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자(列子)[完]

列子 說符編 [ 25 ] 어찌하여 양을 잃고 말았느냐?

강병현 2016. 10. 5. 16:20

列子 說符編 [ 25 ] 어찌하여 양을 잃고 말았느냐?

 

 

楊子之鄰人亡羊(양자지린인망양)

양자의 이웃 사람이 양을 잃었다.

旣率其黨(기률기당)

그래서 집안 식구들과

又請楊子之豎追之(우청양자지수추지)

또 양자의 집에서 심부름하는 아이까지 불러내어 양을 찾아 나섰다.

楊子曰(양자왈)

양자가 말하였다.

嘻亡一羊何追者之衆(희망일양하추자지중)

아아, 한 마리의 양을 잃고 찾아나서는 사람은 왜 이렇게 많으냐?”

鄰人曰(린인왈)

이웃 사람이 대답하였다.

多歧路(다기로)

갈림길이 많아서입니다.”

旣反(기반) ()

양을 찾아 나섰던 사람들이 다 돌아왔다. 양자가 물었다.

獲羊乎(획양호)

양을 찾았는가?”

曰亡之矣(왈망지의)

대답하기를, “찾지 못하였습니다.”

曰奚亡之(왈해망지)

양자가 또 물었다. “어찌하여 잃고 말았느냐?”

曰歧路之中又有歧焉(왈기노지중우유기언)

대답하기를, “갈림길이 또 갈라지고 하니,

吾不知所之(오부지소지) 所以反也(소이반야)

우리는 어느 길로 간지 몰라서, 돌아 온 것입니다.”

楊子戚然變容(양자척연변용)

양자는 그 말을 듣고 근심스런 낯빛을 짓고는,

不言者移時(불언자이시)

몇 시간이 지나도록 말을 하지 않고,

不笑者竟日(불소자경일)

하루가 다 가도록 웃지를 않는 것이었다.

門人怪之(문인괴지) 請曰(청왈)

제자들이 그것을 이상하게 여겨서, 청하여 물었다.

羊賤畜(양천축) 又非夫子之有(우비부자지유)

양은 흔해 빠진 가축입니다. 그리고 선생님의 소유도 아닙니다.

而損言笑者何哉(이손언소자하재)

그런데 말씀도 하지 않으시고 웃지도 않으시는 것은 무슨 까닭이십니까?”

楊子不答(양자부답)

양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門人不獲所命(문인부획소명)

그래서 제자들은 그 속을 알 수 없었다.

弟子孟孫陽出(제자맹손양출) 以告心都子(이고심도자)

제자인 맹손양이 나가서, 심도자에게 그 말을 하였다.

心都子他日與孟孫陽偕入而問曰(심도자타일여맹손양해입이문왈)

심도자는 다른 날 맹손양과 함께 들어가서 양자에게 말하였다.

昔有昆弟三人(석유곤제삼인) 遊齊魯之閒(유제노지한)

옛날에 세 형제가 있어, 제나라와 노나라 사이에 노닐면서,

同師而學(동사이학) 進仁義之道而歸(진인의지도이귀)

스승을 함께하여, 인의의 도를 다 배우고 돌아 왔습니다.

其父曰(기부왈)

그 아버지가 묻기를,

仁義之道若何(인의지도야하)

인의의 도가 어떤 것이냐?’고 하니,

伯曰(백왈)

맏아들이 말하기를,

仁義使我愛身而後名(인의사아애신이후명)

인의는 나로 하여금 몸을 죽여서 명예를 이루게 하는 것입니다.’라 하였고,

仲曰(중왈)

둘째 아들이 말하기를,

仁義使我殺身以成名(인의사아살신이성명)

인의는 나로 하여금 몸을 죽여서 명예를 이루게 하는 것입니다.’라 하였고,

叔曰(숙왈)

막내아들이 말하기를,

仁義使我身名竝全(인의사아신명병전)

인의는 나로 하여금 몸과 명예를 아울러 온전하게 하는 것입니다.’라 하였다.

彼三術相反(피삼술상반)

저 세 사람의 방술은 서로 반대가 되지만,

而同出於儒(이동출어유)

다 같이 유학해서 나온 말입니다.

孰是孰非邪(숙시숙비사)

어느 것이 옳고 어느 것이 그른 것입니까?”

楊子曰(양자왈)

양자가 대답하였다.

人有濱河而居者(인유빈하이거자)

사람에게는 물가에 사는 자가 있다.

習於水(습어수) 勇於泅(용어수)

물에 익숙해져, 헤엄치는 데에 용감하고,

操舟鬻渡(조주죽도)

배를 저어서 물을 건네주는 사업으로,

利供百口(리공백구)

벌이를 하여 많은 사람을 살아가게 한다.

裹糧就學者成徒(과량취학자성도)

한편 곡식을 싸 메고 학문을 하러 가는 사람의 수가 많아지는데,

而溺死者幾半(이닉사자기반)

물에 빠져서 죽는 사람이 거의 절반이나 된다.

本學泅不學溺(본학수부학닉)

본래 헤엄치는 것을 배우고 물에 빠져 죽는 것을 배우지 않았는데,

而利害如此(이리해여차)

한쪽은 돈을 벌고 한쪽은 물에 빠져 죽는 일이 이와 같다.

若以爲孰是孰非(야이위숙시숙비)

너는 어느 것이 옳고 어느 것이 그르다고 생각하느냐?”

心都子嘿然而出(심도자묵연이출) 孟孫陽讓之曰(맹손양양지왈)

심도자는 말없이 나왔다. 맹손양이 그를 책망하기를,

何吾子問之迂(하오자문지우)

어찌하여 그대가 묻는 것은 멀리 돌려서 말하고,

夫子答之僻(부자답지벽) 吾惑愈甚(오혹유심)

선생님의 대답은 성실하지 않으니, 나의 미혹됨은 더욱 심해진다.”

心都子曰(심도자왈)

심도자가 말하였다.

大道以多歧亡羊(대도이다기망양)

큰길은 갈림길이 많아서 양을 잃고,

學者以多方喪生(학자이다방상생)

학자는 방술이 많아서 사는 방법을 잃는다.

學非本不同(학비본부동) 非本不一(비본부일)

학문은 본래 같지 않음이 아니요, 본래 하나가 아님이 아니다.

而末異若是(이말리야시)

그럼에도 말절(末節)에 이르러 다른 정도가 이와 같다.

唯歸同反一(유귀동반일) 爲亡得喪(위망득상)

오직 한 가지로 돌아가고 하나로 돌아가서, 득실이 없는 것이 된다.

子長先生之門(자장선생지문) 習先生之道(습선생지도)

그대는 선생님의 문하에서 자라며, 선생님의 도를 배우면서,

而不達先生之况也(이부달선생지황야) 哀哉(애재)

선생님의 비유를 이해하지 못하니, 슬픈 일이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