至矣(서면우일인지의)

서쪽에서 또 한 사람의 도둑이 이르니,

 

左右前後驅逐不暇(좌우전후구축불가)

좌우 전후로 몰아낼 수가 없다.

 

蓋其四面空疏(개기사면공소) 盜固易入(도고이입)

대체로 사면이 허술하면, 도둑이 들어오기 쉬우니,

 

無緣作得主定(무연작득주정)

주인도 막아낼 방법이 없는 것이다.

 

又如虛器入水(우여허기입수)

또 빈 그릇에 물을 채우는 것과 같아서,

 

水自然入(수자연입)

물이 저절로 들어가는 것이다.

 

若以一器實之以水(약이일기실지이수)

만약 하나의 그릇에 물을 가득 채워서,

 

置之水中(치지수중) 水何能入來(수하능입래)

물속에 담그면, 물이 어떻게 들어갈 수가 있겠는가?

 

蓋中有主則實(개중유주즉실)

대개 심중에 주장이 있으면 가득 차게 되고,

 

實則外患不能入(실즉외환불능입)

마음이 가득 차면 외부의 근심이 들어갈 수가 없어서,

 

自然無事(자연무사)

자연히 무사하게 되는 것이다"고 하였다.

    

                                                                          <정씨유서(程氏遺書)>1(第一篇)

 

여여숙(呂與叔)의 이름은 대림(大臨)으로 남전(藍田) 사람이다. 장재(張載)에게서 배우다가, 장재가 죽은 후에 이정(二程)의 문하에 들어 갔다. 그가 잡념이 많은데 그것을 몰아 내지 못해서 걱정이라고 하자, 명도선생이 대답한 대목이다.

마음속이 충실하면 잡다한 생각이 스며들 수가 없음을 비유하여, 빈집에 들어오는 도둑과, 물이 가득 찬 그릇에 물을 담을 수 없는 원리로써 설명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