近思錄

卷七 出處 31. 이천 선생이 강의할 때 봉록을 청구하지 않자,

강병현 2020. 11. 5. 21:29

卷七 出處 31. 이천 선생이 강의할 때 봉록을 청구하지 않자,

 

 

先生在講筵(선생재강연) 不曾請俸(불증청봉)

선생이 경연에서 강의할 때, 봉록을 청구하지 않았다.

 

諸公遂牒戶部(제공수첩호부)

여러 사람들이 마침내 호부(戶部)에,

 

問不支俸錢(문불지봉전)

봉록을 지급하지 않은 것을 문서로 문책하니,

 

戶部索前任曆子(호부색전임역자)

호부에서는 선생이 받았던 봉록이 얼마였는지를 물었다.

 

先生云(선생운)

선생이 말하기를,

 

某起自艸萊無前任曆子(모기자초래무전임력자)

"나는 재야에서 기용되어 전력이 없으므로 봉전을 받아본 일이 없다"고 하였다.

 

遂令戶部自爲出券曆(수령호부자위출권력)

마침내 호부로 하여금 급여의 지급서를 내게 하였다.

 

又不爲妻求封(우불위처구봉)

또 선생은 아내를 위하여 봉호(封號)를 구하지 않았다.

 

范純甫問其故(범순보문기고) 先生曰(선생왈)

범순보(范純甫)가 그 까닭을 물으니, 선생이 대답하였다.

 

某當時起自艸萊(모당시기자초래) 三辭然後受命(삼사연후수명)

"내가 재야에서 기용되었을 당시에, 세 번이나 사양한 후에 명을 받았는데,

 

豈有今日乃爲妻求封之理(기유금일내위처구봉지리)

어찌 이제 와서 내 아내를 위하여 봉호를 구할 이치가 있겠소"

 

問(문)

묻기를,

 

今人陳乞恩例(금인진걸은예) 義當然否(의당연부)

"요즘 사람은 특례받기를 구걸하는데, 의(義)로 보아 당연한 일입니까?

 

人皆以爲本分不爲害(인개이위본분불위해)

사람들은 모두 그것이 관리된 자의 본분이니 해롭지 않다고 합니다"하였다.

 

先生曰(선생왈)

선생이 말하기를,

 

只爲而今士大夫道得箇乞字慣(지위이금사대부도득개걸자관)

"오늘 날 사대부는 걸(乞)자 쓰기가 습관화 되어,

 

却動不動又是乞也(각동부동우시걸야)

걸핏하면 무엇이든지 빌려고 한다"고 하였다.

 

問(문) 陳乞封父祖如何(진걸봉부조여하)

또 묻기를, "부조(父祖)의 봉호받기를 비는 것은 어떻습니까?"하니,

 

曰(왈)

선생이 대답하기를,

 

此事體又別(차사체우별)

"이 사정은 또 다른 것이다"고 하였다.

 

再三請益(재삼청익) 但云(단운)

몇 번이고 거듭 대답을 요청하자, 선생은 다만 말하기를,

 

其說甚長(기설심장) 待別時說(대별시설)

"그 설명은 매우 길기 때문에, 다른 기회에 이야기하자"고 하였다.

 

<정씨유서(程氏遺書)>제19편(第十九篇)

 

이천 선생이 경연에서 황제에게 강의했던 때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정이천은 철종 원우(元祐) 원년에 국자감 교수에 임명되었고, 이어 사마광(司馬光)의 추천으로 숭정전(崇政殿)설서(說書)로 있었다. 설서란 천자에게 경사(經史)를 진강하는 직책이다. 앞에서도 언급 했지만 도를 이루고 지키려는 자는 결코 명예나 봉급에 연연하지 않음을 보여준 이천선생의 말이다. 오직 초연한 자세로 도를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