近思錄

卷九 治法 5. 학교(學敎)는 근본을 가르치는 곳이다.

강병현 2020. 11. 18. 22:43

卷九 治法 5. 학교(學敎)는 근본을 가르치는 곳이다.

 

 

伊川先生看詳三學條制云(이천선생간상삼학조제운)

이천 선생이 삼학(三學)의 조례와 법제를 자세히 살펴 보고 말하기를,

 

舊制公私試補(구제공사시보)

"옛날에는 공시(公試)와 사시(私試)의 제도로 인하여,

 

蓋無虛月(개무허월)

대개 시험이 없는 달이 없었습니다.

 

學校禮義相先之地(학교예의상선지지)

학교라고 하는 곳은 예의를 먼저 존중하는 곳인데도,

 

而月使之爭(이월사지쟁) 殊非敎養之道(수비교양지도)

달마다 시험으로 경쟁시키는 것은, 특별한 교양의 도(道)가 아니오니,

 

請改試爲課(청개시위과)

청하건대 시험 제도를 고쳐서 교양의 수업을 할 수 있도록 하고,

 

有所未至(유소미지) 則學官召而敎之(즉학궁소이교지)

그래도 미숙한 자가 있으면, 학관(學官)이 이를 불러서 가르치도록 하여,

 

更不考定高下(갱불고정고하)

높고 낮은 성적을 가리지 않았으면 합니다.

 

制尊賢堂(제존현당) 以延天下道德之士(이연천하도덕지사)

그리고 존현당(尊賢堂)을 설치하여, 천하에 덕이 있는 선비들을 모이게 하고,

 

及置待賓夷師齋(급치대빈이사재)

대빈재(待賓齋)와 이사재(夷師齋)를 설치하여,

 

立檢察士人行檢等法(입검찰사인행검등법)

선비들의 덕행과 조행을 검찰하는 제도를 세웠으면 합니다"하였다.

 

又云(우운)

또 말하기를,

 

自元豊後(자원풍후) 設利誘之法(설이유지법)

"원풍(元豊) 이후로 부터, 이(利)로써 사람을 꼬이는 법을 마련하여,

 

增國學解額(증국학해액) 至五百人(지오백인)

국학에 공사(貢士)의 인원을, 500명으로 늘렸으니,

 

來者奔溱(내자분진)

이 곳으로 사람들이 달려 오고 있습니다.

 

捨父母之養(사부모지양) 忘骨肉之愛(망골육지애)

이에 봉양해야 할 부모를 버리고, 골육의 사랑을 잊고서,

 

往來道路(왕래도로) 旅寓他土(려우타토)

거리를 왕래하며, 타향에 나그네로 머물게 되었으니,

 

人心日偸(인심일투)

인심은 날이 갈수록 경박해지고,

 

士風日薄(사풍일박)

선비들의 풍도가 날이 갈수록 쇠퇴하게 되었습니다.

 

今欲量留一百人(금욕량유일백인)

이제부터 정원을 100명으로 하고,

 

餘四百人分在州郡解額窄處(여사백인분재주군해액착처)

나머지 400명은 학생 수가 적은 주(州)와 군(郡)의 학교에 분배한다면,

 

自然士(자연사)

선비들은 자연히,

 

人各安鄕土養其孝愛之心(인각안향토양기효애지심)

자기의 고향에서 편안할 수 있어서 효도와 우애하는 마음을 기르고,

 

息其奔趨流浪(식기분추유랑)

분망한 유랑의 뜻을 그만두게 될 것이며,

 

之志風俗亦當稍厚(지지풍속역당초후)

풍속도 또한 후하게 될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又云(우운)

또 이르기를,

 

三舍升補之法(삼사승보지법)

"삼사승보(三舍升補)의 법은,

 

皆案文責蹟(개안문책적) 有司之事(유사지사)

모두 문서를 살펴서 등급을 알 수 있으니, 유사의 할 일이며,

 

非庠序育材掄秀之道(비상서육재륜수지도)

학교에서는 우수한 인재를 육성하고 뛰어난 사람을 골라낼 것이 아닙니다.

