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자(列子)[完]

列子 說符編 [ 8 ] 때를 얻으면 창성하고 놓치면 멸망한다.

강병현 2016. 10. 1. 16:21

列子 說符編 [ 8 ] 때를 얻으면 창성하고 놓치면 멸망한다.

 

 

魯施氏有二子(노시씨유이자)

노나라에 사는 시씨(施氏)에게 두 아들이 있는데,

其一好學(기일호학) 其一好兵(기일호병)

그 한 아들은 학문을 좋아하고, 또 한 아들은 병법을 좋아 하였다.

好學者以術干齊侯(호학자이술간제후)

학문을 좋아하는 아들은 학술로써 제나라 군주에게 벼슬할 것을 구하였다.

齊侯納之爲諸公子之傅(제후납지위제공자지부)

제나라 군주는 그것을 받아 들여 여러 공자들의 사부로 삼았다.

好兵者之楚(호병자지초)

병법을 좋아하는 아들은 초나라에 가서,

以法干楚王(이법간초왕)

병법으로써 초나라 왕에게 벼슬할 것을 구하였다.

王悅之(왕열지) 以爲軍正(이위군정)

초나라 왕은 기쁘게 여겨, 그를 군대의 사령관으로 삼았다.

祿富其家(녹부기가) 爵榮其親(작영기친)

그들이 받는 녹봉은 그의 집안을 부유하게 만들었고,

施氏之鄰人孟氏(시씨지린인맹씨) 同有二子(동유이자)

시씨의 이웃에 사는 맹씨에게도, 마찬가지로 두 아들이 있고,

所業亦同(소업역동) 而窘於貧(이군어빈)

학업도 또한 같았으나, 가난하여 궁색하게 지내고 있었다.

羨施氏之有(선시씨지유)

시씨의 부를 부러워하고,

因從請進趨之方(인종청진추지방)

인하여 따라서 출세할 길을 가르쳐달라고 청하였다.

二子以實告孟氏(이자이실고맹씨)

이에 시씨의 두 아들은 자기들의 실상을 맹씨에게 말하였다.

孟氏之一子之秦(맹씨지일자지진)

그리하여 맹씨의 한 아들은 진나라로 가서,

以術干秦王(이술간진왕)

진나라 왕에게 학술로써 벼슬할 것을 구하니,

秦王曰(진왕왈)

진나라 왕이 말하였다.

當今諸侯力爭(당금제후력쟁) 所務兵食而已(소무병식이이)

현재 제후들은 힘으로 다투어, 오직 힘쓰는 일은 병력과 식량뿐이다.

若用仁義治吾國(야용인의치오국) 是滅亡之道(시멸망지도)

인의 따위로 나의 나라를 다스린다는 것은, 멸망하는 길이다.”

遂宮而放之(수궁이방지)

그리고는 마침내 궁형에 처하고 그를 쫓아 버렸다.

其一子之衛(기일자지위)

맹씨의 또 한 아들은 위나라로 가서,

以法干衛侯(이법간위후)

위나라 군주에게 병법으로써 벼슬할 것을 구하니,

衛侯曰(위후왈)

위나라 군주가 말하였다.

吾弱國也(오약국야) 而攝乎大國之閒(이섭호대국지한)

위나라는 약한 나라로, 큰 나라들 사이에 끼어 있다.

大國吾事之(대국오사지) 小國吾撫之(소국오무지)

그래서 나는 큰 나라를 섬기고, 작은 나라는 어루만진다.

是求安之道(시구안지도)

이것이 안전함을 구하는 길이다.

若賴兵權(야뢰병권) 滅亡可待矣(멸망가대의)

만약 병권에 의지한다면, 멸망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若全而歸之(야전이귀지) 適於他國(적어타국)

만약 그대의 몸을 온전하게 보낸다면, 다른 나라로 가서,

爲吾之患不輕矣(위오지환부경의)

우리나라의 근심거리가 될 것이니, 가볍게 여길 수 없다.”

遂刖之而還諸魯(수월지이환제노)

드디어 발꿈치를 자르는 형벌을 가하여 그를 노나라로 돌려보냈다.

旣反(기반)

그리하여 맹씨의 두 아들은 돌아왔다.

孟氏之父子叩胸而讓施氏(맹씨지부자고흉이양시씨)

맹씨 부자는 노하여 가슴을 두드리면서 시씨를 책망하였다.

施氏曰(시씨왈)

이에 시씨가 말하였다.

凡得時者昌(범득시자창)

무릇 시운을 얻는 자는 창성하고,

失時者亡(실시자망)

시운을 잃는 자는 멸망하는 것이오,

子道與吾同(자도여오동) 而功與吾異(이공여오리)

그대의 도는 우리와 같으면서, 공이 우리와 다른 것은,

失時者也(실시자야) 非行之謬也(비항지류야)

시운을 잃은 것이니, 행의 잘못이 아니오,

且天下理無常是(차천하리무상시)

또한 천하의 이치에는 항상 옳은 것이 없고,

事無常非(사무상비)

일에는 항상 그른 것이 없소,

先日所用(선일소용) 今或棄之(금혹기지)

전날에 이용하던 것을, 지금은 혹은 그것을 버릴 수 있고,

今之所棄(금지소기) 後或用之(후혹용지)

지금은 버리는 것도, 뒷날 혹은 그것을 이용할 수도 있는 것이오,

此用與不用(차용여부용) 無定是非也(무정시비야)

이 이용하고 이용하지 않는 것에는, 일정한 옳고 그름의 기준이 없소,

投隙抵時(투극저시)

기회를 틈타서 시운에 대처하고,

應事無方(응사무방)

일에 대응하여 일정한 방책에 구애되지 않는 것은,

屬乎智(속호지)

지혜에 속하는 것이오.

智苟不足(지구부족)

지혜가 진실로 족하지 못하면,

使君博如孔丘(사군박여공구)

그대로 하여금 박학하기가 공구와 같고,

術如呂尙(술여려상) 焉往而不窮哉(언왕이부궁재)

계략은 여상과 같게 하더라도, 어찌 가서 곤궁하지 않을 것이오?

孟氏父子舍然無慍容(맹씨부자사연무온용) ()

맹씨의 부자는 석연히 노기를 띤 안색을 풀고, 말하였다.

吾知之矣(오지지의) 子勿重言(자물중언)

알겠습니다. 그대는 거듭 말하지 마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