 

蓋朝廷授法(개조정수법) 必達乎下(필달호하)

대개 조정에서 법을 가르쳐서, 반드시 아래에까지 미치게 해야 합니다.

 

長官守法而不得有爲(장관수법이부득유위)

장관이 이 법을 지킨다고 해서 할 만한 일을 얻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是以事成於下(시이사성어하)

아랫 사람들에 의하여 일이 이루어 지고,

 

而下得以制其上(이하득이제기상)

아랫 사람들이 윗사람을 제어하게 된 것이니,

 

此後世所以不治也(차후세소이불치야)

이는 후세에 와서 세상을 잘 다스리지 못한 까닭입니다.

 

或曰(혹왈)

어떤 이는 말하기를,

 

長貳得人則善矣(장이득인칙선의)

‘장관이나 차관의 인물을 얻는다면 좋은 것이겠지만,

 

或非其人(혹비기인)

혹 올바른 사람이 아니라면,

 

不若防閑詳密(불약방한상밀)

나쁜 짓을 하지 못하도록 법령을 세밀하게 정하여 막고서,

 

可循守也(가순수야)

그것을 지키게 하는 것이 좋다’고 하지만,

 

殊不知先王制法(수부지선왕제법)

특히 선왕(先王)이 제정한 법은,

 

待人而行(대인이행)

적임자를 기다려서 행할 수 있음을 알지 못하는 것입니다.

 

未聞立不得人之法也(미문입부득인지법야)

아직 인재를 얻지 못하는 법을 세웠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苟長貳非人(구장이비인)

진실로 장관이나 차관이 훌륭한 인물이 아니고,

 

不知敎育之道(부지교육지도)

교육의 방법을 잘 알지 못하며,

 

徒守虛文密法(도수허문밀법)

실속없는 조문과 세세한 법문만을 지킨다고 한다면,

 

果足以成人材乎(과족이성인재호)

과연 인재를 제대로 양성할 수가 있겠습니까?"라고 하였다.

 

<이천문집(伊川文集)>제3편(第三篇)

 

학교의 정상적인 수업을 위해서는 지나친 고시 제도가 옳지 않다는 것이다. 자신의 수양을 쌓을틈도 없이 시험에 매달려야 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인륜을 밝히는 학문을하여 폐단이 없었지만 지금은 학교가 있다고 하여도 그 근본의 뜻이 없어 졌으니, 오직 녹봉을 받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해 버렸다. 그러므로 훌륭한 인재를 발굴해 내지 못하고 날로 쇠퇴해 가니, 지금 이라도 그 뜻을 밝혀서 인재를 양성하는 학문을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교훈이 되는 대목이라 하겠다. 교육 담당자는 젊은 세대들의 도덕적 해이감을 논하기전에 진정한 교육의 근본이 어디에 있는지, 잘못된 학벌 간판 제조공장이라는 오명을 벗고자 한다면, 이제라도 진정한 교양 수업의 폭을 넓혀 덕성교육에 치중해야 할 것이다. 무늬만 대졸자요, 하는 짓은 초등생 만도 못한 저질 인격자가 거리에 우글 거린다. 간판만 대졸자인 백수들이 넘쳐나고, 온갖 지능범들이 설치며 생명을 경시하여 살인을 가볍게 여긴다. 언론도 가정교육도 모두가 미쳐 버린 세상에 너도 나도 이기주의로 치닫는 현실이지만, 이제라도 헌신하고 봉사 하며, 겸손하고 양보하는 아름다운 풍속을 위해서도, 학교라는 본연의 자세로 돌아 가야 하겠다. 초등학교를 나와서도 떳떳한 지식만 갖추고 있다면 마땅히 등용의 문을 열어 놓고, 학교라는 곳은 제대로 된 덕성 교육의 장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천 선생은, 먹고 살기 위한 배경의 교육이 아닌 참된 교육의 목적을 설파한교육의 장으로, 위정자들이 부디 이 글을 보는 기회가 닿았으면 하는 바램이다.